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인터뷰] '세계 외국인 말하기 대회' 대상 후쿠시마 아키 "한국어에서 어머니의 친근함 느껴"
[365인터뷰] '세계 외국인 말하기 대회' 대상 후쿠시마 아키 "한국어에서 어머니의 친근함 느껴"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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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감싸준 한국 친구들에게서 '한국인의 정' 느껴
-오사카 대학 재학 중 3년간 한국어 강의 들으며 공부…졸업 후 연세대 국문과 편입
-한국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팬…시네마톡과 활기찬 부산국제영화제 인상적
-상금으로 원고 작업 도와준 한국 친구들에게 맛있는 밥 사고파
후쿠시마 아키/사진=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14일 오후 2시 경희대학교 크라운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한국어 실력을 뽐내고 있는 후쿠시마 아키 씨. 올해 대회는 ‘내겐 너무 특별한 한국’과 ‘평화의 길, 더불어 사는 세상’을 주제로 진행됐다. 아키 씨는 58개국, 1316명의 지원자 중 대상을 차지했다./사진=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한국은 일본에서는 상상치 못한 가족 같은 친절함과 따뜻함이 있어 저를 온정으로 ’감싸는’ 느낌이 듭니다."  

일본인 후쿠시마 아키 씨가 능숙한 한국어로 또박 또박 말했다. 아키 씨는 14일 오후 2시 경희대학교 크라운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쟁쟁한 한국어 실력의 16명의 본선 진출자 중 1등을 차지했다. 

앞서 열린 예심에는 58개국, 1316명의 외국인들이 지원했으며, 이 중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58명의 참가자들이 지난 4월 예선을 치렀다. 최종 본선에는 82.25: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일본·중국·프랑스·러시아 등 13개국, 16명의 참가자가 무대에 올랐다.

세종대왕 탄신 600주년 기념으로 1998년부터 개최된 '세계 외국인 말하기 대회'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한국어 축제다. 매년 봄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이 주최하는 본 대회는 올해로 스물두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그동안 세계 70개국, 1만여 명의 외국인들이 참여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은 매년 2개의 공통된 주제에 대해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들을 펼친다.  

올해 개최된 ‘제22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내겐 너무 특별한 한국’과 ‘평화의 길, 더불어 사는 세상’을 주제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날 참가자들은 각각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실감 나는 연기력, 다양한 소품, 하트모양 동작 등 화려한 무대 매너로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객석을 가득 채운 학생들과 세계 각국의 응원단들은 참가자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힘찬 박수와 함성을 쏟아내며 응원했다.  

이날 대상과 150만원의 상금은 가장 마지막 참가자로 '싸는 문화, 한국'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일본인 유학생 후쿠시마 아키 씨가 차지했다. 아키 씨는 한국인들의 따뜻한 '정'을 음식을 쌈에 싸서 먹는 식문화에 유쾌하게 비유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키 씨는 대상 수상 직후 가진 <인터뷰365>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후쿠시마 아키/사진=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14일 오후 2시 경희대학교 크라운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후쿠시마 아키 씨(사진 오른 쪽)/사진=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가장 마지막 무대에 올라 우승을 차지했다. 다른 참가들의 발표는 어떻게 봤나.

내가 평가를 한다는 건 말도 안되지만, 먼저 발표한 15명의 참가자의 발표 실력이 훌륭하고 내용도 흥미로웠다.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대상을 받게 돼 기쁘다. 좋은 경험이었다.

-상금은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가?

한국 친구들이 대회를 준비할 때 원고도 고쳐주고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일단 그 친구들과 맛있는 밥을 먹을 계획이다.(웃음)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캐나다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됐는데, 그 친구의 한국어가 어머니의 고향인 후쿠이 사투리와 비슷하게 느껴져 친근감을 갖게 됐다. 구체적인 단어나 발음보다는 억양이 비슷하다. 말을 시작할 때 저음에서 시작되는 부분이 특히 비슷하다고 느꼈다.

-한국어 실력이 좋은데 어느 정도 공부했나?

6년 전 쯤 부터 시작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대학을 다닐 때 3년 동안 제3외국어로 한국어 수업을 들으며 꾸준히 공부했다.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

한국어를 공부하다 보니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유학을 결정했다. 한국에 온 지는 2년째인데, 연세대학교 3학년으로 편입해서 지금 4학년에 재학 중이다.

후쿠시마 아키/사진=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14일 오후 2시 경희대학교 크라운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후쿠시마 아키/사진=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전공을 국어국문학으로 정한 이유는?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표면적인 언어 공부, 즉 단순히 단어나 문법을 외워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역사적인 뜻이 궁금했다. 단어가 만들어지는 과정, 어떤 식으로 바뀌면서 오늘날 사람들이 쓰는 언어가 됐는지 더 깊이 있게 알아보고 싶어서 국어국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한국 문화를 (감)'싸는 문화'라고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어떨 때 한국인의 정을 느꼈나.

혼자서 자취를 하고 있는데 정말 즐겁게 생활하고 있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있다 보니 가끔은 무작정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한국 친구들이 많이 챙겨주고 응원해준다. 외국인이고 유학생이지만 친구들 사이에 있을 때 따뜻한 정을 느끼고, 그들이 나를 감싸주고 있다는 공동체 의식도 느낀다. 한국의 음식 문화가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처럼 한국의 고유한 '정'을 잘 지켜내고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유학 생활중 가장 즐거웠던 경험이 궁금하다.

정말 많아서 한가지만 고르기가 어렵다. 한국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번씩 갖는 독서모임 시간이 정말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다. 또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방문했던 부산도 굉장히 좋았다. 활기찬 분위기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후쿠시마 아키/사진=인터뷰365
14일 오후 2시 경희대학교 크라운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후 활짝 웃고 있는 후쿠시마 아키 씨/사진=인터뷰365

-일본에 소개하고 싶은 한국의 문화가 궁금하다.

한국분들은 다양한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고, 영화를 보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마톡' 문화가 부럽기도 하다. 감사하게도 일본 영화가 한국에서도 많이 개봉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를 보고 진행된 시네마톡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당시 시네마톡을 진행한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해설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 뒤로 이동진 씨가 진행하는 '빨간책방'이라는 팟캐스트도 듣게 됐다. 이동진 씨를 일본에 소개하고 싶고 일본에서도 유명해지셨으면 좋겠다. 정말 팬이다.(웃음)

-대회를 마친 소감을 전한다면.

한국어를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어렵고 깊이 있는 언어라고 날마다 피부로 느끼고 있다. 좀처럼 늘지 않는 한국어 실력에 실망할 때도 많았으나, 더욱더 한국어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한국어와의 만남에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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