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두호가 만난 명상가 황도윤, ‘나’를 찾는 수행의 삶
[인터뷰365] 김두호가 만난 명상가 황도윤, ‘나’를 찾는 수행의 삶
  • 김두호
  • 승인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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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다비식에서 무언의 가르침 받아
-명상을 청소년 인성교육의 주요과목으로
명상가 황도윤 원장은 30여 년 째 독창적인 명상의 수련, 수행방법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면서 소리 없이 많은 제자를 양성해 온 명상전문가다./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 IT산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 디지털 기술기업과 인재들이 명상에 심취해 있다는 뉴스가 빈번하게 화제에 올라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다. 명상은 동양 종교의 수련방법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신앙생활을 하는 종교와 무관하다. 한마디로 조용히 자신의 호흡을 느끼며 자기 성찰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심신 수련 활동으로 볼 수 있다.

명상가 황도윤(1960~, 도윤 명상연구원) 원장은 명상분야의 알려지지 않은 고수(高手)다. 30여 년 째 독창적인 명상의 수련, 수행방법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면서 소리 없이 많은 제자를 양성해 온 명상전문가이며 도인(道人)이다. 자신도 젊은 시절에 독자적으로 명상의 경지를 개척한 스승을 만나 수행 방법을 전수받아 명상가의 길로 발을 들여놓았다.

명상의 세계에 인생의 전부를 바치고 살아온 명상가 황도윤 원장에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명상수행의 길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아 인터뷰를 고사(固辭)하는 그를 어렵게 설득해 명상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명상은 현대인의 마음 힐링

황도윤 명상전문가/사진=인터뷰365

-최근 국내에도 명상 센터가 늘어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체인 형태로 지사망을 두고 운영되는 곳도 있다. 명상은 수행방법이 지도하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큰 것 같다. 도대체 명상이란 무엇인가?

명상은 그 세계가 깊고 미묘해서 간단하고 명쾌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크게 둘로 나눈다면 몸과 마음의 안정을 위한 힐링의 명상과 더 나아가 깨달음을 향한 수행의 명상이 있다. 최근 뇌과학의 연구성과에 힘입어 명상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고 세계 여러 나라의 명상 지도자들에 의해 명상이 대중화되고 있다.

-명상은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자세나 장소는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의자에 앉아서 하든 바닥에 가부좌로 앉아서 하든 편안한 자세로 하면 된다. 몸과 마음의 안정을 돕기 위해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고, 조용한 음악이나 그림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자신의 선호에 따라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다.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잡다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떠오르는 생각들을 애써 지우려고 할 필요 없이 그저 흘려보내거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된다. 이때 좋은 방법이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는 것이다.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느낌을 세밀하게 느끼면서 관찰하면 어느덧 생각도 잠잠해지는 것을 알게 된다.

30여년 째 명상가의 길을 걸어온 황도윤 명상전문가(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제자들과 함께 명상을 수행하고 있다./사진=황도윤 씨 제공 

-명상을 하면서 지나온 삶을 성찰하면, 자연스럽게 앞으로 닥쳐올 죽음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죽음도 명상의 주제가 되는가?

물론이다. 나는 ‘나의 장례식’ 이라는 명상 프로그램을 중요시한다. 불교의 장례절차인 다비식을 상상으로 치러보는 것이다. 짧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 위에 자신의 육신을 눕혀놓고 다 타서 한 줌의 재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육신과 함께 자신의 지나온 삶도 사라졌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다음으로 ‘나의 장례식’에 참석한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생각해본다. 누가 가장 슬퍼하는지, 혹시 자신의 죽음을 반기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면, 그동안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성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후회나 원망의 감정들이 모두 덧없게 느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를 내려놓게 된다. 이렇게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남은 생을 살아가게 될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꼭 거쳐야 할 단계이다.

-죽음은 생명과 존재의 소멸을 의미한다. 절망감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은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육신도 바람처럼 사라지게 된다. 죽음에 관한 명상을 하면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내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출발이다. 몸과 마음의 안정을 위한 힐링의 명상을 넘어서 깨달음을 향한 수행의 명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절망감이 아니라 내면의 평화와 잔잔한 행복감을 만나는 길이다.

황도윤 명상가는 젊은 시절에 독자적으로 명상의 경지를 개척한 스승을 만나 수행 방법을 전수받아 명상가의 길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명상은 크게 몸과 마음의 안정을 위한 힐링의 명상과 더 나아가 깨달음을 향한 수행의 명상이 있다"고 설명했다./사진=인터뷰365

-명상에 입문하는 초보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명상의 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나는 명상을 지도할 때 첫 질문으로 ‘당신은 이 세상에 스스로 원해서 왔는가? 아니면 무언가에 의해서 왔는가?’를 던진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즉흥적으로도 하기가 쉽지 않다. 스스로 확신있게 답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직접 그 답을 찾아보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명상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을 관찰할 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올라 집중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생각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뇌는 한 순간도 쉬지 않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생각을 억지로 지우려 하지도 말고, 생각에 끌려가지도 말고 그냥 가만히 바라보는 의식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집중상태가 지속되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낯선 현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영상이 떠오른다거나, 몸의 감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현상들은 모두 내 마음에서 만들어내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역시 여기에 마음을 두지 말고, 그저 가만히 깨어서 바라보는 의식 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이런 의식상태를 ‘마음챙김’, ‘알아차림’, ‘mindfullness’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명상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명상이 종교적 차원의 기도나 묵상과 어떻게 다른가?

큰 틀에서 보면 궁극적인 지향이 다르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거칠게 정리하면 종교는 자신의 외부에 있는 신(神)을 향하고, 명상은 자신의 내면을 향한다고 할 수 있다. 명상의 시작과 끝은 나[我]일 뿐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외부의 대상에 의지하지 않고, 내 안에서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다.

-서양에서도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동양의 명상과 다른 차이가 있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불안함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고자 하는 열망은 다를 바 없다. 다만 명상 지도자가 안내하는 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볍게 시도할 수 있는 명상법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명상의 기본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자신의 감각을 지켜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다. 들숨날숨의 느낌도 좋고, 걸으면서 발바닥이 땅에 닿는 느낌을 지켜보는 것도 좋다. 특히 밥 먹을 때 정신줄을 놓지 않으면 잘하는 것이다. 느낌을 지켜보는 게 익숙해지면 순간순간 느껴지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도 자연스럽게 지켜보게 된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화가 올라오는 느낌과 화를 느끼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아주 잠깐이라도 지켜보게 되면 화를 내더라도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물론 연습이 필요하다.

 황도윤 명상전문가/사진=인터뷰365  

-지켜보는 힘이 어떻게 마음의 평화와 안정으로 연결되는가?

자기를 지켜보는 힘이 어느 정도 길러지면, 어느 순간 지켜보는 대상과 지켜보는 주체가 구분되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지켜보는 대상인 몸의 느낌, 감정, 생각들은 일정한 조건이나 상황이 되면 생겨났다가 사라지지만, 지켜보는 주체는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늘 그대로 있는 것이 진정한 나(我)이다.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 의식 상태를 유지하고 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바로 마음의 평화와 안정이 아니겠는가?

-일찍부터 정신세계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명상가로 이끈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다. 신(神)과 인간의 정신에 대한 궁금함을 품고 성장해 온 내가 명상을 만나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니다. 25살 무렵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성가대 활동도 하며 열심히 다녔다. 그런데 그 교회의 통성기도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결국 교회를 그만 두었다. 그 뒤 어느 날 혼자 기도를 하다가 어떤 영상이 매우 선명하게 펼쳐지는 환시(幻視)체험을 하게 되었는데, 이런 현상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고민을 하던 중에 나의 스승님을 만나게 되었다.

 

무언의 가르침 받은 성철스님 다비식

-스승은 어떤 분인가?

명상가임을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분이 아니었다. 한 때 사업을 하신 분인데 조용히 깊은 경지에서 수도 정진하며 명상가로 일가를 이룬 분이다. 스승님을 만나 뵌 지 얼마 되지 않아 성철스님이 입적하셨다.(1993년 11월 4일) 스승님의 권유로 성철스님의 다비식을 참관하게 되었는데 마지막 사리까지 수습되는 모습을 다 지켜보고 해인사 뒤쪽 길로 내려오는 길이었다. 발걸음을 옮기는데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내 입에서 몇 개의 문장이 소리를 내며 흘러나왔다.

물그릇 깨고 보니, 물 있음이 아니더라 / 그 물 따라 가고 보니, 온 곳 없고 간 곳 없네

눈을 들어 하늘 보니 바람 속에 너 있더라 / 이 몸 따라 가고 보니 어둠 속에 없음이라

날개 달고 올라 보니 그 빛 속에 너 있더라 / 온 우주에 안겼더니 천지만물 말을 하네 / 온 우주를 안고보니 천지만물 나이더라

옆에서 듣고 계시던 스승님께서 여러 번 반복해서 낭송을 해보라고 하셨고, 다 들으시더니 나를 업고 덩실덩실 춤을 추시며 만세를 외치셨다.

-어떤 의미인가?

성철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유명한 말씀을 남기셨다. 집착 없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이름 이전의 것을 보라는 뜻인데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 아마도 다비식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마음 깊은 곳의 울림이 저절로 언어화되어 문장으로 흘러나온 것 같기도 하고, 형체도 없이 떠나신 성철스님이 내 입을 통해 가르침을 주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스승으로부터 어떤 지도를 받았나?

다비식 이후로 본격적인 지도를 받았다. 그 과정은 차마 말할 수 없을 만큼 혹독했다. 스승님께 많은 제자들이 있었지만 나에게 정성을 많이 쏟으셨다. 나 또한 스승님의 가르침을 사명으로 여기고 기꺼이 받아들였다. 스승님은 가끔 ‘똥덩이를 주물러서 금덩이를 만들어 놓았더니, 지가 잘한 줄 아는구나.’라는 말씀을 농담처럼 하셨다. 스승님의 헌신적인 노력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명상을 전파하고 지도하는 입장에서 명상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기를 바라는가?

명상이 조금 더 대중화되고, 청소년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이 인성교육 차원에서 다양하고 폭넓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초등학교 4, 5학년 때부터 아이들에게 명상을 접하게 하면 정서적인 안정감과 집중력뿐만 아니라 인내심과 포용력 등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다. 자칫 방황할 수 있는 사춘기를 큰 무리 없이 지나면서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초 중 고교에 명상이 보급되어 많은 학생들이 명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

또한 노인세대를 위한 명상프로그램도 활성화가 시급하다. 기억력이 점점 상실되고 생각과 행동의 인지기능이 알츠하이머로 일컫는 치매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명상수련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지난 삶을 정리하고 평온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명상이 노인세대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부좌로 앉아서 하는 명상 형태가 아니더라도 춤이나 음악을 활용한 명상 프로그램으로 노년기 심신의 안정을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

명상은 특별한 사람들의 건강 수련방법이 아니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잠시라도 숨결을 가다듬어 가면서 명상을 통해 자기 성찰의 수련시간을 가지면 무리한 욕망과 경쟁의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명상의 대중화는 우리 사회의 화평과 이해를 나누고 돕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명상 운동은 청정한 정신 건강 문화 운동과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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