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회 서울연극제] ⑤특이한 발상·새로운 시도...극단 하땅세의 '그때, 변홍례'
[제39회 서울연극제] ⑤특이한 발상·새로운 시도...극단 하땅세의 '그때, 변홍례'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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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일제시대 하녀 살인사건 극화...활동사진 촬영 현장처럼 연출
극단 하땅세의 '그때, 변홍례' 포스터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연극은 대학로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제39회 서울연극제(Seoul Theater Festival)가 지난달 28일 개막해 5월 29일까지 대학로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로 출범해 서울연극제, 서울공연예술축제(SPAF)로 개최되다가 2006년부터 서울연극협회가 주최하는 서울의 대표적 연극축제로 발돋움했다.

올해 서울연극제(집행위원장 송형종, 예술감독 최용훈)는 10편의 공식 선정작(재공연, 번역극 포함)이 메인 무대에 올라 한국 현대 연극의 흐름과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관람 작에 대한 리뷰를 올려본다.

▶①창작공동체 아르케의 '툇마루가 있는 집'

②연극 '이혈'...연극으로 풀어낸 일제 만행 위안부의 상흔

③사형제도 놓고 벌이는 토론식 연극 '4 four'

④안톤 체홉을 위한 오마주...창작극 '공포'
 


◆극단 하땅세의 연극 '그때, 변홍례' 

제39회 서울 연극제 초청작인 극단 하땅세의 '그때, 변홍례'(2018년 5월 18~27일 아트원씨어터 3관)는 발상과 형식이 특이한 연극 놀이란 점에서 흥미로웠다.

하땅세의 작품은 2015년 에딘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관람한 가족극 '붓바람' 뿐이지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연출가 윤시중의 작업은 신뢰가 갔다.

연극을 활동 사진처럼 변사까지 두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풀어낸 시도를 객기어린 실험 정도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으나, '그때, 변홍례'는 연극제의 어느 참가작보다 신선하게 다가왔다. 만석을 이룬 객석을 보아도 이 연극에 쏠린 관객의 관심도를 알 수 있었다.

작가 어단비는 1931년부터 1934년 사이에 동아일보에 게재된 속칭 '마리아 살인사건'을 극화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일본인 귀족인 대교사장과 부인, 부인의 내연남, 하층민으로 굴종적인 삶을 사는 조선인 하녀 변홍례와 조선 청년 구일 등이 욕망으로 얽히다 저지른 하녀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작가 선욱현이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해 탐정소설 같은 추리와 현장 재현으로 극적 재미를 불어넣었다. 이것을 연출가 윤시중이 연극과 영화적 기법을 섞어 완전 수작업으로 활동사진 같은 우화(寓話)를 엮어냈다.

'그때, 변홍례'의 공연 시작 직전 무대 위 배우들. 마치 연극 연습을 하듯 공연이 시작된다./사진=정중헌

이 공연에서 오퍼레이터까지 포함한 11명의 배우들은 자신의 배역 연기 뿐 아니라 변사, 조명기사, 소품 특히 자연음 폴리 사운드를 만드는 음향 효과 작업까지를 일사분란하게 해냈다.

예전 라디오 방송에서 하던 방식으로 여러 도구를 써서 소리와 효과를 내는 방식은 좀 어설프긴 했어도 기계음과는 다른 느낌을 전달했다.

무성영화 시대의 꽃인 변사의 활동과 성우들이 했던 후시녹음 방식을 혼합한 전개는 초반 다소 혼란스러웠으나 차츰 적응이 되면서 시간 여행을 하는 아우라를 안겨주었다.

영상을 연극에 도입한지는 오래됐지만 이 작품에서는 현장 촬영을 되비쳐 생동감을 살렸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들고 움직이며 비추는 집중 조명 방식은 이 작품의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이끌었다.

이밖에도 배우들이 판을 들고 나와 담과 문을 만든다거나, 살인 용의자가 차로 도망치는 상황을 형사가 오토바이로 추적하는 장면을 조명으로 스피디하게 변주시킨 연출은 발상도 특이했고 관객의 흥미도 고조시켰다.

다만 공연의 시작과 끝을 연극 연습처럼 시도한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었는데, 도입부는 자연스러웠지만 강렬한 충격으로 마무리한 후 다시 연습 장면으로 들어간 뒷부분은 사족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단 멀티플 연기여서 배우 개개인의 역량이 객석에 전달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변홍례 역 이수현, 변사와 정상 역의 유독현, 대교부인 역 권제인과 대교사장 역 김동우, 나하이 형사 역 최희도 등의 캐릭터가 돋보였다.

연극 '그때, 변홍례' 커튼콜 장면/사진=정중헌

축제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극단 하땅세의 '그때, 변홍례'는 소재도 의미가 있고 연출도 남과 다르게 뭔가 새롭게 하려는 열정이 깃들어 관객의 흥미를 자극했다.

얼핏 만화 같은 일면도 있으나 일제하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 발버둥 친 조선 여자의 비극적 삶을 조명했다는 점,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빚어내는 풍속도는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 점 등이 이 연극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 변홍례'를 보면서 2015년 에딘버러축제 어셈블리극장에서 관람한 아동극 '붓바람'이 떠올랐다.

평면 배경에 그려놓은 집의 굴뚝에서 실제 연기가 솟아오르자 아이들이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상상력을 북돋는 것도 연극의 큰 매력 아닐까.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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