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갑의] ‘레디, 카메라! 액션!’이두용 감독의 날카로운 지시가 마침내 온 방안에 울려 퍼졌다. <이상한 관계>의 크랭크인 날이었다. 키스, 애무...촬영개시일의 첫 번째 촬영장면 중 첫 번째 슛(Shoot)이었다. 보통의 경우, 크랭크인 장면은 로케이션, 또는 연기자들이나 스태프진이 정신적 부담을 느끼지 않는 가벼운 장면을 준비하여 촬영하는 게 상례였다. 그런데 이두용 감독은 <이상한 관계>에서 크랭크인 장면을 여배우에게 있어서 가장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정사장면을 택하여 슈팅을 했다.
여배우는 스타 이미숙, 상대역에는 한지일이었다. <이상한 관계>에서 이두용 감독과 이미숙은 처음으로 만났다. 당시 이감독이나 이미숙은 둘 다 정상급이었지만, 그전에 함께 영화촬영을 한 일이 없었다. 이미숙과 한지일도 공연한 일이 없었다. 감독과 배우, 배우와 배우들 사이도 서로 낯을 익힌 정도이고 가까운 사이라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촬영첫날 첫 슛부터 베드신을 촬영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영화촬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낯선 사람들인데 그 분위기에서 여배우가 대뜸 정사장면을 연기하기란 보통의 배짱이나 연기력이 없이는 하기 힘든 장면이다. 그러나 이미숙은 이두용 감독의 의중을 꿰뚫기라도 하듯 의연하게 그 장면을 거의 NG없이 해내고 있었다. 베드신은 20여 쇼트로 나뉘어 촬영을 했는데 다른 스태프와 연기자들은 왜 하필 크랭크 인 장면을 베드신으로 정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침묵한 가운데 자신들의 일에만 열중했다.
잡담도 없었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없었다. 이미숙도 내심으로는 ‘크랭크인에 베드신이라니····, 감독이 내 기를 꺾고 골탕을 먹여 볼 생각인가 본데 내가 누구냐, 톱스타 이미숙이다!’라고 독한 마음을 먹었는지 감독이 요구하는 연기를 척척 해냈다. 20여 쇼트가 거의 촬영될 무렵, 잠시 다음 촬영준비를 하느라고 정원 쪽에 나와 담배 한 대를 피우던 이감독이 싱긋 웃었다.
“이미숙, 역시 보통이 아닌데... 역시 스타야. 다른 감독들 하고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처음 만나 일 하는 거라 콧대를 꺾어 놓으려구 베드신을 잡았는데 불평 한마디 없구... 내가 졌어! 하하하...”
이두용 감독은 아주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속에는 <이상한 관계>가 이 감독의 계산대로 만족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들어있었다. 크랭크인에서 도리어 감독의 콧대(?)를 꺾은 이미숙은 <이상한 관계>에서 멋진 연기를 해냈고 그 진지한 자세로 스태프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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