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함께하면 더 행복하다는 삶의 메시지, 경쾌한 2인극 '하이젠버그'
[리뷰] 함께하면 더 행복하다는 삶의 메시지, 경쾌한 2인극 '하이젠버그'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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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정동환·방진의 주연...통통 튀는 스토리 전개와 깔끔한 연출력 돋보여
연극 하이젠버그 콘셉트 사진/사진제공=리앤홍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충동적인 만남, 예측불가의 진전.

국내 초연의 '하이젠버그'는 우연한 남녀의 만남이 함께 있어 행복한 삶으로 전개되는 경쾌한 2인극이다.

사이먼 스티븐스의 신작을 김민정이 연출한 무대에는 고독한 노년의 알렉스 프리스트 역으로 정동환이, 저돌적이며 발랄한 죠지 번스 역으로 방진의가 함께 앙상블을 이룬다.

대화로 끌어가는 형식의 연극은 많지만 이 작품의 미덕은 통통 튀는 스토리 전개에 묘한 매력과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이다.

"연극 하이젠버그 공연사진 02" "연극 하이젠버그 공연사진 01"
연극 하이젠버그 공연사진 정동환(좌), 방진의(우)/사진제공=리앤홍

영국 작가의 희곡을 뉴욕에서 공연해 호평을 받은 작품의 국내 초연은 여러 면에서 신선했다. 뉴욕 공연이 어땠는지 모르지만 김민정의 연출은 깔끔하면서도 개성이 돋보였다.

무대 뒤쪽과 옆쪽에 객석을 설치, 대사가 흩어지는 단점은 있었으나 바로 코 앞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본다는 묘한 기분과 현장감이 재미를 더했다.

무대 바닥을 형광 물감으로 디자인하여 조명이 꺼지면 빛을 발하게 하고, 배우가 등퇴장 없이 무대에서 의상과 소품을 챙기고 소도구를 옮기게 한 점도 무대의 몰입도를 높였다.

제목 하이젠버그는 유럽 도시의 역 이름이거나 맥주 상표인줄 알았는데, 설명을 보니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의 개념에서 원용했다고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인간관계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처를 안고 사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과 전개를 지켜보는 묘미가 쏠쏠하다.

"연극 하이젠버그 공연사진 02" "연극 하이젠버그 공연사진 01"
연극 하이젠버그 공연사진 정동환(좌), 방진의(우)/사진제공=리앤홍

75세의 알렉스는 한군데서 40여년 정육점을 해온 독신의 노인이다. 그보다 30여년이 어린 중년의 죠지는 미혼모로 미국으로 가버린 아들을 못잊어 한다. 붐비는 기차역에서 죠지는 충동적으로 알렉스에게 말을 건다. 욕설도 마다않는 죠지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에 무뚝뚝한 알렉스가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한다.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암전이 될 때마다 둘의 관계는 예측불가로 전개된다.

죠지가 알렉스의 정육점을 찾아가고, 잠자리를 함께 하며 깊은 정을 나누고, 죠지의 아들을 찾아 미국의 뉴저지로 함께 가면서 오랫동안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남녀는 고립되어 있을 때 보다 함께 있을 때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홀로화 되어가는 이 시대에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의 첫째 매력은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대사이다. 속사포 같은 죠지의 말과 어눌한 알렉스의 말이 템포가 빨라지며 리듬을 타면 관객들도 덩달아 호흡이 빨라진다. 배우의 말 한마디, 엉뚱한 행동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리지만 그들의 진실이 한꺼풀 씩 벗겨질 때마다 장내는 숙연해진다.

연극 하이젠버그 콘셉트 사진/사진제공=리앤홍

그래서 이 연극은 배우들의 연기에 성패가 달려있다. 고전과 문제작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평판과 신뢰도가 높은 정동환은 75세라는 극중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것을 빼고는 대사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면서 황혼의 한 남자가 뒤늦게 삶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그가 “인생은 왜 이리 짧을까”하는 대사에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죠지 역의 방진의는 엉뚱하게 좌충우돌하지만 속내를 조금씩 열어가는, 복잡하면서도 개성적인 캐릭터를 상큼한 매력과 발랄함으로 잘 소화해냈다.

이 두 배우의 감각적 연기를 끌어낸 김민정 연출의 섬세한 해석과 깔끔한 연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랜만에 삶을 성찰케 하는 진지하고 유쾌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작품을 만나 가슴이 뿌듯했다./5월 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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