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인터뷰] 드라마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 "미장센의 비결은 자발적 아이디어의 산물"
[365인터뷰] 드라마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 "미장센의 비결은 자발적 아이디어의 산물"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9.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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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부작 드라마 '리틀 드러머걸'로 생애 첫 드라마 연출 "원작 온전히 담고 싶어 드라마 선택...영화처럼 찍어"
-2018년 영국 BBC와 미국 AMC 방송 당시 세계 언론 호평 받아
-난 여전히 '구식감독'...그래도 우선 순위는 극장용 영화 
영화가 아닌 6부작 드라마 '리틀 드러머걸'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사진=왓챠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박찬욱 감독(1963~)이 영화 '아가씨' 이후 3년만에 후속작으로 돌아왔다. 영화가 아닌 6부작 '드라마'다. 게다가 '영화관'이 아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를 통해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이러한 행보에서 엿볼 수 있듯 박 감독은 늘 변화에 과감히 도전하는 스타일이다. '올드보이(2003)'로 이듬해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영화 '아가씨'(2016) 등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스토리와 특유의 매혹적인 미장센으로 다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거장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에는 할리우드로 건너가 '스토커'(2013)를 연출했고, 그해 '설국열차'를 제작하며 활동 영역을 해외로 확장했다.  

그러나 드라마 연출은 그에겐 처음이다. 생애 첫 드라마 연출에 도전한 작품은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1983년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리틀 드러머걸'이다. 박 감독은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온전히 담고 싶다는 마음에서 영화가 아닌 6부작 드라마로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 시절부터 존 르 카레의 오랜 팬이었던 박 감독은 원작 소설을 읽은 후 판권을 가진 제작사 잉크 팩토리에 연출 의사를 전하면서 성사됐다. 이 작품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된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요원들의 숨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 방영 당시 "박찬욱 감독의 놀라운 TV데뷔'(IndieWire), "모든 것이 찬란하고 아름답다. 스파이물에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리시하면서 관습적이지 않은 표현들이 녹아들었다"(The Guardian), "대담하고 대범하며 흥미롭다"(Mirror)등 세계 언론의 호평을 받았으며, BBC 측 역시 만족감을 드러냈다. 

29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 플레이'를 통해 국내 공개된 '리틀 드러머걸-감독판'은 방송판을 재편집한 작품이다. 방송판에서 방송 심의 기준과 상영시간 제한에 따라 제외된 다수의 장면이 포함됐고, 음악과 색, 카메라 앵글 하나까지 박찬욱 감독의 연출 의도를 온전히 담아냈다. 

다음은 '리틀 드러머걸' 공개에 앞서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박찬욱 감독과의 일문일답. 

박찬욱 감독/사진=왓챠  

 

원작을 온전히 담고 싶어 드라마 선택...드라마도 영화처럼 찍었다

극장에서 만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워

-6부작 '리틀 드러머걸'로 첫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드라마 작업을 해보니 어떻던가. 

아쉽게 잘라내야 하는게 별로 없었던 점이 좋았다. 원작 속 어떤 부분이 좋아서 각색을 했는데, 막상 각색을 하다보면 사라질 때도 있다. 영화 '박쥐'를 만들때도 원작 소설을 읽을 때 좋아했던 부분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정작 시나리오를 쓸 때는 상영시간을 고려하다보니 못 넣겠더라. 이번에는 드라마는 시간이 충분하니 그런 일은 없었다. 다 찍어놓고 편집할 땐 대게 조금씩 삭제를 하는데, 편집시 희생되기 쉬운 조연들의 분량을 이번엔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다.

다만 극장에서 만날 수 없다는 점은 아쉬더라. 그러나 영화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기술적인 부분도 영화관의 큰 화면에서도 틀 수 있는 정도의 수준으로 만들었다. 요즘은 가정에서도 스크린이 큰 TV들이 있으니까.  

-앞서 극장 스크린을 통해 6편 전편을 상영하는 시사회도 진행했는데. 소감이 어떻던가.  

전편을 극장에서 관람한 경우는 처음이다. '방송판'이 이미 일단락 된 후 다시 '감독판' 작업을 두달 넘게 해서 끝냈다.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작업했는데 막상 극장에서는 보지 못했다. 런던 영화제에서도 '방송판'으로 1, 2화만 봤다. 드라마 감독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는 것만으로 내겐 '사건'이다. 전편을 극장에서 보고난 후 비로소 작업이 끝났다는 실감이 들더라. 영화제가 아니고서는 시리즈 전체를 극장에서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나. 관객들 역시 흔지 않은 희귀한 체험을 하셨을 것 같다.

박찬욱 감독/사진=왓챠 

-이 작품은 '스파이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존 르 카레의 동명소설(The Little Drummer Girl)을 원작으로 한다. 1970년대 이야기이기도 하고 빠른 템포의 액션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들이 보면 친숙치 않을 수도 있다. 영화화를 결심하게 된 원작의 매력은. 

원작 소설은 첩보스릴러라고 하더라도 액션이 그렇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총 싸움도 거의 없다. 마지막에 조금 나오는데 그것도 통쾌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이런 점들이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추격전이나 총싸움, 몸싸움 대신 긴장을 불어넣고 서스펜스 쪽에 더 관심을 기울인 작품이다. 감정의 소용돌이, 관계에서 오는 다이다믹함과 심리전 등이 펼쳐진다. 서로 속이고 상대방을 속이다 못해 스스로가 속게 되고, 자신의 감정까지도 혼란스러워한다. 이런 점에 반했다.

-각색을 한국적인 상황으로 담아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원작 속 그 지역성을 고려하지 않고선 상상이 안됐다.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영국의 개입과 간섭, 지원 이런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스토리라서 그 무대를 그대로 가져가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만 이런 역사를 겪은게 아니구나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제국주의 유럽 열강들의 게임 속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나라가 어떻게 영향을 받고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비교가 가능하다. 

드라마 '리틀 드러머걸' 스틸 컷/사진=왓챠

원작자 존 르 카레 아들 프로덕션과 작업 

4달간 촬영·제작비 450억...방영 후 BBC 측 '엄지척'

-한국에 소개되기에 앞서 지난해 BBC 방송에서 방영되서 큰 인기를 모았다. BBC와는 어떻게 손 잡게 된 건가. 

내가 직접 BBC와 접촉 한 건 아니다. 존 르 카레 선생의 두 아들이 아버지 작품들을 가지고 영화와 TV드라마를 제작하는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방송사와 연결한 거다. 전 이 프로덕션과 연락해 일을 맡게 된 거고. 이번 작품에 앞서 그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존 르 카레 선생의 '나이트 매니저'란 작품이 BBC와 성공리에 방영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 역시 6개 시리즈란 똑같은 포맷으로 BBC 방송이 확정된 상태에서 제작에 들어갔다. 

-제작비 규모는 

BBC는 예산이 짜기 때문에 좀 걱정을 했다. 하하. 450억원 정도였다. 처음엔 더 적었는데 촬영 시작 직전에 좀 증액 됐다. TV드라마치곤 합리적인 수준의 예산이다. 촬영 기간은 4달 이었다. 

-예산 증액 배경이 궁금하다. 박찬욱 감독이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예산이 높아진건가.(웃음)

하하. 그건 아니다. 각색이 다 끝나고 면밀하게 계산해서 올렸더니 BBC측도 '나이트 매니저'보다는 예산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나이트 매니저'의 시대 배경은 현재였다. 영화의 배경이 10년을 거슬러 올라갈 때마다 모든 걸 새로 만들어야 되니 예산이 껑충 뛰게 되어 있다.   

-방영 후 BBC측의 반응은? 

아주 좋아한다. 만족해하더라. 

'감독판' 버전 OTT 왓챠 통해 선봬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은 현실...왈가왈부할 문제 아냐

 난 '구식감독'...그래도 우선 순위는 극장용 영화 

-이 드라마가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업체 '왓챠 플레이'에서 선보인다는 점도 화제였다. 상영 플랫폼에 대해선 오픈 마인드인가.

그렇다. 꼭 하고 싶고 긴 상영시간을 필요로 하는 꼭 하고 싶은 작품이라면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중 '왓챠 플레이'를 선택한 이유는.

영국의 프로덕션에서 해외 여러 곳의 판매를 담당하기 때문에 내가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 다행히 왓챠 플레이에서 '감독판'을 서비스해주겠다고 하니 나로선 고마운 일이다. 

드라마 '리틀 드러머걸' 촬영 현장에서 박찬욱 감독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영화의 경우 이 작품이 영화냐, 아니냐는 논란도 여전하다. 

왈가왈부 할 문제 조차도 아닌 것 같다. 대세로 굳어져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창작자나 영화제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바람직하냐 아닌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가는건 현실이니까. 한국에 산이 많으면 거기에 맞게 사는거고, 사계절이 뚜렷하면 거기에 맞춰 사는 것 아닌가. 

다만, 극장에서 공개를 못한다는 건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슬픈일이다. 내 경우엔 플랫폼을 선택할 경우 죽어도 못견딜 정도가 아니면 극장용 영화를 우선시 할 것 같다. 나처럼 구식이 아닌 감독들은 다르겠지만. 하하.

-영화관은 박 감독에게 어떤 의미인가. 

영화관에선 중간에 다른 걸 안하고 집중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저만 해도 태블릿PC로 볼 때 이것 저것 하게 된다. 창작자 입장에서 보면, 화면과 소리를 어느정도까지는 영화관 규격과 기준에 맞춰서 틀게 되는데, 티비나 스마트폰에서 볼 때는 작지만 차이가 있다. 몇달 간 죽을 둥 살 둥해서 그 미묘한 컬러감의 차이를 만들고, 작은 소리라도 어느 스피커에서 어떻게 들리느냐 가지고 목숨을 걸고 일 하는 입장에서는 허망한 일이다. 

드라마 '리틀 드러머걸' 촬영 현장에서 박찬욱 감독/사진=왓챠 

-이 영화 역시 영화관에서 개봉하지 못한 점이 아쉬울 것 같다. 

마음을 비워야 되는데. 하하. 다만 위로를 삼는 건 저 역시 남의 작품을 TV나 태블릿PC로 종종 보는데, 그래도 좋은 작품은 어떻게 하더라도 좋더라. 그런 걸로 아쉬움을 없앤다. 

작은 화면에서 보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대충 만들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이지만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선 더 잘 만들어야 한다. 영화관과는 달리 집에서 집중을 하기 위해선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 집중할 수 있도록 관객을 자꾸 끌어당겨야 한다. 그러니 더 잘 만들어야 할 수 밖에 없다. 

박찬욱 표 미장센의 비결은 자발적 아이디어들의 산물

-'감독판'은 2018년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앞서 공개됐던 작품과 차이가 있다. '감독판'과 '방송판'은 완전 다른 버전이라고 말했는데, 어떤 점이 차별화됐나. 

한 마디로 말하기가 어렵다. 음.. 편집상의 큰 차이는 하도 많아서 어디서 부터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감독판1화의 경우 이스라엘 정보국의 '쿠르츠'가 독일 정보부의 '알렉시스' 박사에게 자기와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 '칼릴'의 긴 전투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칼릴의 네 형제 중 두 형제를 자기가 어떻게 제거했는지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의 연기와 대사를 내가 아주 좋아하는 부분인데, 방송판에서는 없다.

또 6화에서는 '찰리'가 갖고 다니는 시계라디오가 있는데 굉장히 중요한 결정적 소품이다. 이 시계라디오의 배터리를 어떻게 빼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그 장면을 언제 보여주느냐도 다르다. 감독판은 뒷 부분에 회상으로 보여주는 반면, 방송판에서는 앞 부분에 현재 시점으로 보여주는데, 아주 결정적인 차이다. 

이외에도 오스트리아에서 테러 조직 한 명을 쫓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드넓은 평야 같은 곳에서 몸싸움을 하면서 체포하는 장면이 있다. 롱테이크로 길게 찍어서 재미있고 특이 했던 액션신이었는데 길어서 방송판에서는 넣지 못했다. 방송시간 제한으로 뼈아프게 편집을 해야했던 장면이 몇 있다. 

-전작인 '박쥐', '아가씨' 등에서 잔혹하면서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였는데, 이번 작품 역시 '박찬욱스러운' 매혹적인 영상미와 미장센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는가. 

시청자들에게 1970년대말 분위기를 그럴 듯하게 보여야 하는게 중요했다. 단순히 고증에 입각해서 그럴듯 함만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미술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미술 감독이 영국 이주 가정에서 자랐는데, 어머니는 체코, 아버지는 유고 출신이다. 드라마를 보면 체코와 유고가 나온다. 여행을 많이 다녀서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모습도 잘 알고 있더라. 이를 테면 로케이션 담당자들로 부터 현지 사진을 받으면 "레바논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고 지적하더라.

의상 역시 신경썼다. 찰리(플로렌스 퓨)란 캐릭터는 활력이 넘치고 용기있는 배우인데 호기심이 많다. 같은 존 르 카레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일련의 냉전시대 작품들은 직업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늙고 교활하고 골방에서 작전을 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작품은 직업 스파이가 아닌 심지어 배우이고 젊은 여자다. 이런 활기가 필요했다.

드라마 '리틀 드러머걸' 찰리(플로렌스 퓨)와 가디베커(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스틸 컷/사진=왓챠 

이런 캐릭터에 맞게 색상도 눈에 튀는 비비드(원색)한 색을 많이 쓰려고 했다. 그리고 그 당시엔 산업디자인이 멋졌던 시대였는데, 자동차만 하더라도 아름다운 예술품이었다. 전화기나 램프만 봐도 대담한 색을 많이 쓰고 디자인도 아름다웠던 시기였다. 이런 면들을 많이 보여주려고 했고, 이런 점들이 드라마의 생동감을 많이 불어넣어줬던 것 같다. 

(선악구조의 전형적인 첩보물이 아닌 인물의 관계와 심리를 통해 이중성을 정교하게 드러낸 이 영화는 팽팽한 긴장감, 장면마다 클래식하면서도 감각적이고 강렬한 미장센을 선보인다. 국제를 무대로 한 첩보전의 원작을 담기 위해 영국, 그리스, 체코 3개국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특히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의 압도적인 야경이 담긴 나이트 신은 역사상 최초로 진행된 촬영이다.)

-미장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박찬욱표 미장센'의 비결을 알려달라.

우선 좋은 미술 감독과 촬영 감독을 선발해야하겠죠. (웃음) 그리고 그 사람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서 북돋아준다. 여기에 감독은 전체를 보는 비젼을 갖고 있어야 한다. 비전을 제시해서 그 안에서 그들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협업 하는거다. 이게 감독이 하는 일이다. 디테일에 있어서도 나도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발전시키고 구체화 시킨다. 이런 작업의 재미를 알고 즐거워하면 된다. 

강한 여성 주인공 영화에 더 많이 끌려

영화 '박쥐'(사진 왼쪽) 태주, '아가씨'에서 히데코와 숙희 스틸 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리틀 드러머걸' 여주인공 찰리(플로렌스 퓨) 스틸 컷/사진=왓챠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선 살인혐의로 복역 후 복수를 꿈꾸는 여자 '금자', 그리고 '박쥐'에선 뱀파이어가 된 여인 '태주', 영화 '아가씨'에선 속내를 감춘 아가씨 히데코와 하녀 숙희란 독특한 여성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영화 속 '찰리' 역시 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캐릭터다. 여성 중심의 영화가 많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여성중심의 영화를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진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으니까 그렇게 된거겠지만, 하다보니 된거다. 사이 사이 준비하다가 미뤄진 작품들도 몇 있고, 여기엔 남성 중심의 영화들도 있다. 사실 운이다.(웃음) 다른 감독들보다는 강한 여성 주인공 영화에 더 많이 끌리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주인공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영화 '레이디 맥베스'(2017)를 너무 좋아했다. 이 작품의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을 너무 좋아해서 플로렌스 퓨를 만날 때 감독도 함께 만났다. 드라마 속에서 '찰리'가 버나드 쇼 작품의 잔다르크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데 그 장면 리허설도 그 친구가 연출 한거다. 내가 연출을 시켰다.(웃음) 우정 연출을 해주셨다. 그리고 '레이디 맥베스'란 영화를 떠나 플로렌스 퓨의 연기는 탁월하다. 나이는 어린데 표정이 성숙한 배우다. 활력 넘치는 배우는 많아도 가라 앉으면서도 큰 표정의 변화 없이도 여러 감정을 잘 표현 하는 그런 배우는 드물다. 

박찬욱 감독/사진=왓챠

-황석희 번역가가 이번 작품의 번역 작업에 참여했는데. 

여러 날 동안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황석희 선생이 전체 번역을 한 이후 제가 검토하면서 고쳤다. 워낙 복잡한 이야기고, 시대적 배경도 국제정치 역학관계 등 다양한 스토리들을 알아야 하는게 많아서 배경 설명을 들려줬다. 황 선생은 정말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더라. 영어 표현을 글자수 제한 속에서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한국어 표현을 찾아내는데, 놀랄 만한 재능이더라. 여러번 감탄했다. 늘 프로와의 일은 즐겁다.

내게 영화란 '직업'...프로페셔널하고 유능한 직업인으로 남고 싶어

-여러 각색 작품을 선보여왔는데. 쓰고 있는 오리지널 극본이 있다면.

여러 준비 중인 작품 중에 그런 것도 있다. 수사드라마이면서도 동시에 로맨스 영화다.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 생각하고 있다. 

-박 감독에게 영화는 무엇인가. 

직업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프로페셔널한 직업인으로 자기 일을 제대로 하는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 허세나 자의식 과잉상태에 빠지지 않는 것. 그리고 주어진 일을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정확하게 이끌어내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박 감독을 보며 영화 감독의 꿈을 키우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영화 감독이 되는게 힘들기도 하지만 많은 운도 필요하다. 선뜻 권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제일 부러운 사람이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다. 하하. 이런 예술 분야는 퇴근을 해도 한게 아니고 휴가라는 것도 정확히 없다. 이런 인생을 살아야 한다. 젊을 때는 일하는 재미가 있어서 잘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 만만치 않다.(웃음)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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