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인터뷰] 김태호 PD "'무한도전' 종영 후 시청자 감사함 느껴...자만섞인 생각 반성"
[365인터뷰] 김태호 PD "'무한도전' 종영 후 시청자 감사함 느껴...자만섞인 생각 반성"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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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TV-모바일-인터넷 함께 가는 프로그램
-유재석과는 PD와 출연자 아닌 '예능 선후배'
-"한 시간 동안 앉아서 콘텐츠 보는 게 쉽지 않더라"
-'무한도전' 복귀? "'토요일 토요일은 무한도전' 준비했었다"
-MBC 후배들과 새로운 예능 시스템 만들고파
'무한도전' 종영 후 새 예능 '놀면 뭐하니?'로 돌아온 김태호 PD/사진=MBC
'무한도전' 종영 후 새 예능 '놀면 뭐하니?'로 돌아온 김태호 PD/사진=MBC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국민 예능 '무한도전'(2005~2018)을 이끈 '스타 PD' 김태호(1975~)가 1년 4개월 만에 시청자 곁으로 돌아왔다.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프로그램을 맡은 흔치 않은 기록을 가진 그는 메인 MC 유재석과 함께 '무한도전'을 상징하는 인물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아왔다.

'무한도전' 종영 후 집에서 저녁밥을 먹으며 저녁이 있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는 그는 "시청자로 돌아가 보니 집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정해놓고 한 시간 이상 본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며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못 드렸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13년간 김 PD의 생활은 목요일 녹화, 토요일 방송에 맞춰져 있었다. 유재석과는 녹화 날이었던 목요일에 자주 만나 예능의 방향, 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재석이 김 PD에게 자주 하는 말은 "태호야, 놀면 뭐 하니?"였다.

두 사람의 복귀를 애타게 기다리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따른 부담을 떨쳐내고 편하게 '놀면 뭐 하나' 싶어 탄생한 프로그램이 바로 '놀면 뭐하니?'다. 김 PD는 "PD와 출연자 관계가 아니라 예능계를 함께하는 선후배"라고 말한 유재석과 손잡고 토요일 주말 예능으로 돌아왔다.

'놀면 뭐하니?'는 평소 스케줄 없는 날 "놀면 뭐 하니?"라고 말하는 유재석에게 카메라를 맡기면서 시작된 릴레이 카메라로, 수많은 사람을 거치며 카메라에 담긴 의외의 인물들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이후 27일 TV를 통해 첫 공개됐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막연함이 크다"는 김 PD와 달리 두 사람의 조합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상암 MBC에서 열림 기자간담회에서 김 PD는 "경력대비 프로그램이 '무한도전' 하나밖에 없어서 어디에선 자랑스럽기도 했고, 어딘가에선 부끄럽기도 한 이중적인 감정이 들었다"며 "MBC에서 후배들과 함께 새로운 예능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태호 PD와의 일문일답.

김태호 PD/사진=MBC
김태호 PD/사진=MBC

-PD가 아닌 시청자로 돌아가서는 어떻게 지냈나.

작년 초에는 '하트시그널'을 보면서 가슴 설렜다. 왜 빨리 시즌 3이 나오지 않는지 궁금해서 아는 분을 통해 제작진들한테 물어보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대탈출'을 보면서 제작진이 고생하게 보여서 끝까지 해낸 제작진에게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올해는 넷플릭스에서 재미있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이렇게 시청자 입장이 돼 보니까 한자리에 앉아서 한 콘텐츠를 오래 본다는 게 힘들다는걸 직접 경험했다. '무한도전'을 하면서 가끔 재미있는 걸 준비하고 있을 때 '이번에 시청자들 진짜 즐거우시겠다. 우리가 이렇게 재밌는 걸 보여드릴 텐데'라는 자만 섞인 생각을 했는데 과거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다. 올 초부터 여름까지는 마블 시리즈를 정주행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한도전'에 이어 유재석과 새로운 프로그램도 함께한다.

내가 유재석 씨를 선택한 게 아니라 유재석 씨가 나를 선택했다. 유재석 씨와 '무한도전' 녹화 날이었던 목요일에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유재석 씨와 함께하면 예능의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 사실 올 초 여름까지는 막막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어떻게 담아내야 하나, 나와 유재석 씨가 함께할 때 예상되는 선입견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부담을 어떻게 내려놓고 갈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이런 고민을 조금이라도 떨쳐놓고 싶어서 '놀면 뭐 하니?'라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편하게 접근했다. 

-예능인 유재석은 김태호 PD에게 어떤 사람인가.

유재석 씨는 예능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다. 요즘 예능을 관찰 예능과 캐릭터 버라이어티 이렇게 보는 분들이 많다. 유재석 씨가 관찰 예능에 대한 접근은 안 하고 버라이어티만 접근한다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유재석 씨는 '나까지 트렌드에 맞춰가면 다른 부분이 크게 비어 버릴 것 같은데'라는 본인의 책임감도 있는 것 같다.

유재석 씨는 내가 아는 예능인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TV 모니터링에 투자하고 고민하는 사람이다. 새벽 6시에 홈쇼핑에 나오는 박명수 씨도 챙겨 볼 정도로 모든 시간을 TV와 함께한다. 예능을 보는 눈도 훨씬 넓다. 단순히 연기자와 PD의 관계가 아니라 예능 업계의 선후배 관계다.

-유재석 씨와 함께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나.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 이름처럼 편하게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하다가 '놀면 뭐나하' 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대단한 프로젝트처럼 보이고 '돌아온다'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부담스러웠다. 방송 시간인 토요일 저녁도 다른 프로그램 재방송이 나가고 있어서 부담이 덜했다. '무한도전'의 경우도 끝날 때는 화려했지만, 시작 1년은 힘들었다. '놀면 뭐하니?'도 분명히 그런 시행착오를 겪을 텐데 말이다.

김태호 PD/사진=MBC
김태호 PD/사진=MBC 

수치로 프로그램 가치 평가 할 수 없어

-프로그램 이름 '놀면 뭐하니?'는 어떻게 정했나.

유재석 씨가 평소에 많이 쓰던 말인데 본인은 잘 모르더라. 이번에 내가 얘기해서 알게 된 것 같다. (웃음)

-TV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없나.

이 시간대에 우리 타깃 시청층인 2049 시청률이 모든 프로그램을 합쳐도 10%가 안 나온다. 수치가 프로그램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이 끝난 후 다음날, 또 다음날에도 '너 그거 봤어? 봤어?'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인식에 남는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

-프로그램이 확실히 유재석 중심이다. 고정 출연자가 한 명인 이유는.

'무한도전'의 경우 고정 출연자에게 맞춰 아이템을 찾아간 경우였는데 처음엔 아이템이 풍부했는데 인원에 맞는걸 찾다 보니 끼워 맞추기가 애매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반대로 아이템에 인원을 자연스럽게 맞춰보자고 생각했다. '우연이 가져다준 필연'처럼 릴레이 카메라를 통해 단시간에 많은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고 새로운 조합을 찾아 내기도 한다. 그런데 너무 아이러니하게도 유재석 씨가 20년 예능을 했는데 카메라를 받자마자 낯설어하면서 익숙한 사람을 찾더라. 편한 관계인 유희열 씨와 하하 씨와는 진한 농담도 나온다.

-'무한도전'의 출연자들과 겹치면 기시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데.

지난 14년~15년 동안 '무한도전'만 생각하고 '무한도전'만을 보면서 살았다. 완전히 다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때와 지금은 시간도 지났고, 환경도 변해서 다른 걸 해보자고 후배들과 논의하고 있다. 초반엔 '무한도전'에 익숙했던 분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전혀 새로운 인간관계도 나온다. 진행되면서 '다음엔 카메라가 누구한테 갈까'라는 궁금함도 생긴다. 인연이 되는 분들을 어떻게든 프로그램 안으로 연결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고민하고 있다.

김태호 PD/사진=MBC
김태호 PD/사진=MBC

MBC 후배들과 새로운 예능 시스템 만들고파

-유튜브 콘텐츠와 TV 콘텐츠 사이에서 고민은 없었는지.

TV와 모바일, 인터넷이 같이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에 공개됐던 릴레이 카메라는 방송 콘텐츠로는 부족할 수 있다. 대신 처음 보는 유재석 씨의 리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TV 속 MC 유재석은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한순간도 시청자를 빼놓고 생각하지 않는 느낌이었다면, 유튜브 안에서는 스마트폰도 보고 거친 말도 하고 한숨도 쉬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새로웠다.

유튜브 콘텐츠는 방송 이후로도 계속 보여드릴 생각이다. 유재석 씨가 따로 유튜버로 나설 일은 없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민심도 체크해보고, 단순히 구독자를 늘리겠다는 목표보단 콘텐츠를 좋아하는 분들과 소통의 창구로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무한도전'을 기다리는 시청자들도 많은데.

'무한도전'은 작년 연말과 올 초에 다시 시작 하려고 준비했다. 지난 3월 30일 1주년 기념으로 SNS 라이브 방송도 해보고 '어떻게 돌아오는 게 좋을까?' 고민하며 준비했다. 준비하다 보니 시청자들의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고 지금은 하기 힘들겠다고 판단했다. '토요일 토요일은 무한도전'이라는 제목까지 정해놨는데 현실화하지 못했다. 유재석 씨와 또 기다리느니 새로운 걸 해보자고 의견을 나눠 나온 게 '놀면 뭐하니?'다. '무한도전'은 나도 다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고 MBC와 멤버들과도 열어놓고 고민중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예능 PD고 이적 제의도 많았을 텐데, MBC에 계속 남아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누가 '꿈이 MBC 사장이냐'고 물이 보기도 한다.(웃음) PD가 좋아서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는데 '무한도전'이 끝나고 나서도 어떤 걸 할까? 뭘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아예 예능을 안 보고 떠나있던 시간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스템'이었다.

요즘 예능이 많아지면서 제작 시스템이 견고해지기도 하고, 인력이 줄어들어 힘든 부분도 있다. '무한도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지금도 '놀면 뭐하니?'를 내가 대표하고 있지만 함께 일하는 후배들이 많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나만 받는다는 게 부담스럽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같이 한다는 걸 더 강조해서 결과를 보고 싶다.

나 혼자 하려면 상반기에 뭐라도 했을 수도 있을 텐데 MBC에 있는 후배들과 적합한 아이템이 뭘까 긴 시간 고민했다. 좋은 팀장이 못되기도 하고 여러 사람 의견을 모으는 게 쉽지 않았지만, 같이 해보고 싶었다. MBC에서 떠오르는 예능 PD가 많을수록 MBC도 좋고 전체적으로도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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