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인성 "'더킹'이란 산 넘었더니 '안시성'이란 더 큰 산 만나"
[인터뷰] 조인성 "'더킹'이란 산 넘었더니 '안시성'이란 더 큰 산 만나"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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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억 대작 영화 '안시성'서 안시성 성주 양만춘 역 맡아
-부담감에 두 번 출연 고사..."해보자" 마음으로 도전
-"외모 담당? 이제 넘겨줄 때...수염을 붙여도 어울릴만한 나이, 세상이 주는 축복"
-"리더십은 목소리보다 기질 중요...'형 같은 리더십' 담아내려 노력"
영화 '안시성' 배우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영화 '안시성' 배우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산을 넘었다 싶었는데,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산넘어 산이네요."

지난해 영화 '더 킹'에 이어 영화 '안시성'으로 돌아온 배우 조인성이 털털 웃는다. 

당나라 최강대군에 맞서 싸운 고구려 승리의 역사를 그린 영화 '안시성'은 조인성이 출연을 두 번이나 고사했을 정도로 숱한 고민을 안겼던 작품이다. 총제작비 약 220억원이 투입된 대작인데다, 고구려 실존 인물인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 장군 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가야하는 원톱 영화라는 점에서 18년차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어깨를 짓누르던 책임감과 부담감 속에서 그는 역사 속 단 3줄로 짧게 언급된 양만춘을 그만의 캐릭터로 소화해냈다. 꽃미남 배우란 타이틀에서 벗어나 영화 속 18년차 관록의 눈빛을 담아낸 조인성은 "38살이 되고 보니 수염을 붙여도 어울릴만한 나이가 됐더라. 세상이 주는 축복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일 개봉에 앞서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조인성을 만났다. 

영화 '안시성' 배우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영화 '안시성' 배우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이 영화에 합류한 계기는.

역할 제안을 받고 거절을 두 번 정도 했다. 제 스스로도 양만춘 역할과 잘 어울릴까란 편견이 있었다. '이게 가능한 건가'란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 게다가 전투신은 또 어찌나 많던지, '찍다가 죽는거 아닌가' 싶었다.(웃음)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도 그렇고, 영화 투자배급사 NEW(뉴)의 자체 제작 첫 영화란 점도 역시 부담스러웠다. 모든게 고민스러웠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정했는데.

김광식 감독님께 이런 나의 생각들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너 아니면 안된다"더라. 제가 기분 좋으라고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겠는데,(웃음) 처음부터 이 역할에 저를 생각했다면서. 감독님이 미팅 후 내게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캐릭터가 변모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시나리오를 보고 해볼 수 있지 않을까란 용기가 생겼다. 주변에서 작품을 많이 하라고 하는데, '이것 저것 안된다고 가리다보면 뭘하지'란 생각이 들더라. "한 번 해보자" 싶었다. 감독님과 제작사 장경익 대표님을 믿었다. 비슷한 사람끼리 모였으니, 셋이 한번 책임져보자는 마음이었다. 농담으로 "이 영화 잘 안되면 다들 각오하시라"고 말했다. (웃음)

-사실상 원탑 주연 영화라는 점에서 큰 도전이었을 것 같다. 제작비도 대규모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신이 왜 그 스트레스를 짊어지냐고 물어보면 할 말은 없지만, 이상하게 그런 책임감이 들더라. 또 어찌보면 내게 기회이기도 했다. 22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규모 영화는 나이가 더 들면 힘들지 않을까,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요즘 영화 산업 흐름을 보면 한 주연 배우가 영화를 이끌어야 하는 작품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위험 부담이 크다보니까. 

-도전해 본 소감은 어떤가.

산 넘어 산이더라. 난 영화 '더 킹'(2017)의 경우 장르도 그렇고 다양한 나이대를 소화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컸던터라 제일 힘들 줄 알았거든. 당시엔 제일 큰 산인 줄 알았는데, '안시성'이란 큰 산이 버티고 있을 줄 몰랐다. 다음 번엔 또 얼마나 큰 산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영화 '안시성' 스틸 컷/사진=NEW<br>
영화 '안시성' 스틸 컷/사진=NEW

-양만춘에 대한 역사 속 정보가 없다보니 캐릭터 잡기가 힘들지 않았나. 

오히려 정보가 없으니 이순신 장군 역할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을까 싶었다. 좀 더 새롭게 해도 되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난 항상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야 마음이 좋다.

-영화를 위해 연해주에도 다녀왔다고. 

다녀온 후 도움이 많이 됐다. 여러 가지로 영화를 표현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얻었다. 고구려 영화는 이제 시작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고구려 역사를 담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여주고자 했던 양만춘의 리더십은.

'공감'이다. '양만춘'이란 캐릭터의 구체적인 기준점이 없으니 처음에 그 기준을 잡는게 어려웠다. 감독님과 얘기 끝에 '형 같은 리더십'이란 컨셉트를 잡고 살을 붙여나갔다. 양만춘의 리더십은 전쟁신을 통해 충분히 보여주려 했다. 2차 공성전에서 양만춘의 모습에서 신뢰를 분명히 느낄 것이라 확신했다. 

-하이톤 목소리에 대한 지적도 있는데.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사람들을 보면 목소리보다 기질이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목소리가 좋으면 좋다. 게다가 고구려인들은 호전적인 사람 아닌가. 그러나 상대방이 내 말에 공감해주느냐, 거기서 나오는 말들이 무릎을 꿇게 만든다. 성주나 장군이란 위치를 빼고 생각해본다면, 내가 어떤 사람에게 무릎을 끓고 충성심을 다해서 내 목숨을 걸 수 있을까를 보면 그 덕목에 반드시 목소리가 포함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법륜스님을 좋아하는데, 그 분 목소리가 저음이 아니다. 성철 스님도 그렇고. 목소리가 좋아서 성인을 따르는 건 아닌 것 같다. 그 분의 기질이나 마음이 더 중요한거지. 

영화 '안시성' 스틸 컷/사진=NEW
영화 '안시성' 스틸 컷/사진=NEW

-수염 분장도 그렇고 얼굴에 기미와 주근깨가 눈에 띄더라.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우니 제가 경험했던 선을 넘어가더라. 얼굴의 기미와 주근깨는 필수였다. 정말 중국을 가보니 태양이 장난 아니더라. 과거엔 썬 크림도 없었을텐데, 며칠간 전쟁을 치루는 신이라 분장팀에서도 진하게 보이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보기에 괜찮았던 것 같다. 

-모델 출신 후배 배우 남주혁이 영화 속 '외모'를 담당했는데. 세월의 무상함(?)도 느껴지지 않나. 

이제 그 자리 넘겨줄 때가 됐다.(웃음) 넘겨 줘야 하고, 제가 넘겨주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38살이 되고 보니 수염을 붙여도 어울릴만한 나이가 됐더라. 눈빛도 그렇게 나오는 것 같고. 더 젊을 때 했으면 절대 그런 느낌이 안 나왔을 것 같은데, 세상이 주는 축복이 생기는 것 같다. 다행히 외모적으로는 어색해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영화 '안시성' 배우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영화 '안시성' 배우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액션신도 많이 등장하는데, 준비 기간은.

촬영 전 3~4개월 액션 준비를 했다. 전에 '비열한 거리'(2006)나 영화 '쌍화점'(2008)에서 액션신이 있었던 터라, 새로운 액션을 익힌다기 보다는 합을 외우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활 쏘는 신 역시 액션에 맞는 폼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액션 사극은 쉽지 않은 장르다. 이 영화만의 강점이라면. 

전형적인 사극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했다. 배우진들도 젊고, 전형적이거나 신파 느낌에서 벗어나 담백하게 담으려고 했다. 가끔 액션신을 보다가 지칠때가 있지 않나. 너무 많으면 반응도 안 느껴진다. 이 영화의 경우 액션신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액션이 나오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세 번의 콘셉트 별로 각기 다른 액션을 보여준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영화 '안시성' 스틸 컷/사진=NEW
영화 '안시성' 스틸 컷/사진=NEW

-영화의 중심엔 양만춘이 있지만, 영화 속 추수지(배성우), 파소(엄태구), 백하(김설현), 풍(박병은), 활보(오대환)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 일부러 양만춘을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였나.

영화 전체가 살기 위해선 "양만춘 멋있다"로만 끝나면 안됐다. 감독님께 영화에서 양만춘만 보여선 안된다고 말씀 드린 이유기도 했고. 아이돌 그룹에 12명의 멤버들이 있다면, 각자 역할이 조화로워야 팬덤도 형성되는거 아닌가. 220억 영화에 560만명의 관객 스코어가 들기위해선 조인성만 부각시키기 보다는 다른 배우들이 멋있게 나온다면 더 많은 관객들이 좋아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제작기간이 길었다는데. 촬영은 어땠나

시나리오도 몇 년이 걸리고, 고구려 역사 탐방을 거치는 등 제가 캐스팅되기 전부터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준비를 했다더라. 내가 영화 '더 킹'을 촬영할 때도 이 영화 준비를 했다고 하니까. 촬영은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찍었으니, 여름에 시작해 겨울에 끝났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전 프리 단계 부터 시뮬레이션을 완벽하게 짰다. 3차까지 영상 콘티를 만들어서 눈으로 확인을 했다. 워낙 대규모 제작비다 보니 허투루 돈이 새어나가면 안됐다. 철저하게 준비 하더라. 콘티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절대 촬영에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 영상콘티 작업을 통해 감독님이 적시적소에 드라마를 잘 연결하신 것 같다. 

영화 '안시성' 배우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영화 '안시성' 배우 조인성/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최근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 출연이 화제였다.

어머니가 즐겁게 보셨다더라. '무한도전'이나 '해피투게더'에 출연했듯 (예능프로그램에서) 부르면 나간다. 이번 추석시즌에 3편의 경쟁작들이 같은날 개봉을 하니 선점을 하려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홍보에) 최선을 다해야 되겠다 싶더라. (차)태현 형이 출연을 권유했고.  

-향후에도 예능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태현 형이 같이 하자고 하더라. 40세가 넘으면 할 생각은 있다. 저도 예능을 배워야하니까 태현 형과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어디 믿을 만한 구석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웃음) 예능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드라마 복귀 계획이 궁금하다.

아직 영화를 좀 더 하고 싶다. 나이는 점점 드는데, 시간은 없는 것 같다. 지금 돌이켜 보면 노희경 작가님의 방대한 그 대사를 초인적인 힘으로 해낸 것 같다. 그 때는 지금 보다 젊었으니까. (조인성은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괜찮아, 사랑이야'(2014)에 출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위험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출연을 결정하고 막상 현장에 있다면 결국은 해낼 테지만, 혹여나 체력이 쫓아가기 힘들까 살짝 겁도 나고. 

-로맨스 드라마에 대한 욕심은 없나.

나는 '한도 초과'라 생각한다. 더이상 보여줄게 없다.(웃음) 사실 지금 나이가 애매하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면 그 나이대에 맞는 좀 더 성숙함이나 섹시함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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