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를 악취로 바꾼 ‘페놀오염사건’
화이트데이를 악취로 바꾼 ‘페놀오염사건’
  • 홍경희
  • 승인 200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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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환경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는 화이트데이를 / 홍경희

[인터뷰365 홍경희] 18년전 오늘인 1991년 3월 14일. 연인들이 사탕을 나누는 <화이트 데이>였던 이날 대구시민들은 갑자기 수돗물에서 역하게 올라오는 악취를 경험한다. 얼마나 독한 냄새였던지 물을 마시기는커녕 세수와 빨래도 할 수 없었다. 이에 민원이 이어지자 정부는 조사에 나섰고, 결국 경북 구미에 위치하던 두산그룹의 계열사인 두산전자의 페놀원액 저장탱크에서 생산라인으로 이어지던 파이프가 파열되며 30톤의 페놀원액이 약 8시간동안 옥계천을 거쳐 대구시의 상수원인 다사취수장으로 유입되었던 것이 밝혀졌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악취 신고를 받은 취수장측은 원인을 규명하지도 못한 채 페놀 소독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염소를 다량투입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그러는 동안 페놀에 오염된 폐수는 낙동강을 타고 밀양, 함안을 거쳐 부산, 마산으로 흐르며 경상도 전 지역이 페놀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페놀이 얼마나 위험한 독극물인지는 2차 대전의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나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 이전 부터 전쟁기간에 걸쳐 대량 학살에 페놀을 이용하였다. ‘애초에는 안락사를 목적으로 페놀을, 대량 학살은 자이클론 B와 같은 독가스를 이용하였으나 전쟁 기간 중 페놀 주입이 더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독가스 대신 페놀을 학살에 이용하였다.’라고 전쟁 백과사전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이 페놀유출사건을 통해 공무원과 두산전자 관계자등 총 13명이 구속되고, 그 외의 11명의 공무원이 징계되는 유례없는 문책인사가 뒤 따르고, 국회에서는 진상 조사위원회가 열리는등 요란했었지만 사건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첫 유출 사건 발생 20일 만에 조업을 재개했던 두산전자는 4월22일 또다시 파이프가 파열되며 2톤 가량의 페놀원액이 낙동강에 유입되는 2차 사고를 일으킨다. 결국 국민들의 분노는 폭발하고 두산의 회장이 물러나고, 환경처의 장,차관이 동반 경질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이 사건은 대기업과 당국의 태만과 무지가 빚어낸 대표적 환경오염사건이 되었으며, 국민들에겐 환경에 대한 위기감을 분명히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이후 정부와 국회는 ‘환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 ‘맑은 물 공급대책’등을 제정 발표하고 환경기준을 강화하였다.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은 녹색연합이 1999년 환경 공무원과 환경운동가 등 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우리나라 환경 10대 사건'에서 1위에 올랐다. 단군 이래 초유의 환경오염 사건은 환경오염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회적 경고와 함께 전국적인 환경운동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상수원의 수질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달콤한 사랑의 사탕을 나누는 화이트데이에, 한번쯤 환경과 물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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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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