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을 내세워 어슬렁거리고 있는 홍상수 ‘북촌방향’
유준상을 내세워 어슬렁거리고 있는 홍상수 ‘북촌방향’
  • 김다인
  • 승인 201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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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다인】하루인지 또는 며칠인지, 낮인지 밤인지를 구분할 길 없이 북촌에서 돌고 도는 영화 ‘북촌방향’에서 ‘배우의 발견’을 해본다.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만한 극중 배우의 변화에 대해서다.

‘북촌방향’에서 영화 네 편 만들고 지방 교수로 재직중인 성준 역을 맡은 배우는 유준상이다. 선해 보이는 눈매에 큰 입을 가진 배우 유준상은, 그동안 인지는 돼있어도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는 아니다. '하하하‘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두 번째로 홍상수 감독과 인연을 맺어가고 있다. 유준상 이전에 홍상수의 페르소나라 일컬어졌던 배우는 김상경이다. 2002년 ’생활의 발견‘에서부터 시작해 ’극장전‘(2005) ’하하하‘(2009)에 출연했다. 이 두 배우 외에도 홍상수의 초기 페르소나로 꼽힐 배우가 김태우다. 김태우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해변의 여인‘(2006)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에서 홍상수의 일면을 영화에 투영해 왔다.

이들 세 배우가 주로 연기한 것은 영화감독 또는 영화 언저리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욱 홍상수의 페르소나라고 여겨지는 것일 테다. 초반 김태우는 약간의 편집증이라 할 만큼 집요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김상경은 집요함보다는 찌질함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역할에 유머를 담았다. 김태우와 똑같이 세 편의 홍상수 영화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홍상수의 페르소나라는 별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평가됐다. 유준상은 김상경과 더불어 ‘하하하’에 출연한 후 이번 ‘북촌방향’에서 단독으로 주연을 맡았다. 그가 오랜만에 찾아가는 선배 역을 맡은 배우는 김상중. ‘경함’에서 ‘중함’으로 옮겨갔나, 하며 혼자 웃었던 캐스팅이다. (사실 이 두 배우 이름이 늘 헷갈려서 나이 많은 쪽을 상중, 적은 쪽을 상경으로 입력해 놓고 있는 터다)

‘북촌방향’에서 유준상은 김상경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홍상수의 페르소나가 된다. 김상경이 아무리 찔러대고 화나게 해도 화나지 않을 유들유들함과 의외성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유준상은 흡사 막내처럼 상대에게 기대고 울고 물인 듯 술인 듯 모나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김태우가 꼬였다면 김상경은 능글맞고 유준상은 약해졌다고 할까.

다른 영화에서와 달리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의 주인공은 감독 자신의 성격, 영화 만들 당시의 생각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일상성 속에 숨어있는 비일상성, 내보여지는 것 속에 있는 감춰진 것들이 모두 그렇다. 그러므로 주요 배우들의 변화는 감독 자신의 변화와 일맥 통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홍상수는 ‘북촌방향’의 유준상을 통해 약간의 변화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를 분위기적으로 한다면 부드러움, 관념적으로 말한다면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쪽이다. 영화에서 유준상은 누구를 만나서건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법이 없다. 예전에 김태우가 홍상수 영화에서 했음직한 행동은 홍상수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했던 김의성과 여배우 송선미가 맡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북촌방향’은 홍상수의 ‘어슬렁거림’으로 본다. 영화 속에서 유준상이 북촌과 그 주변을 배회하듯. 어슬렁거린다는 것은 딱히 어디로 갈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굳이 흑백으로 완성한 것도, 영화 제목에 ‘방향’을 넣은 것도 갈 곳이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음을 표현한다. 홍상수식의 어슬렁거림에 알맞은 캐릭터로 악의 없고 우유부단해 보이기까지 하는 배우 유준상을 택한 것이다.

유준상을 내세워 북촌 방향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홍상수 감독이 다음 걸음을 누구를 앞세워 어느 쪽으로 향할까. ‘북촌 방향’을 보며 그 걸음이 궁금해진다.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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