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우리영화 100년 사상 1편을 리메이크한 감독은 '꿈'과 '육체의 길', '장화홍련전', '두아들', ' 초우'가 있지만 두 작품을 리메이크한 사례는 108편을 연출한 명장 김수용 감독이 유일할 뿐이다.
1967년 문예영화의 포문을 연 '산불'은 1962년 '현대문학'에 게재된 차범석 희곡으로 명동 국립극장에서 공연하였다.
'산불'은 1967년 신봉승 각색으로 대나무로 유명한 전남 담양에서 올 로케를 했다. 1950년 여름 6·25전쟁으로 산골 대밭 마을의 남자들이 빨치산에 끌려간 후 점례(주증녀)와 사월(도금봉)이가 이곳에 은신한 인민군 탈영병 규복(신영균)을 둘러싸고 대나무밭 토굴에서 한계 상황의 본능적인 욕망과 비극적 파국을 밀도있게 그렸다.
특히 라스트 씬에서 대밭이 불타며 마을 사람들이 절규하는 가운데 점례는 짐승처럼 울부짖는 규복을 구하려다가 함께 죽는 모습은 전쟁의 비극을 압축해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10년후인 1977년 제작 김태수와 김수용 감독이 전편과 동일한 촬영지에서 규복 역의 신성일과 점례 역의 선우용녀 그리고 사월 역의 전계현을 기용하여 우수영화를 겨냥해 리메이크하기도 했지만 10년전의 평가엔 도달하지 못하였다.
1965년 5월5일 어린이 날에 개봉한 김수용 감독의 '저하늘에도 슬픔이'는 이윤복 수기를 영화화했다.
대구 명덕초등학교 5학년의 윤복군이 집세를 못내 폐인이 된 아버지와 어린 세 동생과 함께 변두리 움막집으로 이사해 껌팔이를 하며 생활전선에서 동심을 보낸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학대로 집을 나간 엄마를 그리워하며 일기를 쓴 것을 교사(신영균)가 발견하여 윤복(김천만)과 함께 정리해 출판사에서 간행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다. 아버지(장민호)는 크게 뉘우치고 집을 나간 엄마(주증녀)도 돌아와 스윗트 홈을 이룬다.
1984년 김수용 감독은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새로운 시각에서 '저하늘에도 슬픔이'를 두번째로 리메이크 하여 '그때 그 눈물, 그 감동, 그 사랑'이란 선전문안으로 20년전의 감흥을 재현시키려 했으나 리얼리티 부족으로 감동을 보지못하고 말았다. 윤복 역의 이만성과 교사 역의 서인석의 열연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때 비참한 남한사회의 실상을 스크린에 보인 '저하늘에도 슬픔이'는 북한 공작원이 속초를 통해 필름을 가져가 처절한 모습을 북한주민에게 선전용이 되어 상영금지가 되기도 했다. 최근 영상자료원에서 필름을 입수, 특별 공개해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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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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