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배우 조진웅, 코미디 연기가 가장 어렵다는 유쾌한 남자
[인터뷰365] 배우 조진웅, 코미디 연기가 가장 어렵다는 유쾌한 남자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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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공작' '완벽한 타인'으로 연기력, 흥행력 인정받은 '대세 배우'
-'광대들: 풍문조작단'으로 컴백…온 가족과 '극장 바캉스' 추천
-'대장 김창수' 흥행 실패 당시 '고산자' 실패한 차승원이 위로해 줘
-롤 모델은 '연기의 신' 배우 설경구…군인 시절 연극 보고 반해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배우 조진웅/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배우 조진웅/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지난해 '독전' '공작' '완벽한 타인'까지 3연속 흥행에 성공하며 '흥행배우' 반열에 오른 배우 조진웅(1976~ )이 유쾌한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묵직한 영화에서 선 굵은 연기를 주로 선보인 조진웅에게 '광대들'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의 첫 12세 관람가 주연작으로 온 가족이 다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는 '소화가 잘 되는 영화'라고 소개하며 "조진웅도 이런 영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광대들'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돼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조진웅은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뒤흔드는 광대패의 리더 '덕호'역을 맡아 그동안 쌓아온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덕호'는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신묘한 재주를 지닌 것은 물론, 뛰어난 연기력과 입담을 가진 만담꾼으로 조진웅과도 비슷한 구석이 많은 캐릭터다.

영화 '명량'(2014) '끝까지 간다'(2014) '암살'(2015) '아가씨'(2016), 드라마 '시그널'(2016) 등 스크린과 TV를 오가며 주연배우로 입지를 다져온 조진웅의 연기 인생 출발점은 연극 무대였다. 

'광대들'에서 광대를 연기하며 오래전 올랐던 연극 무대가 떠올라 울컥하기도 했다는 그는 "연극이 전공이고 연극을 잘한다.(웃음) 기회가 되면 다시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밝혔다.

'광대들'의 개봉을 하루 앞두고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인터뷰365'와 만난 조진웅은 재치가 넘쳤고 유쾌했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배우 조진웅/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배우 조진웅/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독전' '공작' '완벽한 타인'으로 연기력, 흥행력 인정받은 '대세 배우'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독전' '공작' '완벽한 타인'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역시 영화는 책(시나리오)이 좋아야 한다. '공작'의 윤종빈 감독은 굉장히 훌륭한 감독이다. 촬영할 땐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든데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땐 성취감이 대단하다. 그 양반은 한 치의 오차도 없다. 포커스가 조금이라도 나가면 다시 해야 한다. '완벽한 타인'도 글이 정말 좋았고, 이재규 감독은 천재인 줄 알았다. 설계도가 정말 완벽하다. '독전'의 이해영 감독은 화 한번 안내는 성격인데 촬영 땐 독하다. 이번 '광대들'의 김주호 감독이 이해영 감독과 비슷한 성격이다. '진웅 씨, 지금 좋았는데 한 번 더 가요'라면서 자기의 그림을 완벽히 완성 시켜야 하는 감독들이다. 난 그럴 때마다 '그럼 좋았다고 얘기하지 마요...'라고 얘기한다.(웃음)

-작품을 선택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

대부분 술 마시다가 엮여서 출연한다. 난 시나리오를 읽은 작품이면 거절도 직접 만나서 정중히 말씀 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다 영화 일을 하는 선배들인데 매니저를 통해 거절한다면 그분들이 섭섭해하실 것 같다. 거절 할 때도 만나서 진하게 술을 마신다. 그럴 때마다 소속사 대표는 또 술 먹다가 출연 한다고 하는 거 아닌지 조마조마한다더라. 하하. 다들 가슴 속에 뜨거운 태양이 있지 않나. 술 마시면서 그걸 건드리면 깊은 감정이 쑥 올라오면서 거절하려다가도 '같이 갑시다' 하는 거지. 그렇게 출연한다고 이야기 하고 나면 다음 날 소속사 대표한테 전화가 온다. '너 한다고 그랬다면서?' '제가요?' '너 계속 술 마시고 그럴래?' '이것까지만 갈게요' 이런 대화를 나눈다. 영화를 그만두면 내 간 상태가 좀 나아질지 모르겠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배우 조진웅/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배우 조진웅/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조진웅도 이런 영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이번 영화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2017년 연말에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원래 제목은 '조선공갈패'였다. 광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게 좋았고, 같이 하는 사람도 너무 좋고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서로 '한잔해, 한잔해' 하면서 중국집에서 엮였다.

-영화를 본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50~70대분들은 '수고했다. 모든 세대가 볼 수 있을 것 같다', 40대 내 친구들은 '애들 데려와서 볼게', 30대 친구들은 '진짜 고생했다'고 하길래 영화는 어떻게 봤냐고 다시 물어보니 '그냥 고생했어~' 그러더라. 20대, 고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했고, 중학생 조카들은 '인생작'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역시 인생을 덜 살았구나' 했지.(웃음) 미취학 아동들은 세조랑 귀신 나올 때 경기를 일으키더라. (박)희순이 형이 연기를 너무 잘하지 않았나. 사실 나도 무서웠다.

-평소에도 이렇게 관객 분석을 열심히 하는 편인가?

아니다. 일단 내가 출연한 영화가 청불영화가 많아서 이렇게까지 분석할 일이 없다. 이번 영화는 12세 관람가고 엄마 손 잡고 오면 미취학 아동들도 볼 수 있으니까 전 세대가 봤으면 해서.(웃음) 조진웅도 이런 영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대장 김창수' 흥행 실패 당시 '고산자' 실패한 차승원이 위로해 줘

-오랜만에 가벼운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이런 연기가 재미있다. 제목이 '광대들'인 만큼 감독님이 배우들을 놀게 해줬다. 큰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많이 허용됐다. 어떨 땐 감독님과 스태프들과 리허설하고 나서 배우들끼리 맞춘 버전으로 연기하기도 하고 정말 재미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진지해질 수도 있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칠렐레 팔렐레' 코미디로 만들면 안 되지 않나. 두 지점을 잘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즐거운 현장이었을 것 같은데 웃음 때문에 고생하진 않았나.

나는 촬영에 들어가면 절대로 안 웃는다. '광대들' 촬영 중에 웃음이 터지진 않았는데 '독전'을 촬영 중 그런 경험이 있다. 차승원 형이 진짜 웃기다. 당시 영화 '대장 김창수'가 흥행에 실패했는데 난 그냥 개봉한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물론 그 정도로 안 될 줄 몰랐지만 덤덤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평소에 촬영장에서 농담을 자주 하는 편인데 가끔 그냥 가만히 있는 날이 있지 않나? 매일 웃겨야 할 이유도 없고. 그날이 그런 날이었다.

내가 조용히 있으니까 스태프들이 흥행 때문에 기가 죽었다고 오해를 한 거다. (차)승원이 형이 분장하면서 소문을 듣고 갑자기 다가와선 '진웅이 왜? 어떻게? 왜 그래? 뭐? 괜찮아. 괜찮아. 김창수? 괜찮아~ 왜 그래~ 뭐 많이(안됐어)? 나 고산자~'라며 이야기를 쏟아냈다. 난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형이 왜 저러나?' 그랬지. 그날 촬영이 승원이 형이랑 찍는 마지막 장면이고 정말 치열한 액션 장면이었는데 너무 웃겨서 고생했다.(웃음)

-평소 친분이 있던 손현주 씨와도 함께 출연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완벽한 타인'때는 각자 둘러앉아서 소주 마시는 분위기였다. 서로 따라주고 이런 거 없다. 주류 할당제처럼 각자 자기 소주 마시고 헤어지는 거지. 그런데 '광대들'은 정 반대다. 공신들하고 술 마실 땐 일단 막걸리다. 난 막걸리나 와인을 마시면 기절해서 소주나 한 잔씩 하는데 말이다. 거기다 평균연령이 높으니까 각자 얘기하기 바쁘다.

(손)현주 형은 '그래서 내 말 좀 들어봐봐' 이러고 있고 서로 얘기는 듣지도 않는다. 그래서 내가 '이러려면 뭐하러 술자리를 가져 각자 카톡 해'라고 한 적도 있다니까. 그러면 또 '진웅이 왜 이렇게 불만이 많아?'하면서 또 각자 얘기하고 그랬다. 영화 얘기는 전혀 없다.(웃음) 공신들이랑 있다가 또 광대들 쪽으로 가면 윤박, 김슬기, 김민석이 있지 않나. 정말 좋더라. 에너지가 좋고. 연기도 잘하고 저쪽(공신들)과는 어울리고 싶지 않았다.(웃음) 누구 하나 모난 사람이 없어서 즐거운 현장이었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스틸컷/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롤 모델은 '연기의 신' 배우 설경구

-극 중 연극을 하는 장면을 찍고 울컥했다고 하던데.

영화에는 짧게 나온 장면인데 반나절을 찍은 장면이었다. 연극 무대에 마지막으로 오른 게 14~5년 전이다. 촬영 끝나고 공신들과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공신들은 막걸리 마시고 나 혼자 소주 한잔하면서 (손)현주 형한테 '연기지만 관객을 만나니 연극 할 때가 생각나서 울컥하더라'고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놨다. 형이 나를 좀 위로할 줄 알았는데 '연극 해 그럼! 요즘 더블 캐스팅, 트리플 캐스팅 다 있어. 돈 안 돼서 안 하냐?'이러는 거다. 난 '아니야~그런 거 아니야~' 이러면서 해명하고. 정말 말을 섞지 말아야지.(웃음)

-연극 출연은 계획하고 있나?

연극은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5~6년 전에 무대인사를 하고 나가는데 어떤 관객분이 내 팔을 잡더니 '연극 한 편만 해주세요. 연극 하는 거 보고 싶어요'라고 하시더라. 약속은 못 하겠는데 언젠가 하겠다고 하니까 약속을 해달라고 하시는 거다. 그래서 그분과 약속을 했다. 그래서 해야 된다. 내가 연극 전공이기도 하고 연극 잘한다. 내 입으로 다 말한다.(웃음) 코미디 연극을 정말 좋아해서 연극을 할 땐 코미디도 많이 했다.

-롤 모델로 꼽는 배우가 있나?

'연기의 신' 설경구 선배다. 연극 '지하철 1호선' 봤나? 내가 군인 시절 휴가 나와서 대학로에서 봤던 작품이다. 정말 '무대의 신'이다. 설경구 선배가 무대에서 혼자 날아다닌다. 연극이 끝나고 관객들 퇴장할 때 배우들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는데 내가 (설)경구 형 앞에 가서 잘 봤다고 인사도 했다. 형이 당시 '군인이시구나, 고생하세요'라고 했는데 아마 기억은 전혀 못 할 거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배우 조진웅/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배우 조진웅/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가정에선 어떤 남편인가.

'완벽한 타인'을 찍으면서 내가 연기한 '석호'라는 인물에게 대화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 실제 내 모습은 유해진 선배가 연기한 무뚝뚝한 스타일에 가깝다. 애교도 전혀 못 부린다. TV에서 알콩달콩한 커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 같은 것도 전혀 못 보겠다. 결혼할 때 프러포즈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결혼할 건데 프러포즈를? 안 해! 그냥 해!' 그랬지. 욕을 많이 먹었다. 지금은 후회가 되긴 한다. 웨딩 사진 찍을 때도 기억난다. 사진작가가 뒷짐을 지고 한 손을 올리고 무릎을 꿇고 이런 포즈를 하라는데 부끄러워서 작가한테 '이게 최선이야?' 하니까 매뉴얼에 있는 포즈라고 해야 한다고 하는 거다. 안 한다고 투덜대다가 아내가 하라고 해서 바로 포즈 취했다.

-영화에 미남 설정으로 여심을 단번에 사로잡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은 어떻게 찍었나.

첫 시사회 날 배급 관계자들과 같이 영화를 봤는데 그 장면이 나오자마자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했다. 정말 미안했다. 촬영 당시에도 이건 윤박으로 가야 된다고 계속 투덜투덜했다. 특히 물레방앗간 안에 들어가서가 위기였다. '시그널' 때 (김)혜수 선배 안으면서 '약속 지켰다' 그 이후로 가장 큰 위기였다. 감독님한테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거냐고 영화에 쓸 수 있겠냐고 윤박으로 재촬영하자고도 그랬다니까. 분장팀도 서로 친하니까 그 장면을 찍고 나선 손발 오그라든다고 나를 놀렸다. 정말 연기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멜로 연기는 도전해 볼 생각이 전혀 없는 건가.

연기가 다 힘들긴 하지만 내가 제일 어렵다고 생각하는 연기는 코미디인데 멜로도 그만큼 어렵다. '독전' 같은 경우는 뭐 어디 하나 부러지면 되겠지, '광대들'은 신명 나게 놀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덤볐다. 그런데 멜로는 다르다. 20대 때는 멜로를 즐겨 보지도 않았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하얗게 지우거라~'이러면서 안 봤는데 내가 서른이 넘어서 멜로를 보기 시작했다. 그때 깨달은 게 이게 보통의 정서로 연기하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정말 깊은 감정을 긁어내서 연기 해야 하는 장르다.

-'시그널 2' 제작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지금은 제안도 없었고 검토할만한 어떤 것도 오간 게 없다. 다시 모여서 하면 의미가 있을 것 같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하긴 어려운 역할이다. 

-예비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랜만에 아들, 손자, 며느리 다 같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온 것 같다. 한마디로 소화가 잘되는 영화다. 이게 역사 왜곡이 있겠어, 무슨 논란이 있겠어. 가족들과 극장에 와서 누구 하나 소외되는 사람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시원하게 극캉스(극장 바캉스), 마지막 여름 휴가처럼 즐기시길 바란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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