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5년간 54회 전시 이끈 캘리마스터, 림스캘리 대표 임정수 교수
[인터뷰365] 5년간 54회 전시 이끈 캘리마스터, 림스캘리 대표 임정수 교수
  • 김재원 인터뷰어
  • 승인 201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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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수 교수, 림스캘리서 배출한 작가만 280여명...'열정의 예술가'
-드라마 ‘무신’, ‘여왕의 꽃’, ‘여왕의 교실’, ‘개인의 취향’ 등 드라마 제호 캘리도 그의 손에서 탄생
-전직 대학총장·시인·무형문화재 등 유명인사 캘리 작가들 다수 배출
임정수 교수는 우리나라 캘리그라피의 그랜드마스터다. 5년 동안 54회 전시회를 열고 있는 열정의 예술가다. 그가 배출한 작가만도 280여명에 이른다. ⓒ김재원

인터뷰365 김재원 인터뷰어= 성악가나 피아니스트 등 음악인은 콘서트, 또는 디스크를 내어 평가받는다. 화가나 서예가 등은 대중 앞에 자신의 작품을 감상케 하는 전시회로 평가받는다. 물론 전시회가 작품 평가를 위한 것은 아니겠지만, 전시회라는 공간이 자신의 창작품과 대중이 만나는 자리다.

최근 캘리그라피 붐이 일고 있다. 그 중심엔  평택대학교 임정수 교수가 리드하는 림스캘리가 있다. 5년 만에 무려 54회의 전시회를 개최한 림스캘리는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회를 한 우리나라 유일의 캘리그라피 그룹이다. 

임 교수는 드라마 ‘무신’, ‘여왕의 꽃’, ‘여왕의 교실’, ‘개인의 취향’ 등 유명 드라마 제호의 캘리를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나라 예술계에 캘리그라피라는 장르를 추가하고, 그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제자를 양성하고 전시회를 개최해왔다. 을지로 지하상가에 상설전시관을 개설한 것도 림스캘리만의 운영방법이다. 

한국에 캘리그라피는 장르를 개척해 발전시키고 있는 임 교수를 을지로 림스캘리 전시장에서 만났다.

- 5년간 54회의 전시회를 진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다만 전시회를 많이 한 모임이라 해서 작품이 좋다는 증명은 아니라고 보는데.

미술, 서예, 조각 등을 하는 예술가들이 어떻게 대중과 만나나. 결국 작품이다. 팬들이 예술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건 결국 전시회 아닌가. 전시를 해야 일반 대중이 감상하러 올 것 아닌가.

- 전시회는 작가와 팬이 만나는 계기라는 말이 이해된다. 림스캘리가 배출한 작가들은 실력 면에서도 한국 캘리그라피를 대표한다는 평을 듣는데, 제자들을 실력자로 키우는 비결이라도 있는가.

일단 림스캘리에 들어오면 그냥 놔두지를 않는다. 쉴 사이, 놀 사이가 없을 것이다.

- 그럼 매일 달달 볶는가.(웃음) 도제 시대에는 혹독한 스승이 좋은 예술가를 많이 배출했다고 하는데, 하드 트레이닝이 제자를 거느린 마스터의 특징처럼 되어 있지 않나.

옛날엔 그런 마스터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학교도 아닌 사설 모임에서 그런 건 불가능하다. 다만 스스로 하도록 계기를 만들고, 그 계기를 작가들이 실천하도록 동기 부여는 하고 있다.

기욤 아폴리네르, 캘리그라피의 시조로 불려

- 캘리그라피에 대해 아직도 이름 밖에는 모른다는 사람이 많다. 서예 같기도 하고, 미술 같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설치물도 있어서 조각 같기도 하다. 구태여 장르를 얘기한다면.

확실한 문헌적인 근거는 없다. 다만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시를 쓰는데 글씨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뜻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를 캘리의 시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재원
림스캘리의 전시회는 자주 열리는 전시회이긴 하지만 늘 예술혼과 화기애애함이 전시회장을 가득 채운다. 2018년 은평문화예술회관의 초대전에서 회원들과 함께 한 임정수 교수(사진 가운데)ⓒ김재원

- 흔히들 기욤 아폴리네르를 ‘서체가 아름다운 시인’이라 부르기도 하고, 아예 캘리그라피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기욤 아폴리네르가 아름다운 서체로 시를 썼다는 것을 그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대개 다 알고 있다. 그래서 그를 캘리그라피의 시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는 서체가 아주 아름다운 시인이었고, "서체도 시처럼 아름다워야 한다"고 주장한 시인이다. 

- 기욤 아폴리네르가 피카소와 동시대의 인물이고, 당시 피카소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와 가까이 지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캘리그라피의 역사에 피카소까지 넣어야 하는가.

기욤 아폴리네르는 피카소 등과 친하게 교류하며 시가 회화와 같은 이미지로도 그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918년 ‘그림 같은 시’인 ‘캘리그램’을 창조했다. 라틴어인 ‘아름답다’라는 뜻의 ‘Calli'와 글자란 뜻의 ’Gramme'을 결합해 ‘아름다운 상형 그림’이라는 장르를 만든 것이다.

ⓒ김재원
최근 림스캘리는 을지로 지하 상가 내에 서울시가 마련한 Art Zone에 회원들을 위한 상설전시관을 마련했다. 앞으로 림스캘리는 1년내내 전시회를 개최한다. ⓒ김재원

 드라마 ‘무신’, ‘여왕의 꽃’, ‘여왕의 교실’, ‘개인의 취향’ 등

드라마 제호 캘리 탄생시켜

- 그러니까 캘리그라피는 기욤 아폴리네르나 피카소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과 깊은 인연이 있다고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캘리그라피도 역시 기욤 아폴리네르와 피카소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견해가 옳은가? 

그렇다. 캘리그라피가 현대 미술의 거봉인 그 두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캘리그라피를 한글 서체를 생각 없이(?) 변형시켰다든가, 미술이랑 서예랑 이것저것 섞어놓은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캘리그라피는 근거 있고 수준 높은 프랑스 예술에서 유래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전으로 거슬려 올라가면 이집트의 상형문자까지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임정수 교수의 학문적 의견이기도 하다.) 

- 우리나라에선 임 교수가 캘리그라피를 처음 시도했고, 광고 카피나 tv 연속극 제목에서도 시도했다고 들었는데.

2000년도 초반, 광고 회사 부장으로 재직 중에 헤드 카피를 뽑는데 늘 쓰던 것은 식상했고, 어디 신선한 거 없나 하고 찾다가 TV 드라마 타이틀 등을 뽑을 때 쓰던 서체가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 광고 카피를 캘리그라피로 썼다. 일본은 캘리그라피가 우리보다 앞서 있어서 많이 활용되던 때였다.

ⓒ김재원
지난 4월 예술의전당 한가람홀에서의 림스캘리 전시회에서 지인 및 회원들과 함께 한 임정수 교수(사진 가운데). 림스캘리는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회를 한 우리나라 유일의 캘리 그룹이다. ⓒ김재원

- 광고에 시도했더니 반응은.

아주 좋았다. 한글 서체를 가지고 그렇게 신선한 반응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 경력 가운데 건설회사 중역으로 재직한 경험이 눈에 띈다.

IMF가 터지기 전이었다. 건설회사 상무로 들어가 경영기획을 맡았는데, 유명한 건축회사가 40여 년이나 쓰던 CI를 한글로 바꿨다. 오너들이 잠시 들여다보더니 신선하다고 보너스까지 주더라.(웃음)

- 그 회사를 떠나 광고 회사 부사장으로 근무할 때, 캘리그라피로 '날렸다'고 하던데.

날렸다기보다 나 자신이 캘리그라피에 심취했다. 포스코 등 대기업의 광고를 맡고 있는 종합 광고 회사였다. 광고 제작을 하는데, 용역을 시켜보니 시원치 않아서 직접 했다. 그때 실무에 캘리그라피를 많이 활용했다. 

- 그런데 캘리그라피는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더구나 광고에서는. 원래 미술에 재질 있는 사람이 캘리그라피에선 유리하다고 보는데.

어려서부터 미술에 깊이 빠졌고, 그림 잘 그린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고등학교때 북디자인도 했고, 교회에서 나오는 간행물 표지 등도 도맡아 했다. 부모님 반대로 대학은 신학대학에 갔다.

- 그래도 캘리는 놓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웃음)

(웃으며) 부모님이 말리지 않았으면 미술을 전공했을 것이다. 

(임 교수는 스스로를 우리나라 캘리의 2세대로 자처한다. 1세대는 미술대학의 서예과 출신들이라고. 그러니까 캘리 1세대는 서예 중심이고, 2세대에 이르러 디자인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캘리를 응용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가 제호를 캘리로 쓴 유명 드라마도 많다. 배우 김무송 아들 김주혁 배우의 드라마 ‘무신’, 김성령 주연의 ‘여왕의 꽃’, 고현정 주연의 ‘여왕의 교실’, 손예진 주연의 ‘개인의 취향’ 등 다수다. 인기드라마 제호가 임 교수 손에 의해 캘리그라피로 제작된 후 제목 하나하나에도 신경 쓰는 풍토가 마련됐다.)  

- 림스캘리는 전시회를 많이 하기로도 유명하다.

첫 전시회는 2014년에 했다. 그 후 1년에 10회 정도 한 편이다. 

- 제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전시회도 5년에 54회가 가능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비결이라면.

비결까지야. 처음엔 집에서 한사람씩 가르치는 기분으로 했다. 일일이 처음부터 작은 부분까지도 소흘히 하지 않았다.

ⓒ김재원
림스캘리 전시회는 매회 주제를 내건다. '삶', '희망' 등 주제에 따라 회원들은 작품을 제작한다. 림스캘리를 졸업하고 나간 회원들의 작품도 계속 전시에 참여한다. ⓒ김재원

-말하자면 제자들에게 공을 많이 들인다는 얘기인데. 

문하생 지도하는 것도 작품으로 알고 한다. 과자 잘 만드는 나라에 가보면, 과자 하나하나를 손으로 만든다. 과자 로고도 손으로. 과자 BI도 직접 손으로.

- 작년 4월과 금년 4월에 예술의전당 전시회를 본 사람들의 평이 좋더라. 평택대학에서 캘리 강의도 맡고 있고, 바쁜 일정에 5년간 50회의 전시회를 한 비결이라면.

대학 강의는 2010년부터 하고 있다. 전시회는 문하생들 스스로가 하도록 체계화했다.

내게 림스캘리 성공 비결을 묻는 사람이 많다. 나는 문하생들을 많이 배출하지만, 일단 배출된 작가들이 떠나지 않게 하고 있다. 

- 그게 조직관리 아닌가. 예술 하는 분들이 잘 못하는 것이 조직관리인데.

관리랄 것 까지는 없고, 스스로 전시회를 준비하고, 참여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높은 곳에 작품 전시하는 것이 있으면 내가 먼저 직접 올라간다. 그걸 본 문하생들이 나중에는 스스로 올라간다.

- 솔선수범의 의미인가.(웃음)

일단 배출한 작가는 우선 졸업전시회를 한다. 1회의 과정이 끝나고 졸업을 하면 그 가운데서 선임연구원, 수업조교, 수업연구원이 나온다. 각 기수별로 되어 있다. 조직관리라는 이름은 좀 뭣하지만, 작은 모임이면서 관리는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 자신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면 관리는 저절로 되는 것 아닌가.

- 단순한 캘리의 마스터가 아니고, 직장생활, 기업의 임원 등으로 쌓은 캐리어가 빛을 보는 것 같다.

(웃음) 앞으로 1년간의 스케줄이 다 짜여 있다. 그 스케줄에는 배출된 작가가 전부 참여하게 되어 있다.

 

전직 대학총장·시인·무형문화재 등 유명인사 다수

배출 

(그간 림스캘리에서 배출된 작가 가운데는, 이미 사회적으로 이름을 알린 분들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이규남 장인(경기도 무형문화재 40호), 한백진 교수(단국대학교 명예교수, 단국대학원 원장 역임), 서승연 교수(상명대 교수, 타이포그래피), 문성모 교수(장신대 전임총장), 이정숙(시인) 등은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문하생으로 들어와 전 과정을 다 이수했다.) 

- 임 교수가 지향하는 바를 알고 싶다. 

캘리를 연구함과 동시에 아름다운 한글을 연구해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글씨를 세계에 알리는 일을 꼭 하고 싶다. 지금도 그 준비과정이라 생각한다.

- 미국 정부로부터 감사장을 6번이나 받았다는데 미국과는 어떤 인연인가.

소수 민족 문화 육성을 위한 일을 한 데 대한 공로표창이었다. 

- 그러면 미국 전시도 계획 되어 있는지.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에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전시회가 있다. 지금도 거기서 초청받은 전시회를 준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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