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인터뷰어] 사랑 찾아 역(逆)이주한 캐나다 동포 의사
[나도 인터뷰어] 사랑 찾아 역(逆)이주한 캐나다 동포 의사
  • 이창근 인터뷰어
  • 승인 201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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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1.5세 출신 김영진 원장, 한국서 첫 눈에 반한 아내 좇아 한국행
-캐나다 명문 대학생활 접고 한국서 다시 의대 입학
-23년차 잉꼬 부부 비결? "서로에 대한 배려가 중요"
김영진 구로우리들의원 원장/사진=이창근

['나도 인터뷰어'는 주변 인물에 대한 인터뷰를 <인터뷰365>를 통해 공개하는 국민 인터뷰 코너입니다.] 

[인터뷰365 이창근 인터뷰어] 20여년 전 대학교 1학년때 한국에 왔다가 첫 눈에 반한 그녀를 좇아 캐나다 생활을 접고 과감히 한국행을 택한 남자가 있다. 캐나다 교포 1.5세인 김영진 구로우리들의원 원장은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 이 시대의 '로맨티스트'다. 첫 눈에 반했던 그녀(강혜영 씨)는 현재의 아내가 됐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이들이지만, 23년차 잉꼬부부로 남다른 부부애를 자랑하는 김 원장 부부. 최근 구로구에 위치한 병원에서 만난 김 원장은 "사랑은 서로 맞춰가는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배려가 행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교포1.5세라고 들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어릴 때부터 살다가 캐나다로 다시 이민을 간 후 몬트리올과 토론토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당시 전공이 의대였나요.  

캐나다에서의 대학 전공은 의학과 전혀 관련이 없는 국제법 분야였습니다. 캐나다에서 학교 졸업 후 현지에 정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었죠. 대학교 1학년 때 한국에 방문했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 이후 연애를 이어오다가 캐나다 생활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다시 의대를 다니게 됐고, 이렇게 개원까지 하게 됐습니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분야는 뭔가요

대학 병원에서 의과전문의를 땄고, 이후 간담체, 특히 간이식 수술에 더 관심을 갖고 진료를 많이 봤습니다. 일부 병원에서 간이식 숫자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안좋아진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수술이 아닌 예방에 맞춘 통증 관련 의원을 운영한지 3년 쯤 됐습니다. 피부과 치료도 하고 있고요.   

-학교까지 그만두고 한국에 왔다니 놀랍습니다. 두 분이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요. 

처음 한국에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직후에 잠깐 방문할 기회가 있었죠. 대학 합격 소식을 들은 외삼촌께서 합격 선물로 한국에 초대해 주셨어요. 또 한국말을 그 당시까지만 해도 잘 못해서 한국어도 배워가라고 하신 거예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 보니깐 한국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곳 저곳 국내 여행을 많이 했습니다. 어느 날 사촌형을 따라 모임에 갔는데, 거기에 지금의 아내가 있었던거죠. 보자 마자 첫 눈에 반했어요. 아담한 모습에 한 눈에 반해 버린거죠. (웃음)

-1980년대 시절에는 연락도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제가 캐나다로 돌아간 후 편지를 많이 했어요. 또 전화도 많이 했고요. 처음 만난 후 그 다음 달 전화요금이 그 당시에 1000달러가 나왔어요. 지금으로 따지면 수 백만원이 나온거죠.(웃음) 그 당시엔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카톡 같은 것이 없었기에 편지를 많이 했어요. 옛날 어르신들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쟎아요. "연애 편지 많이 하다보면, 진짜 그 사람이랑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우체부랑 결혼한다"라는 말을요.(웃음) 정말 우체부가 하루도 안 빠지고 저희 집에 들렸어요. 만약에 하루라도 빠지고 지나가면, 우체부가 이상하게 생각해서 다시 집에 확인할 정도로 편지를 많이 썼죠.

김영진 구로우리들의원 원장과 아내 강해영(사진 왼쪽) 부부/사진=이창근

-매일 어떻게 그렇게 편지를 썼나요. 열정적이네요.

일상 생활 이야기죠. 그날 그날 일기 같이 편지를 썼죠. 

(필자의 요청으로 김 원장의 아내인 강해영 씨도 인터뷰 자리를 함께 했다. 강해영 씨는 "편지를 편지처럼 쓴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편지에 쓴 것"이라며 "하루에 두 번 쓸 때도 있었고 세 번 쓸 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캐나다가 아닌 한국에 정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강해영(이하 '강')= 저는 외국에 대한 로망이나 그런 생각이 전혀 없어요. 일단 관심이 없었던거 같아요.

김 원장= 그 당시는 올림픽 후라 한국에는 피자집이나 햄버거 가게도 많이 없었을 때고, 외국 교포도 더더욱 없었고요. 지금이야 많이 있지만요. 외국어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우호적이었는데, 이상하게 제 아내는 그런 것에 관심도 없었고 제게도 관심이 없어보였어요. 그런데 그점이 더 매력 있어 보였는지, 더 마음이 끌리지 않았나 해요.

-처음 남편 분한테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강= 매우 재미있었고, 유머가 넘쳤어요. (웃음) 

김 원장= 제가 위트 같은게 넘치기는 하죠.(웃음)

-자라온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지 않았나요.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다르다 보니, 서로 이해 못 하는 부분도 많고 또 언어적인 차이도 있지요. 그러나 사랑은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서 맞춰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면서요. 아내가 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처럼 저 역시 양보하고 지내는 거죠.

우리는 뭐든 함께 하려 해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거죠. 예를 들어, 저는 고기를 좋아하는데 아내는 별로 안 좋아해요. 그렇지만 제가 고기를 먹고 싶으면 아내는 "같이 먹을께"이래요. 저 역시 제가 싫어하는 생선이나 야채를 아내가 먹을 때 같이 먹고요. 난 이거 먹을테니, 넌 저거 먹어 이렇게는 하지 않아요. 

-23년간 잉꼬부부로 지내올 수 있었던 비결이네요.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강= 저는 오래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희생인거 같아요.

김 원장= 희생이라고 해서 사람들은 정말 어마어마한 것을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말하는 희생이라는 것은 작은 거예요. 생활에서 나오는 사소한 마찰이 스트레스를 주고, 또 상대방을 힘들게 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아내는 햄버거를 별로 안 좋아 하는데 저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햄버거를 먹어야 한다는 것 등이 있어요. 그것을 못 먹었을 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아내가 이해해주죠. 저 역시 아내가 어디 가서 한 달 동안 김치를 한 번도 못 먹는다면 힘들꺼라는 걸 알아요. 소소한 것 같지만, 서로를 배려해주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녀는 어떻게 됩니까. 

딸이 있는데요. 지금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 대학교 3학년에 다녀요. 캐나다에서는 명문에 속하는 대학이지요. 제가 잠시 다녔던 대학이기도 하고요.

-딸이 많이 보고 싶으시겠네요.

제가 결혼한지 올해가 약 23년째 되어가는데요. 제가 이상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한번도 딸이 우리 집사람보다 더 보고 싶다던가, 딸이 더 우선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아버지로서 물론 딸을 걱정하고 또 생각하죠. 그러나 그 아이의 인생이 있쟎아요. 만약 떨어져 있으면 하루라도 못 본 아내가 더 보고 싶지 몇 개월 안 본 딸이 더 보고 싶지는 않아요.(웃음)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행복하기 위한 노력이 있다면요.

김 원장= 전 행복이란 것이 같이 하는 것이라고 봐요. 같은 추억을 만들고 또 같은 추억으로 하여금 다시 생각하게 하죠. 운동을 하더라도 각자 각기 다른 운동을 하러가기 보다는 함께 산책을 한다던지요. 일상 생활에서 아내를 더 웃게끔 고민해요. 웃길려고 댄스를 추는게 아니라 제 말 한마디에 더 웃고 즐거울 수 있게 하는 거죠. 

또 의사로서의 바람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어릴 적 여유있게 살지 못했어요. 교포 1.5세다 보니 이민 사회 자체에서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살았죠. 그래서인지 형편이 어려우신 분이나 나이 드신 분들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있어요. 장애인분들도 많이 도와드리고 싶어요.

강=한 목표를 두고 같이 같은 목표를 보고 같이 걸어가는거,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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