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윤봉춘 감독의 '한날 한시' 3번의 예식 풍경(32)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윤봉춘 감독의 '한날 한시' 3번의 예식 풍경(32)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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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운규와 함께 우리 영화계의 개척자로 불리는 윤봉춘감독
- 기상천외한 한날 한시 세번의 예식
- 두 번째로 리메이크한 윤봉춘 감독의 '황진이의 일생'
- 1956년 임진왜란의 의기 '논개'로 역사 의식을 영화로 구현
윤봉춘 감독/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한국 영화 100년사를 장식하는 가장 이색적인 진기록을 소개하면, 한날한시에 결혼식, 은혼식, 회갑연을 올린 윤봉춘 감독이 있다. 

'나는 살아서도 영화인이며 죽어서도 영화인이다!'라고 말한 거목 윤봉춘 감독. 1902년 3월 3일 함북 회령에서 태어나 1975년 10월 21일 74세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였다. 

1961년 4월 17일 낮, 한국영화인협회가 주최한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윤봉춘 감독의 회갑연이었다. 3백여 명의 영화계 인사와 수많은 하객이 모였다. 윤봉춘 감독과 부인 문수남 여사의 '결혼식'이기도 했다.

"오늘은 세 가지 잔치가 겹친 기쁜 날입니다. 우선 윤봉춘과 문수남 두 사람의 '결혼식이 시작되겠습니다'"라는 목사의 말씀이 있은 후 후배 영화인들이 노부부에게 사모관대와 족두리 등을 선사하였다.

부모의 반대에 부딪치자 처녀의 몸으로 집을 뛰쳐나온 채 정식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문수남 여사의 한이 얼음처럼 녹는 순간이기도 했다.

한날한시에 결혼식, 은혼식, 회갑연을 올린 윤봉춘 감독과 부인 문수남 여사 ⓒ정종화 

"신랑 윤봉춘 군은 신부 문수남 양을 아내로 맞겠느뇨!"라는 주례 목사의 물음에 하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신랑과 신부도 웃었으나 노부부의 가슴은 벅찬 감격으로 떨리고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잔치는 다음 차례로 넘어갔다.

주례 목사가 다음 순서를 이어가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윤봉춘과 문수남 부부의 결혼생활 25주년을 축하하는 '은혼식'을 거행하겠습니다."

결혼식 후 2분 만에 다시 25년이 지나간 셈이다.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자 하객들의 박수가 장내를 진동했다. 은혼식도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윤봉춘 선생의 '회갑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주례 소개에 이어 국악원의 윤봉춘 친구들이 장수연을 연주했다.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2남 4녀가 부모님 앞에 큰절을 했으며 원로배우 복혜숙과 석금성도 감격해서 울었다.

금슬 좋은 부부의 만남은 윤봉춘 감독의 나이 35세 때였고 부인 문수남이 24세 때였다. 그 이듬해 윤 감독의 나이 36세에 장남 윤태영이 태어났다. 그가 삼십육세에 낳은 장남은 예명 '윤삼육'으로 윤소정의 오빠이며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으로 아버지와 함께 부전자전으로 우리 영화계의 화려한 발자취를 남겼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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