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대중화의 전사들 ‘콰르텟엑스’
클래식 대중화의 전사들 ‘콰르텟엑스’
  • 김우성
  • 승인 200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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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도 충분히 대중적일 수 있다고 믿는, 젊은 현악 4중주단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33세)이 이끄는 현악 4중주단 <콰르텟엑스>는 파격적 행보로 주목을 받아 온 클래식 연주자 그룹이다. 그들은 고풍스러운 연주자 프로필 대신 대중가수 콘서트 못지않은 포스터로 자신들을 알린다. 그런가하면 각 클래식 곡마다 나름의 제목을 붙인다. 차이코프스키 현악4중주 3번이 ‘파리에서의 눈물’로 소개되는 식이다. 그렇게 그들은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윤이상 등 작곡가의 곡들을 하나씩 새로운 해석으로 접근해 나간다. 공연의 방식뿐 아니라 공연 장소에 대해서도 <콰르텟엑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지하철역이든, 산간 오지든 그리고 소년원이든.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들은 어디든 바쁘게 뛰어다닌다. 오페라와 클래식공연의 전문 제작자인 필립크리에티브의 정 욱 대표는 <콰르텟엑스>를 ‘클래식 대중화 그 최전선에 서있는 전사(戰士)들’ 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콰르텟엑스>가 오늘 선 무대는 주로 락 음악의 공연이 펼쳐지는 홍대 앞 ‘KT&G 상상마당’ 이었다.


<콰르텟엑스>. 정확히 어떤 팀인가요?

‘클래식의 대중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클래식의 대중화가 많이 시도 되었지만 처음부터 다시 생각을 하고 싶었죠. ‘진정한 대중화가 어떤 것인가’하는 문제를 가지고 현악4중주를 통해 실험을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악4중주 자체가 일반 클래식 쪽에서도 가장 대중화가 더딘 분야거든요. 이러한 실험이 성공을 한다면 같은 방식으로 클래식 전반에 걸쳐 대중에게 가까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냥 대중적이지 않으니까 대중화를 시켜보자’가 아닙니다. 애호가이거나 전공을 했을, 클래식을 겪어본 사람들은 자신이 느낀 만큼 남들에게 똑같이 전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너무 좋은 것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진짜 좋은 것들이거든요.


음악에서든 형식에서든 다양한 그룹들이 있습니다. 콰르텟엑스만의 차별화된 점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어느 한 쪽을 타깃으로 잡지 않습니다. 포괄하는 것이죠. 그것이 우리의 색깔입니다. 밥을 먹는데 편식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나온 것이고요. 저희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역시 ‘클래식 현악4중주’ 만으로 편식하지를 않기 바라고 있습니다.


연주를 들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또 한편으로는 가장 많이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고요.

문화로 밥 먹고 살아간다는 것. 가장 행복한 직업에 있는 사람들이죠. 저희를 봐주시는 분들은 항상 ‘저 사람들 너무 행복해 보인다.’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실제로 대부분의 예술가는 그러지 못합니다.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저희가 전업으로 뛰어든 것입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습니다. 특히 4중주 같은 경우는 이것을 너무 좋아해서 시작은 하는데 돈벌이가 되지 않으니까 교수를 하고 있거나, 오케스트라를 하고 있었고, 레슨을 하는 등 다른 무언가를 계속 같이 했어야 했습니다. 그것을 포기하고 여기에 뛰어들 만큼의 가치를 생산해내자는 것입니다.






문화 소외계층을 자주 찾아다니십니다. 어떤 계기였습니까?

기업의 후원을 받아서 하는 연주도 있고, 좋은 일을 같이 하자는 제의도 많았고요. 저희가 스스로 계획한 행사도 많습니다. 전업이라는 것이 다른 일을 하지 않고도 이어갈 수 있는 무언가, 즉 돈벌이뿐만 아니라 원칙이 있습니다. 저 무대에 우리가 서야 할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정말 최소 규모로 마이크나 스피커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4중주단입니다. 그래서 섬마을도 다녔고, 제일 기억에 남았던 곳은 목포 ‘결핵병원’이었습니다. 그분들은 클래식을 잘 모르시는 연세 많으신 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음악이 통한다는 것. 그 부분에서 저희가 자부심을 갖고 더 찾아가는 것입니다. 찾아오기 힘든 분들이 앞으로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다니려고 합니다.


목포 결핵병원 얘기를 하셨는데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기억에 남았던 공연이 많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전에 한 번 청소년 보호 감호소에서 연주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학교라고는 이름 붙어 있지만 쇠창살이 붙어있는 학교입니다. 전에 그런 곳을 가본 적이 없었으니까 입구부터 긴장을 하고 들어갔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서자 더욱 긴장이 되는 것입니다. 무대 앞에 머리 짧게 깎은 학생들이 시커멓게 앉아 있는데 처음엔 어두웠죠. 그런데 한 곡 한 곡 연주가 끝날 때마다 그렇게 굳어있던 학생들 얼굴들이 서서히 밝아졌습니다. 시끄럽게 떠들고 반말까지 했던 학생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나중에 연주가 끝났을 때 ‘형, 누나 고맙다’, ‘다음에도 꼭 와 줘야한다’는 말을 들으니까 이건 그냥 단순히 연주가 아니라 연주를 듣고 변화하는 그들로 인해서 오히려 저희가 더 큰 감명을 받고 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연주 끝나고 돌아간 후 학생들이 편지를 30통 모아서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하하.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잊지 못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기억도 있고 또 맹아원을 찾아간 적이 있는데요. 앞을 못 보는 친구들인데 저희 음악을 듣고 느낀 바를 글로 표현해서 편지를 보내왔는데 그 표현이 고등학생의 문장력이 아니었습니다. 기성 작가들이나 평론가들 이상으로 저희에 대해서 굉장히 표현을 잘해주었고 그렇게 저희는 또 감명을 받았습니다.






가죽코트를 입고 찍은 포스터 등을 보았을 때 얼핏 시각적인 파격을 우선시하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근데 음악의 참된 의미를 찾고 계신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은 그게 사람이 그렇지 않습니까. 밥도 먹을 때 식사 예절도 좋아야 하지만 대화도 하면 좋은 것이고. 우리가 클래식 음악을 한답시고 너무 음악에만 열중을 하다보니까 이 클래식 음악계가 많은 것을 놓쳤습니다. 당연히 발전되어야 될 것들. 예를 들어 마케팅 부분, 포스터 부분, 홍보, 강연, 문구, 저술 등의 부분들을 잃어버린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좋은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다가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자가용의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나라에서 대중화가 되지 않은 차가 있나요. 워낙 마케팅을 잘하고. 어려운 복잡한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게 디자인 되어서 나오고.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에게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인식을 시켜주는 것입니다. 클래식의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 부분을 함께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지 저희가 남들보다 다르게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콰르텟엑스>의 공연을 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은 팀명이나 외적인 분위기에서 오해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의도한 오해입니다. 그렇게 오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고요. 분명히 포스터 보고 대중음악 팀인 줄 알고 공연장에 왔는데 클래식을 연주하고. 또 연주를 듣고는 싫어하지 않고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팀명은 원래 <콰르텟엑스>가 아니었다. 처음엔 ‘이자이 현악4중주’였다가 실제 이자이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였고 그래서 바꾼 팀명은 유사한 팀명을 썼었던 (지금은 은퇴한)선배 음악가들이 사용을 못하게 했다. 특히 이 젊은 4명의 연주자가 자신들의 제자도 아닐 뿐더러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그래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아무도 쓰지 않고 독특한 이름을 만들자’ 고 의견이 모아졌다. 처음 ‘엑스’라는 이름을 들고 나왔을 때에도 클래식과 너무 맞지 않다는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4명의 연주자가 나아갈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지고 난 후였기에 <콰르텟엑스>라는 이름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음악기호 ‘더블 샵’과 닮은 엑스는 결과적으로 이들과 대중 사이를 음악적으로 밀착시키는 훌륭한 연결고리가 된 셈이다.



나중에서야 느끼게 된 것이지만, 학교 다닐 때를 돌이켜 보면 교과서 내용 하나하나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유용한 상식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당시에는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포기하고 넘어간 것들은 평생을 모른 채 살아갈텐데 말입니다. 클래식 왜 들어야 할까요?

저희가 클래식을 해서가 아니라 어떤 음악을 들어보면 정말 신체적으로 전율을 느끼고 ‘내가 이런 곡을 왜 몰랐을까. 죽기 전에 들어봐서 다행이다.’ 하는 곡이 엄청나게 많은데 어떤 이유에서든지 모르고 지냅니다. 그것이 교육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다른 부분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외국어교육을 비롯하여 주요과목 강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는 안하지만 그 것들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클래식과 같은 것들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인간이 못할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걸 죄악이라고 표현합니다. 신이 주신 선물을 배제하려는 그런 문화로 점점 가고 있습니다.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콰르텟엑스>가 가고자 하는 길. 멀어 보입니다.

30년, 40년 동안 연주하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할아버지들. 이런 분들 실력에 도달하고 싶습니다. 팀이 그때까지 해체되지 않아야 하고 또 오래 한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스템으로 있어야겠지요. 좋은 물건은 만들어지고 있고 소재는 수세기 전 옛날 작곡가들이 줬습니다. 그리고 시장은 항상 형성이 되지 않아 왔습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는 길이 아무리 멀어도 누군가 걸어 가야지만 그곳에 새 길이 열릴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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