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황주원 기자] "제가 울고 있을 때 나오가 다가와서 위로를 해줬어요. 어렸을 때부터 같이 해온 사이로 서로에게 남다른 애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도 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같이 온 것 같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벅찬 감동을 안겨줬던 '빙속여제' 이상화 선수가 '명승부'를 펼친 고다이라 나오 선수와의 각별한 인연을 털어놓았다.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가 서로 끌어안고 링크를 도는 아름다운 모습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명장면으로 꼽히기도 했다. 15년 넘게 스포츠 캐스터로 활약해온 이광용 아나운서도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라고 표현했다. 

이상화 선수는 20일 평창 국제방송센터(IBC)에 마련된 KBS 스튜디오를 방문해 그동안 전 국민들이 궁금해했던 질문에 답하는 특별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스포츠캐스터 이광용 아나운서와 이상화의 대표팀 입단 동기인 이강석 해설위원이 함께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이상화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제가 울고 있을 때 나오가 다가와서 위로를 해줬다"며 "그 때 더 눈물이 났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해온 사이로 서로에게 남다른 애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상화와는 이번과는 반대로 자신이 고다이라 선수를 격려해줬던 에피소드도 공개하기도 했다.

이상화는 라이벌이자 동료이면서 때론 언니같기도 한 고다이라와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도 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같이 온 것 같다"며 "이번에 함께 올림픽 시상대에 나란히 설 수 있었던 것도 너무 좋았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하면 스피드 스케이팅의 전설인 이상화와 크라머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세계 언론의 큰 화제를 모았다. 과연 어떤 다정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을지 중계진조차도 무척 궁금해했던 알콩달콩한 투샷에 얽힌 비밀에 대해 그가 입을 열었다.

이상화는 "그냥 몸을 풀고 있었는데 스벤(크라머)이 와서는 긴장이 되느냐고 물어보더라"며 "그래서 '긴장이 된다'고 하니까 '그냥 최선을 다 해. 여기 너희 나라잖아'"라고 응원과 격려를 해줬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경기 당일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상화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골인을 해서 기록을 봤을 때 정말 너무 놀라서 사람들에게 이제 환호를 더 줄 수 있는 그런 상상을 계속 해왔었다"며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고, 그냥 고개를 못 들겠더라"며 국민들의 기대와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안타까웠던 그 날의 심정을 돌이켰다.

이어 "100m 통과를 했을 때 '이대로만 가면 될 것 같다', '조금만 더 힘내자' 그랬는데 너무 빨라서 속도를 못 이긴 것 같다"며 "거기에서 속도를 다 잃었다"며 아쉬웠던 경기 순간을 복기하기도 했다.

이강석 해설위원은 "이미 나오 선수가 올림픽 신기록을 깬 다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더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대로 끝은 아닌거겠죠"라고 묻는 이광용 캐스터의 돌직구에 이상화는 "능력이 되는 한 경기장에서 저를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는 반가운 답변을 내놓았다.

황주원 기자

interview365@naver.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