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스크린에 진출한 가수들의 영화 (34)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스크린에 진출한 가수들의 영화 (34)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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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인, 1949년 영화 '푸른언덕'으로 가수로서는 첫 스크린 진출
- 청춘스타 신성일과 정훈희 공연한 영화 '들개'
- 대형가수 패티 김과 신성일이 열연한 '속 이별'
- 송대관의 자전적인 인생유전 영화화한 '해뜰날'
1976년 가수 송대관이 출연한 '해뜰날'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국내에서 가수가 스크린에 첫 진출한 사례는 해방 후에 '신라의 달밤'을 위시해 '럭키 서울', '고향만리'로 인기를 끈 가수 현인이 1949년 유동일 감독의 '푸른 언덕'에서 배우로 픽업된 것이 최초로 기록된다.

영화 속 현인은 서울에서 진행된 콩쿠르 대회에서 우승해 여성들에게 환호를 받으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고향을 잊지 못해 귀향을 하고, 정감 어린 고향의 푸른 언덕에서 장래를 약속한 연인과 새로운 희망을 가꾼다는 스토리다. 개봉 당시 극장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는 현인을 보려는 사람들로 영화보다 현인이 더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1958년 박시춘 작곡가가 제작과 감독을 한 '딸 7형제'에서는 아들 7형제로 현인과 '청포도 사랑'의 도미, '만리포 사랑'의 박경원이 출연해 이채를 띠었다.

1962년 한명숙이 부른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체육 선생 역의 신영균을 두고 엄앵란과 가수 한명숙이 공연했는데, 상영 당시 영화 타이틀도 '노란샤쓰 입은 사나이'로 달아 히트곡의 후광을 얻었다.

1960년대 후반에는 청춘 배우 신성일 다음으로 인기를 끈 가수 남진이 출세곡 '울려고 내가 왔나'를 위시해 '가슴 아프게', '지금 그사람' 등 무려 60여편에 출연해 가수와 배우를 겸업하는 스타로 각광 받았다. 아울러 라이벌 나훈아도 '풋사랑'과 '친구',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등 13편에 출연하며 특유의 야생미를 각인시켰다.

(왼쪽부터) 현인 주연의 '푸른 언덕'(1949),  패티김·신성일 주연의 '속 이별'(1974), 신성일·정훈희 주연의 '들개'(1971) 포스터

특히 1970년 영화 '쌍태양'에서 소년 조방현이 구두닦이로 출연하였는데 그가 오늘날의 태진아다. 아울러 1967년 '엘리지의 여왕'에서 이미자의 소녀 연기를 한 '빙글빙글'의 나미가 눈물샘을 자극하는 열연을 하였다. 1974년 이형표감독의 '맹물로 가는 자동차'와 '청바지'에서는 장미화가 발랄한 연기로 청춘스타의 면모를 보였다.

가장 특기할 것은 1973년 신성일과 김지미가 주연한 '이별'의 히트와 함께 이듬해 속편 격인 '속 이별'에서 대형가수 패티김이 신성일의 상대역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영화에서 패티김은 사진작가인 신성일과 우연히 같은 호텔에 투숙한 것이 계기가 되어 로맨스를 펼친다. 당시 신성일은 노래 밖에 모르던 패티김에게 연기를 리드하면서 때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에 호흡이 맞았다고 들려주었다.

'리빠똥사장'의 장은숙과 '날 보러와요'의 방미는 물론, '제3한강교'와 '당신만을 사랑해'의 혜은이도 잊지 못할 스타가수로 인기를 모았다. 

무엇보다 비상한 화제를 낳은 건 1971년 박종호 감독이 당시 '안개'로 신세대 가수의 청순한 이미지를 보인 정훈희의 스크린 진출이었다. 그것도 당시 청춘스타의 별 신성일과의 공연이었으니...이용원에서 함께 일하면서 짝사랑하던 성일은 결혼을 앞둔 훈희를 독점키 위해 납치해 사랑을 호소한다. 폭력배의 추적을 피해 도피하면서 순정을 발견한다는 통속물이지만 정훈희를 보려고 화제가 된 영화 '들개'였다.

1976년 송대관이 출연한 '해뜰날'은 무명의 긴 터널을 벗어나게 해준 작품이다. 서울에 올라와 친구의 배신과 갖은 고초를 겪으며 노래 공부의 보람으로 경연 대회의 트로피를 안고 금의환향한다는 전형적인 입지전적 스토리다. 영화적인 흥미는 없지만 '쨍하고 해뜰날~!'을 쟁취한 송대관의 노래 인생에 얽힌 반자전적 영화였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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