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의 감상추천지수]'유리'스크린에 블록당한 '유리정원'
[서영수의 감상추천지수]'유리'스크린에 블록당한 '유리정원'
  • 서영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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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리정원' 스틸 이미지
영화 '유리정원' 스틸 이미지/사진=리틀빅픽처스

[인터뷰365 서영수 칼럼니스트] 68회 칸영화제에서 '마돈나'로 '주목할 만한 시선'을 받은 신수원 감독이 연출한 네 번째 장편영화작품 '유리정원'에 대한 기대가 컸다.

'유리정원'을 보러가는 길은 의외로 멀었다. 상영관이 극히 적을 뿐 더러 상영시간도 아침 9시 이후엔 심야시간에만 스케줄이 있는 교차상영을 하고 있었다.

텅 빈 극장에 홀로 앉아 '유리정원'을 보는 동안 이 영화가 스크린으로부터 홀대받는점이 궁금해졌다.

'유리정원'은 '식물처럼 광합성 능력이 생긴 여자가 영혼이 있는 나무로 변해간다.'는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잔혹판타지다.

유리정원에 스스로 갇혀 연구에만 몰두하는 재연을 몰래 지켜보는 소설가 지훈(김태훈)은 재연의 삶을 표절해 웹 소설로 연재한다. 재연이 겪은 아픔을 팔아 인기몰이를 하는 지훈 앞에 나타난 재연은 의외의 제안을 하며 세상이 모르는 두 사람만의 비밀을 소설과 현실을 넘나들며 만들어간다.

영화 '유리정원'은 후반부로 갈수록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시원한 궤적 대신 스텝이 꼬인 댄서를 보듯 불안한 흐름을 보여 안타까웠다.

등장인물이 여럿 나오면 흔들리던 연출은 중요한 극적 반전 계기가 되는 '경찰과 수색견이 재연을 추격'하는 짧은 몹신(mob-scene)에 이르면 긴장이 최고조로 상승하는 대신 김빠진 맥주처럼 허탈했다. 클라이막스로 올라가는 동력을 상실한 '유리정원'은 깔끔한 마무리 대신 초로에 접어든 소설가 지훈을 보여주는 과잉 친절을 보여준다.

"사람으로 짧게 사느냐, 나무로 만년 사느냐"는 숙제를 남긴 '유리정원'은 신수원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각본과 연출을 겸하는 감독은 해당 작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는 믿음으로 무리한 논리 비약과 상황전개라는 함정에 빠져 무리수를 두기 쉽다. '유리정원'도 이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영화 '유리정원' 스틸 이미지/사진=리틀빅픽처스
영화 '유리정원' 스틸 이미지/사진=리틀빅픽처스

상업성과 흥행요소를 일부러 피해가며 예술을 지향한 '유리정원'은 완성도와 무관하게 민족의 아픔을 액션으로 상품화한 '군함도'와 원작소설과 스타 연기자를 앞세운 '남한산성'에 비해 당당한 영화다.

그러나 '유리정원'은 턱없이 적은 스크린 확보와 교차상영이라는 수모를 개봉 첫날부터 겪었다. 스크린독과점 현상과 병폐는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조차 원천봉쇄하는 현상은 없어져야 한다. 유리천장처럼 유리스크린을 만들어 관객선택권을 막는 행위는 다양한 영화가 발붙일 토양을 빼앗는 횡포다.

하루하루 흥행 수입에 연연해야하는 천민자본주의가 존재함은 인정하고 비난하고 싶지 않다. 다만 거시적 안목을 가진 문화자본주의가 사라지면 영화산업생태계는 건강한 자생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영화 '유리정원' 서영수 감상추천지수 : ★★★☆☆

*영화평점이 아닌 감상추천지수입니다

 

                                                                                   [필자의 의견은 인터뷰365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영수

영화 '나도 몰래 어느새','장미여관'등을 연출한 시나리오작가 겸 영화감독,칼럼니스트. 미국시나리오작가조합 정회원. 10여 년 전부터 茶道와 국내외 차문화를 연구, 차 감정 및 품평 전문가로 차 관련 칼럼니스트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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