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해방 이후 한국영화 사상 최고 최장의 인기를 누리며 무비 스타의 신화를 남긴 故(고) 배우 신성일은 '한국영화 역사의 산증인'으로 불렸다.
1960년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500편이 넘는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1960년대 최고의 청춘스타로 인기를 누린 그는 2000년대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해 온 몇 안되는 영화인이다.
신성일의 데뷔도 마치 영화 같았다.
고인은 경북고 졸업후 대학진학을 위해 서울로 왔다가 국내 첫 연기학원인 한국배우전문학원에 다닐 때 조선일보를 보고 1958년 신필름 신인배우 모집에 응모했다.
신필름의 공개 신인배우 모집시험 면접 당시 고 신상옥 감독과 첫 인연을 맺은 그는 응시자 3000여명 중에서 선발된 후 영화인으로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시험보는 날 기마경찰이 동원해 교통 통제를 할만큼 신필름이 있는 광화문 네거리(현재의 동화면세점 부근)에 응시생들이 구름처럼 몰려 줄서기를 포기하고 영화사 부근에 앉아 있다가 지나가던 당시 신상옥 감독 조감독인 이형표 감독의 눈에 띄어 신상옥 감독에게 직행, 신 감독도 첫눈에 군계일학의 미남인 그를 합격자로 결정한 일화가 따른다. 본명 강신영 대신 신상옥 감독이 지어준 신성일이란 예명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그는 '맨발의 청춘'(1964), 청춘 멜로드라마의 대표작 '초우'(1966)을 비롯해, '안개'(1967) '장군의 수염'(1968) '휴일'(1968)등 수많은 청춘영화로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신성일은 김기덕, 이만희, 김수용, 정진우, 이성구 등 60년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대배우로 성장했고 70년대 이후에도 '별들의 고향'(1974) '겨울여자'(1977) '길소뜸'(1985) 등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였다. 2013년에는 '야관문: 욕망의 꽃'이라는 영화의 주연을 맡아 최근까지도 배우 활동을 이어온 그는 이장호 감독이 준비 중인 '행복' 이란 극 영화의 출연을 약속하며 연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지난해 6월 폐암 3기 진단 후 병마와 싸우면서도 영화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며 삶의 의지를 불태웠던 그는 지난달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과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에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해 영화인과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고인은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제8회 아름다운예술인상'의 공로예술인부문에 수상자로 선정되어 오는 9일 진행될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성일의 아들이자 영화배우 출신인 강석현씨는 3일 낮 아버지를 대신해 "수상식에 참석이 어렵다는 말을 김두호 상임이사에게 대신 해달라"며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사무국에 알려왔다. 그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영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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