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부산행' 연상호 감독, '천만감독' 중압감 벗고 '염력'으로 돌아오다
[인터뷰①] '부산행' 연상호 감독, '천만감독' 중압감 벗고 '염력'으로 돌아오다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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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코미디와 사회적 메시지...주변의 우려 컸다"
-개인이 설사 패배했다 하더라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는 메시지 담고 있어
-'악역' 캐릭터 정유미 대사들, 현장에서 나온 애드리브
연상호 감독/사진=NEW
연상호 감독/사진=NEW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2년 전 '좀비'영화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연상호 감독이 이번엔 '초능력' 이야기를 들고 왔다. 

영화 개봉에 앞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연 감독은 영화 '부산행'의 '천만 신화'는 "운"이라며 겸손해했다. 좀비를 소재로 한 '부산행(2016)'은 연 감독의 첫 실사 영화로, 개봉당시 1156만명을 동원한 그해 최고 히트작이었다. 

그는 "운이 가져다 준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만 감독'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그가 중압감을 훌훌 털고 시작한 작품이 '염력'이다. 그러나 쉬운 길은 아니었다. 오히려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염력'은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초능력'이란 소재에 코미디, 여기에 사회적 메시지까지 버무려 놓은 영화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와 스토리 조합에 주변의 걱정과 우려도 컸다. 그 역시 쉽지 않은 도전작이었을터. 

그러나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작품마다 사회 고발성 메시지를 담아온 연 감독은 '염력'에서도 어김없이 자신의 장기를 펼쳐보였다. 전면에 코미디란 장르를 내세웠지만,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철거민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폐부를 건드리는 '연상호표' 영화기도 하다. 

연 감독은 "이 영화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며 "개개인이 설사 패배했다 하더라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과 실화를 넘나드는 영화 감독으로서, 그리고 최근엔 첫 그래픽 노블도 발간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상호 감독. 4살된 딸과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영락없는 '딸바보'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쏟아지는 해외 러브콜도 "영어'를 못해서" 마다하고 있다며 껄껄 웃는 그는 "존경받는 거장보다 적당한 조롱과 적당한 존중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천만신화' 감독, '중압감' 벗고 '염력'으로 돌아오다  

-'부산행'의 히트 후 흥행감독이란 타이틀이 따라 붙는다. 중압감은.

'부산행'이란 영화가 흥행도 잘됐고, 깐느 영화제까지 가다보니 중압감이 컸다. 전작 '사이비'(2013) 같은 작품은 깐느를 못갔던 터라, 이 영화가 깐느 영화제까지 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영화 '염력'에 들어가기 전 중압감을 많이 떨쳐내려고 노력했다. '부산행'이 끝나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면서 내가 했던 과거의 인터뷰들을 찾아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란 질문에 "적당한 경멸과 적당한 존경을 받으면서 오래 일을 하고 싶다"는 대답이 마음에 와닿더라. 

부산행이란 결과가 있기까지엔 굉장한 운이 따랐다. 운으로 일어난 일에 중압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염력'이란 영화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마다 사회 고발성 메시지를 담아온 연 감독은 그만의 독특한 '연상호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연 감독은 사회의 부조리함을 학교에 빗댄 '돼지의 왕'으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국제 영화제 감독 주간에 진출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 수몰예정지역을 배경으로 한 '사이비'로 스페인 히혼 국제 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그의 첫 실사영화 '부산행'은 첫만 영화에 등극과 동시에 칸 국제 영화제 심야 상영작으로 초청받으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었다. '부산행'의 경우 기차 아비규환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상을 반영했다. 영화 '염력'은 '부산행'에 이어 연상호 감독의 두번째 실사영화다.)

영화 '염력' 스틸 컷

-좀비를 다뤘던 '부산행'에 이어 '염력'은 초능력 소재를 다루고 있다. 왜 초능력인가.

'부산행'이라는 영화를 하기도 했고 약간의 중압감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상상이 잘 안되는 장르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부산행'을 통해 흥행감독이 되다 보니 아무래도 영화를 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기회가 주어진 만큼 남들이 하기 어려운 작품을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지기 힘든 코미디란 장르에,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코미디, 그리고 초능력이란 소재까지 섞고 싶었다.

 -초능력과 코미디의 결합이 생소하다.   

코미디는 참 어려운 장르다. 진지한 영화에 비해 잘해도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든 장르기도 하고. 어려움에 비해 인정을 받기 쉽지 않은 장르다. 그래서인지 도전의식 같은게 있다. 철거촌의 초능력자 이야기는 오래 전에 생각했던 이야기여서, 그것을 한번 코미디로 풀어보고 싶었다. 

(영화 '염력'은 우연히 염력이 생긴 아빠이자 소시민인 '석현'(류승룡)이 강제 철거에 맞선 딸 '루미'(심은경)을 도우며 철거민들의 '히어로'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코미디 영화다. 초능력을 발휘하는 류승룡의 모습을 재치있고 코믹스럽게 표현한 반면, 재개발을 위해 상가를 철거를 강행하려는 건설사와 용역업체, 여기에 상가주민들과의 격렬한 대치, 그리고 공권력의 투입 등은 용산 참사의 비극을 떠올리게 할 만큼 현실적이다.)  

연상호 감독/사진=NEW

-코미디와 철거민이란 사회적 메시지는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질적이거나 색다르다고는 생각 안했다. 20대 초반시절, 코미디지만 사회적인 시각을 녹인 영화들이 많았다. 장선우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 여균동 감독의 '맨', 박헌수 감독의 '진짜사나이' 이런 작품들을 좋아했다. 이 이후에도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등의 작품들도 나오긴 했지만, 점점 보기 힘들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류의 영화들이 주류에서 벗어나 있더라.   

 -용산 참사를 염두하고 설정한 건가.

그렇지는 않다. 대학 시절부터 생각했던 거다. 대학시절엔 문학·예술작품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도시개발'이란 배경은 보편적인 소재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다큐멘터리인 '상계동 올림픽' 등에서도 도시개발을 다루고 있지 않나. 철거촌을 다룬 만화를 그린 친구들도 있었다.

연상호 감독/사진=NEW

◆"코미디와 사회적 메시지...주변의 우려 컸다"

-제작전 '염력'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초능력'이란 소재의 경우만 본다면 오히려 '부산행'의 좀비보다는 우려가 적었던 것 같다.(웃음) 그러나 불편한 주제를, 그것도 코미디로 한다고 하니 반대가 꽤 있었다. '부산행2'를 하는 편이 더 좋지 않냐, 꼭 이렇게 가야하겠냐 그런 걱정과 우려감이 있었다. 

영화관계자들 역시 '이 영화가 해볼 만한 영화인가, 연상호 감독을 위해 좋은 방향일까' 이런 고민들을 했었던 같다. 어렵사리 흥행 감독이 됐는데, 뭔가 안전한 길을 가지 않겠다는 것에 대한 우려스러움? 만약 류승룡 선배와 심은경 배우가 이 영화에 참여를 안했으면 시나리오가 지금 같은 형태는 아니었을 것 같다. 그러나 두 명의 주연이 흔쾌히 참여 하면서 빠르게 진행되더라.

-그런 우려를 극복하고 세상에 빛을 보게 됐는데

개인적으로 '염력'이란 영화가 나왔다는점이 만족스럽다. 매해 나오는 한국 영화 중에서 갑자기 이상하고 독특한 영화가 '삐죽' 나왔다는것이. 물론 흥행이 잘 되면 제일 좋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정유미 배우가 첫 등장한 레스토랑 신이다. 한강전망이 보이는 큰 창이 있는 레스토랑안에서 진행되는 장면이다. 당초 전망이 좋은 로케이션 장소를 찾았는데, 액션신도 나오는데다, 창이 크다보니 조명을 통일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세트를 만들고 합성했는데, 잘 나온 것 같다.

촬영현장에서의 연상호 감독
촬영현장에서의 연상호 감독

◆"개인이 설사 패배했다 하더라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는 메시지"

-배우 정유미의 악역 캐릭터가 화제다. 악당이 원래 여성 캐릭터였나.

(정유미는 자신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대기업 '홍상무'역을 맡아 짧고 굵은 악역연기를 선보인다. 눈에 힘을 뺀 해맑고 구김없는 모습도 보이다가도 한순간에 냉정하게 돌변하기도 하는 통통튀는 악녀의 모습이다. 하이톤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굉장히 인상 깊다. 류승룡은 기자간담회 당시 "정유미 배우가 맡은 캐릭터는 짧은 장면에서 배우가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게 들어가 있다"며 "연상호 감독이 얼마나 이 배우를 편애하는지를 알았다"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시나리오부터 정유미 배우를 염두해놓고 썼다. '부산행'을 개봉 하고 무대인사를 하는데 정 배우가 "다음 작품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하더라. 악역이 있다 했더니 "너무 좋다"고 흔쾌히 오케이 했다.

영화 '염력' 정유미 스틸 컷

-정유미가 맡은 홍 상무란 캐릭터의 탄생은.  

사실 시나리오에는 구체적인 악역 캐릭터가 없이 평면적이었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건 눈을 부라리는 그런 악당의 모습은 아니었다. 홍상무란 캐릭터가 어떻게 보여질지 모두들 궁금해했다. 나 역시 사전에 정 배우랑 많은 의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 배우가 만들어 올 캐릭터가 매우 궁금했다.(웃음) 류승룡 선배 역시 "어떻게 만들어올까" 궁금해하더라. 드디어 촬영날에 정 배우가 본인이 잡은 캐릭터가 있다며 보여줬는데, 흠...아닌거다.(웃음) 

-영화 속 홍상무의 모습과는 달랐다는 말인가

전혀 다른 캐릭터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같이 얘기하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웃긴 얘기를 하면서 편하게 찍었던 것 같다. 정 배우의 있는 그대로의 해맑은 모습을 담아 홍상무 역할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더라. 그 다음부터는 정 배우가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 했다. 

-애드리브가 많았나

많았다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다 현장에서 나온 대사들이다. 촬영날까지도 어떻게 연기를 해야한다는 계획은 없었으니까. 원래 시나리오에서도 대사가 거의 없이 맥락만 있었다. 애드리브성 대사는 현장에서 정 배우가 다 했다. 목소리 톤도 그렇고. 정 배우가 홍상무 역을 맡아 영화에 활력을 안겨준 것 같다.

-'염력'이란 영화는 

이 영화는 힘에 대한 이야기다. 초인적인 힘도 있고, 또 조직이 주는 엄청난 능력도 나온다. 또 개개인이 설사 패배했다 하더라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관객분들은 즐기면서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다. 영화에 나오는 사안을 굉장히 깊숙히 들어가길 바라면서 만든건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인상적인 풍경들을 느낌대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다. 

<이어서>[인터뷰②]사회 고발성 메시지 담아온 연상호 감독...'부산행2' 계획은?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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