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과함께2' 이정재 "'영화인'으로 남고 싶다"
[인터뷰] '신과함께2' 이정재 "'영화인'으로 남고 싶다"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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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함께2 염라대왕 카메오 출연 제안에 "이제 내가 염라까지 하는구나 싶어"
-"'염라언니' 애칭은 고마운 닉네임...관객분들과 친근감 생겨"
-악당연기 그만하라는 편지도..."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파"
-주조연 가리지 않고 좋은 캐릭터라면 OK...영화인으로 남고파
-스케줄이 없을 땐 주로 '먹방' 프로그램 즐겨봐
배우 이정재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악당 역할을 하지 말아달라는 팬들의 편지가 많이 와요."

배우 이정재가 유쾌하게 껄껄 웃는다. 선한 눈빛 속엔 비열한 악당(영화 '도둑들''암살')이나 위압적인 카리스마(영화 '관상')의 모습은 전혀 떠올려지지 않는다.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보디가드 재희 역할로 단숨에 한국 최고의 청춘 스타 반열에 오른 이정재는 영화 '태양은 없다'(1999), '시월애'(2000), '태풍'(2005), '하녀'(2010), 도둑들(2012), 신세계(2013), '암살'(2015), '인천상륙작전'(2016) 등의 숱한 대표작을 남겼다. 

이젠 청춘스타에서 한걸음 물러나 연기파 중견배우로 20년 한국 영화사를 함께 해온 그는 주조연을 넘나들며 그 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왔다. 현실에 안주하기 보단 늘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고픈 이정재의 바람이 반영된 행보이기도 하다.  

역할이 크고 작음을 떠나 좋은 캐릭터라면 언제나 '오케이'라는 그의 짧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영화 '신과함께'시리즈다.

이정재는 2017년말 개봉해 1400만명이란 기록적인 흥행을 기록한 '신과함께-죄와벌'(이하 '신과함께1편')에 이어 후속편인 '신과함께-인과연'(이하 '신과함께2편')에서 '염라대왕' 캐릭터로 등장한다. 특별 출연 이지만 극의 흐름을 이끄는 핵심 인물로, 염라의 정체는 영화에서 '스포일러'에 해당될 정도로 깊은 여운을 남겨주는 캐릭터기도 하다. 

'염라언니'란 애칭부터 당초 촬영이 이틀이면 된다는 제안에 흔쾌히 특별 출연을 결정지은 그가 장장 2편까지 하게 된 웃지못할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이정재와의 즐거웠던 담소를 공개한다.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염라대왕으로 특별 출연한다. 출연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엔 "아 내가 이제 염라까지 하는구나"싶었다.(웃음) 당초 제안 받은 카메오는 신과함께' 1편에 (유)준상이형이 맡았던 소방관 역할이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나 '국가대표'처럼 김용화 감독님 영화에는 카메오 출연이 많다. '신과함께'를 준비 할 때도 지인들한테 전화를 돌렸나보더라. 그 중에 나도 있었던거지.(웃음) 이틀만 나와 촬영해달라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는데, 김 감독이 며칠 후에 다시 전화해서 염라대왕을 해달라고 하더라. 많이 출연 안 한다길래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내주겠다더라. 이상했다. 왜 카메오한테도 시나리오를 보내줄까 싶더라고. 1,2편을 다 보내왔더라. (웃음)

(영화 '신과함께-인과연' 속 염라는 모든 지옥을 관장하는 저승 최고의 왕이다. 삼차사들에게 49명의 망자를 환생시키면 그들 역시 원하는 모습으로 환생시켜주겠다고 약속한다. 마지막 귀인의 환생만을 남긴 강림을 다시 시험에 들게 하는 인물이지만, 감정적으로도 큰 사건을 겪게 되는 캐릭터다.) 

-시나리오를 읽었더니 어떻던가

2부를 읽는데 "오, 이게 뭐지" 싶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소화할 만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난 그 당시에 다른 작품을 찍고 있었던 터라, 김 감독한테 괜찮냐고 물었더니 맡아달라고 하더라. 알았다고 했다. 

-흔쾌히 승낙한 이유는?

이 영화는 1, 2편을 동시에 찍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게다가 두 편의 개봉이 연이어 하는게 아니라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 1년까지 텀이 있다는 가정하에 촬영을 해야했기에 김 감독의 부담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했다. 또 한국에서 동시 촬영은 처음 아닌가. 이런 프로젝트가 꼭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배우 이정재

-특별출연이지만 전편에 비해 비중이 커졌다. 스포일러에 해당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고.

특별출연이라 해서 준비가 소홀하지 않았다. 그 동안 다른 작품에서 했던 것 만큼 준비했다. 염라가 극속에서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인데, 잠깐씩 나오다 보니 이야기 전체를 알아야 하겠더라. 다른 연기자들이 하는 연기 톤도 다 체크하면서 적절한 수위에서 정확한 연기를 해야 했다. 찍어놓은 신들을 많이 보고 김용화 감독과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극 속 염라 역할을 위해 각별히 신경 쓴 점은

저승 삼차사에게 미션을 주고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 미션을 정확하게 내려야 하는 인물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아니지만, 흐름에 맞게 역할을 명확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했다. 분량이 많지 않아 다양한 감정이나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조금씩 나오는 출연장면 마다 나름대로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사진 위), '신과함께-인과연'(사진 아래) 염라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스틸 컷

-근엄한 목소리도 그렇지만, 외적인 변신도 파격적이었다. 

스태프분들이 제 사진을 놓고 12가지 버전으로 여러 모습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시도해 봤다. 그 중 4가지를 뽑아서 테스트를 했다. 수염을 배꼽 길이까지 붙여보기도 하고, 머리에 쓰는 화관이 훨씬 긴 것도 있었다. 수염이나 머리를 더 곱슬거리게도 해봤다. 한 번 테스트 할 때마다 3-4시간씩 이틀에 나눠서 했다. 최종 낙점된 것이 영화에 나온 것처럼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는 것과 화관을 쓴 모습이었다. 감독님이 두 모습을 모두 마음에 들어해 고민 하다가 재판장에서는 화관을 쓰고, 평소에는 길게 머리를 늘어뜨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영화 속 염라가 있는 곳은 현실 세계가 아닌 지옥이란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상상력을 많이 발휘하는게 좋았다. 연기자가 "이런 상상력을 가지고 이렇게 동작을 하겠다"고 제안하면 감독님은 "나중에 그렇게 그려줄께"라고 하신다. 연기자가 말했던 상상력을 구현해주겠다는 연출자에 대한 믿음이 컸다. 연기자 입장에서는 상상력을 더 많이 할 수 있으니까 재미있었던 촬영 현장이었다. 어떻게 그 장면이 나올지도 아주 궁금했는데, 훌륭했다.

-완성된 2편을 보니 소감은

공을 많이 들였구나, 정성이 많이 느껴졌다. CG도 1편보다 더 꼼꼼했다. 사운드디자인도 월등히 좋았고. 1편을 보신 1400만 관객들에게 드리는 정성스런 선물이라고 할 정도로 아주 디테일하게 작업을 한 듯한 느낌이었다.

-찍으면서 힘들었던 점은

고생은 나보다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많이 했다. 배경 효과를 위해 세트장에서는 모래 바람을 만들고과 불을 피워 연기가 자욱했으니까. 기관지가 안좋아져서 다들 콜록콜록 하더라. 그 가운데서 액션신을 해야하니 다들 고생이었다.  

-특별 출연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시간 투자와 노력이 엿보인다.

자막 뒷부분에 내 이름이 나와야하는데, 감독님이 고맙다는 의미로 부여하신 것 같다. 마음 써주신게 고맙다. 

신과함꼐-인과연 촬영현장
'신과함께-인과연' 촬영현장에서 배우 이정재와 김용화 감독

-출연료는?

조금 받았다. 교통비는 해야죠.(웃음)

-'신과함께'를 찍으면서 '염라언니'란 애칭도 생겼다.

개인적으로 고마운 닉네임이다. 관객분들과 친근감이 생긴 것 같다. 관객분들하고 밀접하게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굉장히 좋은 일이다. 

-팬들의 시선에서 보다 자유로워진건가. 

팬분들로부터 최근 영화 '암살'(2015)에서 맡은 염석진 같은 악당 역할을 안했으면 하는 편지가 많이 온다. 나라를 팔아먹었다고.(웃음) (극 속 염석진은 한때 독립 운동가였지만 민족과 동료를 배반하는 역할이다) 팬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면 저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걸 느낀다. 좋은 역할로만 회자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다만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다. 선하고 정의로운 연기만 하는 것도 연기자로서는 캐릭터를 편식하는 것과 같으니까. 

영화 '암살', '관상' 스틸 컷(사진 위 부터)
영화 '암살', '관상' 스틸 컷(사진 위 부터)

-그동안 선 굵은 역할을 많이 해왔다. 멜로물에 대한 욕심은 

물론 하고 싶다. 그런데 멜로 장르는 시나리오가 없다. 트렌드인 것 같기도 하고. 멜로를 극장에서 보고 싶어 하지 않으시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제작하시는 분들도 잘 안만들려는 것 같고.  

-이번 영화의 특별출연까지, 주조연 가리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왔다. 영화 '관상'(2013)에서는 수양대군 역을 맡아 다수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도 휩쓸었는데.

사실 죄송한 마음이었다. 더 잘하신 분들이 있는데, 제가 받아가는 기분이었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좋은 캐릭터라면 뭐든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영화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영화인이란 의미는

지금 회사(아티스트컴퍼니)에서 영화 제작도 하곤 있지만, 현장에서는 프로듀서 역할을 하면서 물을 떠다나를 수도 있고,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배우 일을 오래 하다보니 현장 경험도 많고, 다양한 배우들과 함께 일을 해봐서 어떤 작품에 어울릴지도 잘 안다. 여러 감독님과 작업을 통해 쌓은 경험치도 있으니까. 이 경험치들을 누군가가 필요로 한다면 그게 어떤 장소이던 어떤 역할이던 상관없는 것 같다. 이제 내가 선배 나이가 되니까 누군가 제 도움이 필요하다 하면 거절을 못하겠더라. 저 역시 선배님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 저를 필요로하고, 제가 해야할 일이 있으면 장소나 역할에 상관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제작에도 관심 있나

회사에서 하고 있다. (이정재는 동료 배우이자 연예계 절친 정우성과 합심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아티스트컴퍼니'를 2016년 설립했다.)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둔 영화도 두 편이 있다. 현재 시나리오 개발 단계인 작품도 있고, 촬영을 준비하는 작품도 있다. 

배우 이정재

-같은 소속사인 배우 정우성과 하정우와의 두터운 친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평소 서로 시나리오도 봐주고 조언도 해준다.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예전엔 한 햄버거 광고 CF콘티를 받고 정우성씨와 하정우씨에게 출연여부를 진지하게 상의했던 적이 있다. 제가 출연한 영화 캐릭터를 광고성으로 재활용하는걸 아주 기피한다. 그 캐릭터는 저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생각에서다. 하정우씨가 콘티를 보더니 "재미있을 것 같다"고 추천하더라. 정우성씨 역시 "형, 이런거 하시면 관객분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길래 찍게 됐다. 

-셋이 함께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영화에 함께 출연할 생각은 없나.

많이 얘기한다. 어쩌다가 아이디어가 하나 생기면 얘기도 하고, 좀 더 구체화시키기 위해 회의도 많이 한다. 영화도 셋이 함께 하는 영화가 있으면 좋겠는데, 사실 쉽지 않다. 두 시간 안에 세명의 이야기를 해내는 시나리오를 써낸다는게 쉽지 않더라. 

-예능을 함께 찍는다면

함께 예능을 찍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하정우씨가 걷는 걸 워낙 좋아한다. 트래킹이나 하이킹에 관련한 책들이 많이 있다. 이런 주제로 하루 종일 걷는 것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스케줄이 없을 때 개인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배우라고 별다를게 있나. 주로 '먹방' 프로그램을 본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닌데 재미있더라. 특히 최근 이영자 씨가 한 먹방 프로그램에서 맛 표현 하는 모습은 마치 제 입에 음식이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재미있더라.(웃음)

-요즘 고민이 있다면

특별한 고민은 없다. 주변에서 배우들이 봐달라고 하는 시나리오가 많다 보니 시나리오를 많이 읽고 있다는 것 외엔.(웃음)

-미스터리 스릴러  '사바하'(장재현 감독)도 올해 개봉도 앞두고 있다. 신흥 종교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새로움을 찾으려는 고민의 결과인 것 같다. 새로운 것에 자꾸 도전해야 저도 발전이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다른걸 해야 고민도 많아지고, 다른 것도 해봐야겠다는 의욕도 생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많은 아이디어를 거치고 숱한 연습을 통해 나오는건데, 고민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재미있다. 이런게 일의 재미인 것 같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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