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문정 뮤지컬 음악감독, 수많은 명곡 탄생시킨 20년 외길 인생
[인터뷰] 김문정 뮤지컬 음악감독, 수많은 명곡 탄생시킨 20년 외길 인생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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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성황후', '맨오브라만차', '레베카', '맘마미아', '엘리자벳' 등 수 많은 작품 명곡 탄생시켜
-어릴 적 어머니가 적금깨서 사주신 피아노 접하며 자연스럽게 음악에 입문
-'그림이 보이는 음악' 창조...소ㆍ중극장 창작 뮤지컬에 도전하고파
김문정 뮤지컬 음악 감독
김문정 뮤지컬 음악 감독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저한테 뮤지컬 음악은 그림이 보이는 음악이었다. 귀를 즐겁게 하는 게 아니라 어떨 땐 풀과 들판도 보이고 어떨 땐 축구 경기도 보이고. 이게 뮤지컬 음악이구나 느꼈다. 이 음악에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노력했더니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른바 '갓문정' 이란 수식어를 몰고다니는 김문정 감독은 국내 대표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손꼽힌다. JTBC ‘팬텀싱어’의 심사위원(2016~2017)을 맡으며 대중에게도 익숙한 얼굴이다.  

뮤지컬 '명성황후', '맨오브라만차', '레베카', '맘마미아', '엘리자벳', '웃는남자' 등 수 많은 작품의 음악 감독을 맡아온 그는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올해의 스태프상(2018), 제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어워드 배우가 뽑은 스태프상(2012), 제 5회, 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 음악감독상(2011, 2012) 등 다수의 뮤지컬시상식에 수상자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김 감독에게 음악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어릴 적 어머니가 적금을 깨서 사주신 피아노를 가지고 놀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한 때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기도 했지만 뮤지컬 음악의 매력에 흠뻑 빠진 후 20여년간 뮤지컬 음악 감독의 길을 걸었다.  

2019년 새해를 맞아 가슴을 울리는 명곡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온 김문정 감독의 외길 인생 스토리를 인터뷰365가 들어봤다.

김문정 뮤지컬 음악 감독/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김문정 뮤지컬 음악 감독/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 뮤지컬 '명성황후', '맨오브라만차', '맘마미아', '엘리자벳' 등 수 많은 작품 명곡 탄생시켜

-뮤지컬에서 정확히 음악감독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음악감독은 음악을 무대화 시키는 사람이다. 그래서 연출가의 노래에 대한 요구를 듣고 무대에 올라가는 노래를 조정하고 연출한다. 음악감독은 작품을 문의 받으면, 작품을 분석하고 오디션을 진행한다. 오디션에서는 그 작품에 어우러질 수 있는 배우를 찾는다.  그 뒤 리허설을 진행하고 보통 4주차부터 연습을 시작하며 공연을 준비 및 진행하고 유지한다. 

-뮤지컬 음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밴드도 했고, 광고음악도 만들었고, 방송에 나가기도 했다. 그러다 뮤지컬 음악에 빠졌다. 뮤지컬 음악에 빠진 이유는 다양한 음악의 종류 때문이다. 3분~4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의 음악만 보다가, 최대 10분 넘게도 진행되는 음악들을 만나면서 감정을 더 짧게, 혹은 길게 표출할 수 있었다. 또 건강한 에너지도 있다. 스태프들, 배우들의 건강한 에너지들이 있었기에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싶고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나에게 뮤지컬 음악은 그림이 보이는 음악이었다. 단순히 감상만 하는 음악이 아니라, 무언가를 그릴 수 있는 음악.

◆ 어머니가 적금 깨서 사주신 피아노와의 첫 만남...음악 즐기게 된 계기

-성장 과정과 음악을 어떻게 접했는지 궁금하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아버지가 다니시던 직장 상사분 댁에 갔는데 거기 있는 피아노를 동생이랑 둘이 막쳤다. 그걸 보고 사모님이 피아노 뚜껑을 닫으시더라. 아마 나라도 그랬을거다.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꼬맹이들이 피아노를 막 '때리고' 있었으니까. 어머니께서 그 다음날 피아노를 사셨다. 그리곤 동네 아이들 누구나 칠 수 있도록 개방 하셨다. 우리집이 부유한 편도 아니었다. 이건 나중에 안건데 아버지 몇달치 월급을 모은 적금을 깼다고 하시더라. 그 때는 신용카드가 있던 때도 아니었으니까. 그게 나와 피아노와의 첫 만남이었다.

피아노를 가지고 막 놀았다. 그게 내가 음악을 즐기고 재미있게 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남들처럼 억지로 피아노를 연습하라고 강요한게 아니라 그냥 어느 순간 피아노가 우리집에 왔고 가지고 놀다보니 잘 치고 싶어했던 어린시절이었다. 제대로된 교육을 많이 받지는 못했지만 늘 그런 생활을 했다. 생일 때면 애들 초대해서 피아노 한 곡씩 연습해서 콘서트 하고, 지금생각해도 내 스스로가 깜찍하다. 하하. 그리고 큰아버지가 '동요500곡집' 선물 달라고해서 맨날 치면서 놀았다. 그리고 학교 들어가니까 여럿이 노는게 재밌다 생각해서 합창단 들어가고 지휘하고. 졸업할 땐 항상 교가를 지휘했다. 그런게 아마 이 길을 걷기 위한 수순이지 않았나 싶다.

-어릴때부터 뮤지컬 음악 감독을 꿈꿨나?

어릴 땐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그런데 그냥 음악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미래에 음악을 하고 있겠다고는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뮤지컬 음악을 하기 전에도 음악에 관련된 다양한 일을했다. 광고 음악도 재미있었고, 방송 음악도 참여했다. 드라마 '덕이', '꿈의 궁전', '마법의 성', '인간시대' 같은 작품에 메인 감독은 아니었지만 몇곡 씩 참여했었다. 

-본격적으로 뮤지컬계에는 어떻게 입문하게 됐나?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뮤지컬에 왔다. 큰 아이를 출산하고 97년 겨울쯤에 '명성황후'라는 뮤지컬 세션으로 참여했고 99년에 뮤지컬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을 했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스스로 노력을 많이했다. 지휘도 배웠고 공연도 열심히 보러다니고 국악, 보컬도 배웠다. 주변에 좋은 분들이 도움도 많이 주셨고 세션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는데 그때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널 대표님이 날 좋게 보셨다. 공석이 생긴 음악감독 자리에 조연출이 날 추천해줬다. 그렇게 첫 음악 감독을 맡은 작품이 '둘리'다. 그때가 2001년이다.

'엘리자벳' 옥주현/사진=EMK
'엘리자벳' 옥주현/사진=EMK

◆ 배우와의 교감 중시 "노래 자체만 좋으면 좋은 공연아냐...배우들의 고유 창법 유지"

-이번에 참여한 뮤지컬 '엘리자벳'은 네 번째 한국 공연인데 시즌마다 음악도 달라지나?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노래하는 배우가 달라지니까. 배우들의 조합에 따라서 달라진다. 물론 기본적으로 유지해야하는 것들을 지키지만 난 그 배우만의 표현을 존중하는 편이다.

-원 캐스팅과 달리 트리플 캐스팅의 경우엔 음악 감독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 훨씬 많을 것 같은데 이런 경우가 흔한가?

작품에 따라 다르다. '레미제라블'같은 경우 공연의 완성도를 위해 원 캐스트를 진행했다. 트리플 캐스팅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 할 수 있으니 보람된 작업이다.

-극 중 세 명의 '엘리자벳'으로 캐스팅 된 옥주현, 김소현, 신영숙에 대해 설명한다면. 

옥주현은 말이 필요 없다. '엘리자벳 장인'이고 이제는 원숙미가 느껴진다. 김소현은 배우가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외모가 여리여리하고 소녀스러워서 역할에 딱 맞는 느낌이다. 신영숙 같은경우에는 그동안 그가 갖고 있는 캐릭터가 강해서 엘리자벳의 소녀감성을 표현할수 있을까 조금 고민했는데, 본인의 노력으로 그걸 뛰어 넘어서 충분히 해냈다.

-김준수, 박형식, 정택운(빅스 레오) 세 명의 '토드'도 궁금하다.

일단 김준수는 굉장히 원숙미가 느껴진다. 다른 토드들이 굉장히 어리게 느껴질 정도로 이미 많은 경험도 있고, 준수같은 경우는 토드로서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박형식은 처음에 나한테 그런 얘길 하더라. '죽음이 꼭 으르렁 거릴 필요는 없지 않느냐, 달콤했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그렇게 해보자고 했다. 사악하지만 앳된 기운이 주는 신선함이 있다. 정택운은 일단 그 친구는 비주얼 자체가 토드의 오묘한 느낌을 잘 살린다. 음색도 도트에 가까움 음색이 있어서 매력적이다.

-배우들에게 강요해야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강요할 때는 사전에 약속된 부분을 어긴다거나 어떠한 행동으로 인해서 다음 동선들이 엉킬 때는 작품의 고유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배우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데.

나는 공연을 하기 전 배우들을 굉장히 많이 본다. 배우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에 대해 특히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또 배우들 혼자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과 함께 노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말들을 굉장히 많이 한다. 

-옥주현, 정성화, 박효신, 김준수는 다른 장르에서 활약하다가 뮤지컬을 시작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모두 음악 베이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감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배우들이 뮤지컬을 할 때 자신의 고유 창법으로 고민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그 때 음악이 음악성을 잃지 않고 음악만으로 존재하지 않게 하는 일을 한다. 노래 자체만 좋은 공연은 좋은 공연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고유 창법을 버리지 말라고 한다.

'엘리자벳' 토드 역 김준수, 엘리자벳 역 김소현/사진=EMK
'엘리자벳' 토드 역 김준수, 엘리자벳 역 김소현/사진=EMK

-음악 감독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나 보람있었던 순간은?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마리 앙뜨와네트'다. 이미 공연이 된 작품을 새로 재창조를 해야되는 작업이라 힘들었다. 그런데 결국은 또 가장 힘들게 작업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을때 관객들이 사랑해주고 공연이 좋게 나왔을때 보람차더라. 그래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도 '마리 앙뜨와네트'를 무대에 올렸을 때다.

-관객들의 평도 자주 챙겨보나?

내가 직접적으로 챙겨보지는 않은데 주변에서 챙겨준다. 그리고 사실 관객평은 공연중에 내 등뒤에서 다 느껴지더라.

-뮤지컬 오케스트라도 운영중인데. 오케스트라 혹은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작품에선 사실 안 틀리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오케스트라는 관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소개받고 함께 일하는 것이라서 체계적으로 선발하는 기준은 없다. 

-개인적인 취미, 일하지 않을때 주로 하는 것은?

여행. 그런데 여행을 가도 막 돌아다녀야 되는 스타일이라. 요즘 결심은하고 있다. 일년에 한달은 놀자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뮤지컬은 '드라마가 있는 음악'..."소ㆍ중극장 창작 뮤지컬에 도전하고파"

-좋은 뮤지컬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뮤지컬은 '드라마가 있는 음악'이다. 뮤지컬의 표현수단에는 노래, 춤, 연기가 있다. 좋은 뮤지컬이 되기 위해선 모든 표현수단이 하나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하나만 좋은 것은 좋은 뮤지컬이 아니다. 뮤지컬에선 노래와 춤이 드라마를 진행시킨다. 그런 흐름이 없다면, 노래의 표현수단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다. 좋은 뮤지컬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이 3가지 표현수단 모두가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

-음악감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한 순간에 목적지에 갈순 없다. 화려한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굉장히 긴 여정이 있는데 그 과정을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 그 자리에 서는 것에는 노고가 많이 소요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춤이나 노래나 뭐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일순간에 되지 않는다. 

-뮤지컬 관련 사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 마디는?

뮤지컬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나는 정말 무작정 달려왔는데, 이젠 체계성있는 작품과 시스템이 생겼다. 여러분에게 관심이 많으시면, 뮤지컬 관련 일자리를 배출하는 사업들이 있으니 찾아보셨으면 좋겠다. 나도 이젠 그런 자리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창작해야죠. 이제 우리것을 만들고 얼마전에 '도리안 그레이'를 썼었고 재연되길 바란다. 작은 소극장이나 중극장에 올리는 창작 뮤지컬에 도전하고싶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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