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경주=김두호 기자] 한국의 대표적인 고대 역사 유적지인 경주에서 지금도 신라 천년의 발자취를 조사하고 찾아내는 유적 발굴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경주 시내 천마총 미추왕릉 등이 있는 대릉원에 인접한 쪽샘지구 고분군의 발굴 현장은 학생들의 생생한 학습 체험장 구실을 하면서 수많은 관광객들의 탐방 코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기원전 57년∼기원후 935년까지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그로부터 다시 천년의 역사가 흐른 신라의 고도 경주시내에는 155기의 거대한 고분들이 잘 다듬어진 잔디동산의 자태로 도처에 누워있다.
고분 발굴은 조선조말기인 1906년 대한제국 시기에 일본인들이 경주시내 황남동과 동천동 고분을 조사한 것을 시작으로 일제 강점기에 황남동 검총이 발굴되고 1921년 금관총, 1924년 금령총, 1926년 서봉총, 1934년 황남리 109호분이 차례로 발굴됐다.
당시는 유물에만 집착해 작업과정이 유적지의 보존 방식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부족했다. 비로소 광복 후 국내 학자들에 의해 1946년 은령총을 시작으로 1970년대 초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발굴현장까지 내려와 격려를 해줄 정도로 정부가 앞장을 서 '경주고도개발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발굴작업이 진행중인 고분은 쪽샘 유적지다. 14개 지구로 나누어 조사를 진행해 44호분을 두고 2007년 지표조사, 2009년부터 2년간 1차 조사를 마무리 하고 2014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정밀 학술발굴 작업을 진행중이다.
발굴 고분 현장을 거대한 돔으로 가려 원형 스튜디오 형태의 구조물을 축조해 실내에서 관람객이 2층 높이의 관람통로를 돌며 작업현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작업 종사자들이 돌 한 점, 흙 한줌을 작은 붓으로 털면서 정밀 학술발굴을 하는 현장 모습이 숨소리까지 잦아들게 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고분에 나온 놀라운 세공기술이 빗어낸 찬란한 황금소재의 금관과 장신구, 철제 갑옷과 각종 무기류, 불상이나 왕과 귀족들의 생활용구들이 시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금과 은, 동과 철, 돌과 유리 등을 소재로 한 각종 유물과 토기류의 생활용구들도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건물을 들어서면 바른쪽 옥외에 설치된 높이 약 4m에 이르는 19톤짜리 육중한 범종이 시선을 압도한다. 천년을 상처받지 않고 버텨온 성덕대왕신종이다. 녹음된 소리지만 길게 울리는 소리의 원음이 에밀레종의 설화를 염두에 둔 탓인지 애처럽게 파고든다.
전시관으로 들어가 불빛이 깔린 유리바닥을 지나다 보면 밑에 자연 지형 전시물이 또 흥미롭게 눈길을 잡는다. 놀랍게도 박물관 건물 기초공사를 하면서 수레바퀴 자국이 남아있는 통일신라시대 도로를 발견, 한 부분을 그대로 전시물로 살려낸 것이다.
경주는 부여와 함께 우리 옛 역사의 숨결을 머리와 가슴으로 함께 느낄 수 있는 유적지인 탓으로 가고 또 가고, 보고 또 보아도 늘 느낌과 생각이 새롭게 다가오는 곳이다. 유적, 유물 한 점마다 우리 조상들의 손길과 체취가 스며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문득문득 옛 어른들 곁으로 달려가게 하는 타임머신 현상을 안겨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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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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