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돌아온 연극 '대학살의 신' 더 진하고 깊어진 블랙 코미디(종합)
2년 만에 돌아온 연극 '대학살의 신' 더 진하고 깊어진 블랙 코미디(종합)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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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대학살의 신' 남경주, 최정원, 송일국, 이지하(시계방향)/사진=신시컴퍼니
연극 '대학살의 신' 남경주, 최정원, 송일국, 이지하(시계방향)/사진=신시컴퍼니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2017년 '대학살의 신'과 같은 배우들이 공연한다는 조건으로 출연하게 됐어요."(배우 남경주)

연극 '대학살의 신'이 지난 2017년 재연 이후 2년 만에 돌아왔다. 재연 당시 무려 96%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며 관객의 환호를 이끈 배우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이 한국 세 번째 공연에서 다시 뭉쳤다.

'대학살의 신'은 지식인의 허상을 유쾌하고 통렬하게 꼬집는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벌인 싸움으로 한 소년의 이 두 개가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랭(남경주)과 아네뜨(최정원)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송일국)과 베로니끄(이지하)의 집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자녀들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모인 두 부부는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 중산층 가정의 부부답게 고상하고 예의 바르게 시작됐던 그들의 만남은 대화를 거듭할수록 유치찬란한 설전으로 변질된다. 그들의 설전은 가해자 부부와 피해자 부부의 대립에서 엉뚱하게도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의 대립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눈물 섞인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연극 '대학살의 신' 배우 남경주/사진=신시컴퍼니
연극 '대학살의 신' 배우 남경주/사진=신시컴퍼니

뮤지컬계의 스타 남경주는 '까칠한 속물 변호사' 알랭을 연기한다. 부당한 권력과 부를 갖춘 기업의 편에서 그들의 권익을 보호해주는 전형적인 속물 변호사로 휴대전화를 손에서 한 시도 떼어놓지 않을 정도로 워커홀릭인 반면, 집안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남경주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진행된 '대학살의 신' 프레스콜에서 "지난 공연에서는 알랭에 '남경주'가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남경주'를 빼려고 노력했다. 완전히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며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경주는 "재연 때 함께 했던 배우들이 다시 모이는 것이 출연 조건이었다"고 밝히며 화기애애한 연습 분위기와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그는 "이 작품은 호흡이 정말 잘 맞아야 되는 공연이라 네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된다. 우리는 이미 2017년에 돈독하게 다져놔서 친밀감을 쌓으려고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려했던 부분은 네 사람의 호흡도 잘 맞고, 지난 공연의 결과도 좋아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현재 공연하는 순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서로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연극 '대학살의 신' 배우 남경주, 최정원/사진=신시컴퍼니
연극 '대학살의 신' 배우 남경주, 최정원/사진=신시컴퍼니

배우 최정원은 외적으로는 럭셔리하고 교양 있는 중산층 가정의 여성으로 본인을 자산 관리사라 소개하지만 실상은 남편에게 눌려사는 평범한 가정주부 아네뜨 역을 맡았다. 

그는 "아네뜨를 처음 연기할 땐 열정만 가득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진심을 다해 연기하고 있다. '맘마미아!'는 10년, '시카고'는 18년째 공연하는데 하면 할수록 '이 작품을 했었나?' 생각할 정도로 대본이 달라 보인다. 할 때마다 더 좋아지는 건 확실하다"고 전했다.

'대학살의 신'은 약 90분간 쉬지 않고 주고받는 대사가 극을 이끄는 만큼 배우들이 대사를 내뱉는 순간의 호흡과 속도감이 중요한 작품이다.

최정원은 "정확한 순간에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해 훈련을 통해 합을 맞췄는데, 정말 잘 맞았던 날은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다 같이 환호를 질렀다"고 전했다.

연극 '대학살의 신' 배우 송일국, 이지하/사진=신시컴퍼니
연극 '대학살의 신' 배우 송일국, 이지하/사진=신시컴퍼니

송일국과 이지하는 피해자 소년의 부모인 평화주의자의 가면을 쓴 남자 미셸과 똑똑한 척, 고상한 척 대마왕 베로니끄를 연기한다. 

배우로 살아가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나기 힘들 것 같다며 깊은 애정을 드러낸 송일국은 "정말 연습하는 게 행복하고, 무대에 있는 게 행복한 작품이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대학살의 신' 공연을 마치고 아내의 해외 연수를 따라 아이들과 프랑스 파리에서 1년 동안 보낸 시간이 배우로서는 공백기였지만 미셸을 연기하고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송일국은 "부부생활하면서 지는 게 이기는 거라 생각하고 늘 지고 산다. 서로 존대를 하니까 큰소리 칠일도 없는데, 이 연극을 하면서 평소 부부싸움할 때 쌓인 것을 다 풀고 있다. 아주 속이 후련하다. 내가 느낀 통쾌함을 관객들도 같이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연습할 땐 정말 사극 대사처럼 했다. 정말 소리치기 바빴는데 이번에는 작은 디테일을 찾으려 노력했다. 세 배우는 공연예술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다. 내가 어떻게 쫓아가려고 더 열심히는 하려고 하는데 다들 열심히 해서 차이가 좁혀지지가 않더라"고 전했다.

이지하는 "2017년에는 웃음 욕심이 있었다.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서 캐릭터를 희화화했었다. 이번에는 그런 지점을 최대한 자제하고, 더 리얼하면서도 훨씬 더 이기적인 인물로 표현하는 것이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지하와 송일국은 격렬한 액션신도 소화한다. 

이지하는 "송일국이 '내가 아니면 어떤 배우도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내가 탁자 위에서 뛰어 내릴 때 송일국이 나를 한 번에 받아서 내동댕이 치는 장면이 있다"며 "어떤 남자배우도 송일국처럼 단 한번의 실수 없이 내가 아프지 않게 조심스럽게 그러나 관객들은 격렬하게 느껴지도록 연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극 '대학살의 신' 포스터/사진=신시컴퍼니
연극 '대학살의 신' 포스터/사진=신시컴퍼니

2008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대학살의 신'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2009년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최우수 코미디상을 수상했다.

2009년 3월 브로드웨이에 입성 후 1000석 규모의 버나드 B.제이콥스 극장에서 450회 이상 공연됐으며, 그 해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인 토니 어워즈 연극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주요 3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오는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1007@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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