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민호 인하대 교수 "한국 교육, IB에서 참고할 부분 많아"
[인터뷰] 손민호 인하대 교수 "한국 교육, IB에서 참고할 부분 많아"
  • 신향식
  • 승인 201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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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정책연구 ‘고교 단계 IB AP 교육과정 적용방안 연구’ 책임연구자 손민호 인하대 교육학과 교수
-"혁신학교 선생님들 국제 바칼로레아(IB)를 섬세하게 들여다 보세요"
인하대 교육학과 손민호 교수
인하대 교육학과 손민호 교수/사진 제공=신향식 

[인터뷰365 신향식 인터뷰어]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현재 한국의 공교육 체제에서 수용할 수 있는 가장 진화되고 검증된 교육과정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의 조희연 교육감이 맨 처음 화두를 던지고,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이 도입하는 토론논술형 교육과정 ‘IB’가 힘을 받기 시작했다.

2018학년도 교육부 정책연구로 수행된 ‘고교 단계 IB AP 교육과정 적용방안 연구’가 당초 예상과 달리 IB를 긍정적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IB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 IB 본부(IBO,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 및 대입시험 체제다.

교육부 보고서의 책임연구자인 손민호 인하대 교육학과 교수는 2일 인터넷365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학자의 관점이라는 게 중립적이라는 말은 믿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교육은 분명히 IB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다”고 잘라 말했다.

이 보고서를 받아든 교육 전문가들이 대부분 깜짝 놀랄 정도다. 교육부 보고서에서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의 두 손을 번쩍 들어주었다는 시각도 나온다. IB 도입 타당성 연구를 최초로 시도했던 서울시교육청과 이것을 알아보고 있는 충북도교육청, 세종시교육청, 경북도교육청, 경남도교육청, 충남도교육청에게는 분발을 촉구하는 효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손민호 교수는 “IB 교육과정을 국내 많은 학교에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한 뒤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IB 교육과정과 교육 방향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IB를 따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낙관적 견해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도 IB와 같은 교육과정이 정착될 것으로 보는 겁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때문에 IB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의 교육 생태계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대로 갈 수 있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손 교수는 또 한국에서 교사 개인 역량에 맡긴 부분을 IB에서는 제도(시스템) 차원에서 해결하고 있다며 그 특장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IB가 이상적인 체제라는 점과 그것을 도입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점은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IB를 접하고 나서 가장 눈여겨 봤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교사 개개인에게 떠맡기고 있는 소위 전문성을 요하는 사안들, 예컨대 융합 교육, 창의성 교육, 성취중심평가, 과정중심평가 등을 IB 교육과정에는 제도의 문제로 본다는 겁니다. 교사 개개인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IB에 와서 몇 년 적응하면 어느 정도 구현되게끔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한국 교육이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손민호 교수와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전화와 이메일로 수차례 인터뷰를 하였다. 손 교수는 “이번 보고서에서 제시된 대안이나 의견은 교육부의 공식 의견이 아닌 연구진의 견해고, 아래 인터뷰 역시 자신의 개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단, 교육청들과 현장 교사들, 교육전문가들은 교육부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보고서 연구 결과를 공론화할지 눈여겨 지켜보고 있다.

다음은 손민호 교수 일문일답.

◆ “국내 공교육의 IB 도입은 원칙상 가능”

- 교육부에서는 IB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알려졌는데, 이번 보고서는 부정적보다는 긍정적으로 나왔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번 정책 연구는 IB 도입방안을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 하는 문제를 다룬 게 아닙니다. 교육부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관해선 저로선 잘 모릅니다. 아마도 교육부도 잘 모를 겁니다. 하하. 교육부로서는 일부 시도의 IB 도입방안에 가타부타 공식적인 반응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단지 교육부의 생리상 자칫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정책에는 그리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 IB 도입이 국가교육과정으로 볼 때 가능한가요?

네, 그렇습니다. 어쨌든 국가 교육과정 상에서는 IB와 같은 국제 공인 교육과정의 도입 운영은 원칙상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연구도 IB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최소한의 기초 자료라도 축적해 추후 정책 결정에 참고하기 위한 기초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면 합당할 것 같습니다. 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옳습니다.

교육부 IB 보고서 관련 기사__2017년 9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정책토론회 장면
2017년 9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정책토론회 장면 ⓒ신향식

◆ "연구를 하면서 IB를 긍정적으로 보게 돼“

- 연구 수행 전과 후에 IB에 관한 인식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제 생각에 변화가 있었지요. 아마도 저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비슷한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IB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은 정서적이고 지엽적인 판단에 치우처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일단 일부 계층만 향유하는 비싼 수입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정서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높고요. 주변에서 자기가 본 것만 IB의 전모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적지 않습니다.

- IB를 평가하는 의견이 엇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IB는 학교와 교사에게 교육과정이나 평가에서 상당히 많은 자율권을 허용합니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엇갈린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긍정적인 반응은 이런 것입니다. 교육과 배움은 인간적인 겁니다. 그것은 ▲개인 사람의 해석과 ▲개인 사람의 경험과 ▲개인 사람의 활동을 통해서만 성취됩니다.

교육부 IB 보고서 관련 사진__IB 도입을 앞둔 충남삼성고 학생들은 조별로 편성돼 토론하고 발표하는 방식의 수업을 한다
IB 도입을 앞둔 충남삼성고 학생들은 조별로 편성돼 토론하고 발표하는 방식의 수업을 한다. ⓒ신향식

- 두 가지를 간략히 비교해 보신다면.

IB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경험이나 이야기의 성장을 교육이라고 봅니다. 교육과정과 평가의 체제상 교사와 학생이 끼어들어갈 여지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 교육과정에서는 개인과 사람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교과서와 교과 지식이 그를 대신해 그의 지위를 누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한국교육은 IB에서 참고할 부분 많다”

- IB는 다르군요?

그렇습니다. IB에서는 교사든 학생이든 개인이 설 자리가 있습니다. 창의성은 자기 생각, 자기 경험이 허용되는 분위기에서만 나올 수 있습니다.

- IB에 관한 부정적 반응의 내용이 궁금합니다.

사교육이 극성 부릴 틈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IB와 같이 자율성이 큰 교육과정 운영은 자칫 학교마다 교사마다 다양한 차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IB에서는 학습자 개인 중심의 학습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칫 사교육에 의존해서 학습이나 과제를 해 나가는 사례가 많습니다. 교사가 밀착하여 학생의 학습을 관리하지 않으면 사교육이 끼어들 틈이 큽니다.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__음악 수업 장면
일본 삿포로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의 음악 수업 장면 ⓒ신향식

- 교사의 노력이 중요하겠군요.

“교사가 IB 철학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면 IB 교육과정의 구조상 느슨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오히려 우리 체제보다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할 우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교사 연수가 필수입니다.”

-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시작하여 교육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IB 교육과정과 여러 점에서 닮았습니다. 많은 지식을 아는 것보다 심층적인 이해에 도달하고 역량을 갖추기를 원했습니다. 수업은 참여형으로, 평가는 과정중심으로 바뀌길 기대했습니다. 융합적 사고를 길러주길 바랐던 겁니다. 아직 적용 2년차라 현장 변화에 관한 평가는 이릅니다. 아마 교육부에서는 현장으로부터 가시적인 변화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할 겁니다.

◆ “현행 수행평가와 내신은 수능 이상으로 문제 심각”

- 현장 상황은 어떤가요?

실제로 교실 모습이 꽤 바뀌기도 했고 일부에서는 그러한 노력들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는 아주 일부입니다. 경험이 쌓이면 학교 현장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낙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 학부모가 느끼는 체감 온도는 매우 큽니다.

- 예를 들어 주시지요.

“IB를 보면 현행 우리의 수행평가와 내신반영 방식을 왜 되짚어 봐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 교육계에서는 너무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서인지 쟁점화되지 않았습니다. 다들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만 짐작할 뿐입니다. 마땅히 다른 대안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해서 쟁점화가 안 된 겁니다. 현행 수행평가와 내신반영 방식은 수능시험 이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 문제가 많군요.

교육부의 통계치는 2015 교육과정이 현장에서 점점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로 편향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 정책이 나오면 이를 최대한 뒷받침하려고 노력하는 것에는 불만이 있을 수 없습니다. 교육과정이 바뀌면 교육이 개선될 것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와 크게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새 교육과정은 그 취지와는 달리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많습니다. 여기서 일일이 거론할 수는 없고 IB 교육과정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어수룩한지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 “2015교육과정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투성이”

- 전문가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면.

여러 전문가들은 국가가 잘 관리하는 확실한 교육과정 기준과 엄격한 국검정과 같은 교과서 체제가 공교육을 제대로 작동하게 한다고 봅니다. 하나의 잣대를 들이대면 전 국민이 공평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실상을 보면 빠져 나가는 틈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떻게든 빠져 나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 예를 들어 보시지요.

학교 다양화 정책, 해외 조기 유학, 국제 학교, 대안 학교 등 그 창구는 다양합니다. 그런 접근이 정보력 경제력 갖춘 학부모들에 유리하다면 결과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국가 교육과정은 별다른 선택 없이 일반 공립학교에 보내야 하는 평범한 시민들에게만 엄격하게 들이대는 잣대입니다. 마치 국가가 관리해야 모든 국민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교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과 유사한 거죠.

- 한국 교육에 문제가 많다고 걱정들을 많이 합니다.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에서 비롯하는 문제도 많습니다. 한 두 가지를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우리 교육의 혁신에 관심을 둔 분들이라면 도입 찬반을 떠나 한번쯤은 IB 교육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고민해 보길 권합니다. IB 교육과정이라 함은 그 성격상 사물보다는 실천에 가깝습니다. 사물에는 국산(國産)과 외산(外産)이 있을지 모르나 실천에는 국산과 외산이 있을 리 없습니다. 어차피 현지화되어 새로운 실천으로 자리 잡게 될 테니까요.

- 창의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합니다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창의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여기저기서 계속 강조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그 문제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지요. 전문가들도 그게 뭔지 잘 모릅니다. 그 점에 관해선 학자나 전문가들이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 “수능만 바꾼다고 해서 한국교육 문제점이 해결되진 않아”

- 수능만 바꾼다고 해결되진 않겠지요?

맞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교육부나 지역 교육청에서 ‘신학력’을 엄청나게 많이 연구해 왔습니다. 일단 학력의 정의부터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겁니다. 제가 보기엔 온갖 현학적인 담론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신학력’에 걸맞은 평가방식인지 방향도 못 잡고 있습니다. 10년쯤 기다리면 답이 나올까요? 그 동안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 혁신학교는 어떤가요?

혁신학교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혁신학교 옹호론자들도 정작 혁신학교 효과에 관해선 그를 합리적으로 방어할만한 뾰족한 묘안이 없습니다. 새로운 학력관에 관한 분명한 견해가 섰는지 묻고 싶습니다. 만약 그런 신학력과 평가방식을 어느 정도 반영한 시스템이 있다면? 도입 찬반 여부에 답하기 전에 IB 교육과정을 조금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사항은?

교육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서구 선진국에서 아이들 학교에 잠깐이라도 보내본 학부모들은 학교가 아이들에게 상당히 지원적이라는 점을 잘 알 것입니다. 학생들끼리의 경쟁 수준, 교사의 질이나 철학, 학교의 문화에 있어서 차이가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신향식

필명 신우성. 언론인 출신의 입시전문가 겸 대학강사. 스포츠조선과 굿데이에서 체육기자로 활약했고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독서신문에서 프리랜서 기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경희대, 경인교대, 백석대, 인덕대, 신우성학원에서 작문(글쓰기) 관련 출강.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에 관한 연구'의 요약본이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수록. 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 저서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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