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극한직업'으로 천만감독 대열 합류...이병헌 감독이 밝힌 '말맛'
[일문일답] '극한직업'으로 천만감독 대열 합류...이병헌 감독이 밝힌 '말맛'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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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첫 첫만영화 '극한직업' 역대 코미디 영화 흥행 1위 등극
-'정통코미디' 장르로는 경이적인 기록...'2탄이 나올지는 "나도 궁금해"'
영화 '극한직업'로 천만감독 대열에 합류한 이병헌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최근 유행어로 떠오른 영화 '극한직업' 속 배우 류승룡의 대사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을 엿볼 수 있는 명대사다. 

'극한직업'은 치킨 집에 잠복근무를 하던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실제 치킨집을 운영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코믹 수사극으로 종잡을 수 없는 스토리와 캐릭터로 시종일관 웃음을 안긴다.  

설 연휴 기간 극장가를 장악하며 역대 최다 관객인 525만명을 동원한 이 영화는 올해 첫 첫만 관객 돌파 영화로 이름을 올린데 이어, '7번방의 선물'을 제치고 역대 코미디 영화 흥행 1위에 등극하며 영화계 새 역사를 썼다. 신파적 설정이나 휴먼 코드가 섞이지 않는 '정통코미디' 장르로는 경이적인 기록이란 평가다. 

천만 영화 감독 대열에 합류한 이 감독은 "배우들의 명연기가 (영화의 흥행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공을 돌렸다. 다만 '극한직업' 2탄 제작에 대해서는 "나도 궁금하다"며 "투자사, 제작사와 깊게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09년 12분짜리의 단편영화 '냄새는 난다'로 감독에 데뷔한 이 감독은 독립영화 '힘내세요, 병헌씨'(2013)로 제38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 '타짜-신의 손'(2014)의 각색 과정에 참여하며 남다른 스토리텔링 실력을 선보였던 그는 이후 3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 '스물'(2015), '긍정이 체질'(2016), '바람바람바람'(2017)을 통해 재기발랄한 대사와 통통 튀는 연출로 주목받았다. 

'이병헌표 말맛 코미디'란 평에 대해 그는 "평범한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에 관심을 가져왔다"며 "수없이 수정하며 만든 대사들인만큼 고맙다"는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CJ가 공개한 이병헌 감독의 일문 일답.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네 번째 장편 연출작만에 첫 천만 관객 돌파 영화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요즘 거실에 걸려있는 첫 장편 '힘내세요, 병헌씨' 포스터에 눈이 많이 간다. 개인적으론 이런 작은 영화도 많은 이들에게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지금은 우선 그저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함께 작업한 스태프 분들 배우 분들 얼굴이 하나하나 스치는데, 모두 즐거워하고 있어 행복하고, 무엇보다 관객 분들에게 감사하다.

-흥행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감독 입장에서 흥행 요인을 꼽는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만든 영화를 스스로 분석하는 것은 필요한 작업이지만 드러내기엔 예민한 지점이 있다. 그래도 편하게 말 할 수 있는 건 배우들의 명연기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병헌식' 코미디 감수성의 원천은 무엇인가?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관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이야기하고, 흔하고 진부한 이야기라도 재미있어 한다. 진부해졌다는 건 그만큼 재미가 있어 많이 사용됐다는 뜻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 그걸 한 번 더 비틀어 재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클리셰를 깨고 웃음을 유발하고 그것이 성공했을 때 오는 쾌감이 크기 때문이다. 감동 코드를 섞지 않은 건 싫어해서가 아니라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다.

- 코미디 영화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앞으로도 코미디 장르란 한 우물을 팔 생각인가. 

코미디의 매력은 당연히 웃음이다. 웃음은 행복을 유발한다. 단발적인 웃음이든 여운이 남는 웃음이든 그 순간만큼이라도 웃음은 행복을 준다고 믿는다. 코미디는 그런 면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한 우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정통 코미디는 처음 한다고 생각했다. 이전 작품들은 웃음보다 감정을 따라가는 게 더 중요한 작품이었고, '극한직업'은 상황을 따라가는 코미디로 웃음 자체가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르가 다르다고 생각될 만큼 결이 많이 다르다. 어떤 이야기인가 필요한 이야기인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 이것이 우선인 것 같다. 그 이야기에 코미디가 어울리지 않는다면 굳이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병헌표 코미디는 말맛’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에 대한 소감은.

이병헌 표라는 말에 대해 아직 좀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말맛이 주요하단 평가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시각적인 표현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진 평범한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에 더 관심이 간다. 그런 영화를 해왔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했고, 수없이 수정하며 만든 대사들인지라 고마울 수밖에 없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꼽는다면. 

모든 순간들이 기쁘면서도 힘들었지만, 캐스팅을 완료한 시점이 기뻤던 순간이다. 류승룡 선배의 캐스팅으로 안정감이 생겼고,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조합을 완성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신하균, 오정세라니. 자신감이 불쑥 솟았고, 캐스팅을 완료했을 때 ‘아, 내 할 일은 끝났구나’ 싶을 정도였다. 모두 신뢰할 수 있는 배우들이었고 새로웠다. 생각만 해도 재밌었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사진=CJ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사진=CJ

-힘들었던 순간을 꼽는다면.

첫 시퀀스의 추격씬과 차량 추돌씬을 찍을 때였는데, 기상 관측이래 111년 만의 폭염 아래 4일간 촬영했다. 스케줄 여건상 피해갈 수 없는 날짜였다. 보통의 추격씬, 추돌씬이라고 하면 많은 커트와 테이크를 필요로 하지만 살인적인 폭염에 충분한 휴식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제한적인 상황에서 정확한 계산 아래 꼭 필요한 커트만, 최소한의 테이크로 찍어야 했다. 힘들어하는 배우 스태프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집중해서 철저히 계산을 해야 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영화 속 수많은 장면 중 감독으로서 가장 애정이 가는 씬이 있다면.

위에 언급한 추격, 추돌씬이다. 다른 영화인이 보면 엉성하게 보일 수 있을지 모르는 그 장면이 그래서 더 애정이 간다. 할 수 없는 걸 스태프, 배우들이 그렇게라도 해낸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고 들었다. 드라마 이후 차기작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3월부터 촬영에 돌입한다. 하반기 편성 예정으로, 30대 여자 친구들의 일과 연애담을 소소한 수다로 녹여내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이후 차기작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고, 드라마에 집중하고 있다.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작가와 연출가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다. 각각의 작업이 가지는 매력을 꼽는다면.

여름에 겨울이 그립고 겨울에 여름이 그립 듯 현장에 있으면 책상이 그립고 책상에 있으면 현장이 그립다. 연출가를 그리워하게 해주는 작가, 작가를 그리워하게 해주는 연출가. 그게 매력인 거 같다.

-'극한직업' 2탄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도 궁금하다. 저는 아직 아이디어가 없고, 사실 투자사, 제작사와도 깊게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없다. 다만 배세영 작가가 초고를 써준다면 해보겠다고, 농담처럼 말한 적은 있다.

-영화 감독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극한직업' 가족 시사회 때 온 가족이 다 함께 봤다. 영화 10년 넘게 했고, 네 번째 장편인데 관람 후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그들이 꾸준히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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