우리 정치, 한국영화만 못하다.
우리 정치, 한국영화만 못하다.
  • 황기성
  • 승인 200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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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이 본 18대 총선, 흥행성을 말한다 / 황기성



[인터뷰365 황기성] 5공화국 시절, 민정당 공천으로 서울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한 이종찬 후보가 ‘한국정치와 한국영화가 어느 분야보다 가장 낙후되고 뒤떨어졌다’고 일갈한 것이 논쟁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한국영화는 ‘유신영화법’ 치하에서 영화인의 창작의욕이 극도로 저하되어 소위 ‘3류 영화’시대로 허덕이고 있었다.


이종찬 후보의 발언은 양쪽 모두에서 반감을 일으켰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정치를 비하했다고 삐죽거렸고, 영화인은 영화인들대로 표현의 자유가 없는 환경에서 어쩌라는 말이냐고 불쾌하게들 생각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5공 6공 다 지나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하면서 우리 정치는 수많은 뉴스를 생산해 냈다. 마침내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주의도 완성단계까지 닿은 줄 알았다. 17대 총선까지는 미흡한 점이 많이 있었다 해도, 2008년 18대 선거쯤엔 장족의 발전을 기대 했다. 정당정치의 뿌리가 내리고 경쟁다운 경쟁, 국민 앞에 정책대결의 시대를 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


총선 D-2.

선거 때가 되면 급조되는 ‘정당’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고, 생면부지인 인사들이 갑자기 출현해 열을 올리는 예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지만, 이번 총선에 와서는 정도가 넘쳐도 너무 지나치고 아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도무지 명칭부터 이해가 안가는 정당까지 포함해 정치 색깔이 모호한 정당들이 왜 그렇게 많은 지, 숫제 소속이 없다는 것도 큰 무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엉켜 점입가경이다. 그것들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아래 정당 정치사회가 겪는 다양하고 발전적인 변화의 바람일까?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불행한 일이지만 그런 진통이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정당 정치와 민주주의 정치이념과 거리가 먼 오르지 ‘금뱃지’를 사사로운 권력욕과 세력 확장으로 생각하는 분수 모르는 인사들이 너무도 많다는 이야기다. 국가가 어떻고 민생이 어떻고 역사가 어떻게 되는 것은 다음이고 우선 내가 ‘금뱃지’를 달아야하는 이유를 만들기 위하여 서로 작당하고 변신하면서 방법과 수단을 있는 대로 동원한다. 몇 년 전에 가졌던 당원증과 오늘 받은 당원증의 색깔이 확 달라져도 상관없고, 엊그제 까지 한 집 밥을 먹는 동지라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원수가 돼 버린다. 오로지 내가 국회로 가기 위해서라면 정당을 몇 번 바꿔도 우국충정 때문이고, 동지를 배반하고 피를 보는 것은 애국심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영화는 그렇지 않다. 한편의 영화가 성공되기 위해서는 ‘주제’가 선명하고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야한다. 재미와 의미가 영화적 감동과 함께 수요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성공작이 만들어지기까지는 한명의 리더(감독)를 중심으로 수많은 능력(기획 및 제작 스태프)들이 하나의 깃발아래 뭉쳐 공동 목표를 향해 일사분란하게 지혜와 노력을 모은다. 작품 에 어긋나는 개별적인 생각이나 행동은 통하지 않는다.


‘주연’은 주연다워야 하고 ‘조연’은 조연답게, ‘단역’은 작은 역할이라도 책임 있게 해내야한다. 예술가는 예술가로의 역할이 있고 기술자나 상인도 맡은바 책임을 다 해야 한다. 성공된 한국영화들이 ‘칸’ ‘베를린’ ‘베니스’에서 주요 상을 석권하고, 총 인구가 5천만인 나라에서 1천만, 8백만, 5백만 명의 관객으로부터 공감대를 끌어내어 큰 흥행을 한다는 것이 우연일 수 있는가.


민주정치와 영화는 대단히 유사하다. ‘가치’와 ‘재미’와 ‘매력’을 외면하고는 성공할 수 없다. 한국영화의 좌석 점유율이 허리우드영화를 뛰어넘은 지 오래지만 질적으로도 세계 상위권에 올라섰다. 정치에서도 좌석점유율이 있다. 투표율이 바로 극장의 좌석점유율이다. 투표율의 척도 는 정치가 주는 매력에 좌우한다. 이제 투표까지 2일, 아니 몇 시간이 남아있다. 과연 18대 총선흥행이 정치인들의 기대만큼 잘될 수 있을까. 대답은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정치인’들, 바로 그들 자신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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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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