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신선했던 열린 무대, 아쉬웠던 응집력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신선했던 열린 무대, 아쉬웠던 응집력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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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공연장면/사진=예술의 전당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공연장면/사진=예술의 전당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문삼화 번역·연출의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젊은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작품이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고전은 현대의 언어로 개방 무대에서 펼쳐졌으나 나같은 시니어에게는 좀 낯설었다.

퓰리처상을 받은 이 작품은 남부의 대농장 저택에서 벌어지는 한 가족의 욕망과 고독, 소통과 소외 등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 작품이다.

이제까지 본 국내무대는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감정의 대립과 밀도를 높여가는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했다. 소극장 무대에서 역량을 보인 문삼화 연출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를 통해 무대를 푸른 창공 속에 개방시켜 외연을 넓혔다.

저택의 높다란 창문 밖에서는 파티도 열리고 불꽃놀이도 펼쳐진다. 외부로 통하는 문들은 질식할 것 같은 실내의 공기를 뽑아내는 통로이자 답답함을 토해내는 내면의 분출구였다.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공연장면/사진=예술의 전당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공연장면/사진=예술의 전당

그런데 문제는 벽이었다. 부부간 성의 갈등, 유산 상속을 둘러싼 가족간의 신경전은 벽 내부에서 일어나는데 벽이 환하게 트였으니 밀도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문삼화 연출은 번역에서 노골적인 욕설 등 생활언어로 분위기를 띄우고, 엿듣기라는 설정을 통해 재치있게 벽을 암시했으나 감정의 농도까지는 높이지 못했다.

결국 열린 무대에서 가장 힘든 주체는 배우들이다. 무대가 넓고 높다보니 배우가 작을 수 밖에 없고, 개체가 되어버려 극에서 가장 중요한 앙상블을 이루기가 몇배나 힘든 것이다.

1막에서 마가렛(우정원)과 브릭(이승주)의 대사는 모아지기 보다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다. 2막에선 역시 중진배우의 존재감이 컸다. 빅대디(이호재)와 브릭의 대결은 이 연극의 압권이었다. 이 큰 무대에서 아버지 역의 배우 이호재는 아들(이승주)와 힘겨운 소통을 이뤄냈고, 문삼화 연출은 둘의 상호작용을 일으켜 마침내 내면 저 깊은 상처의 응어리를 토해내게 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 장면에선 감정선에 전율이 왔다.

생각 같아서는 중간 휴식없이 3막을 이어갔다면 그 여운이 더 깊을 것 같았지만 결국 끊어지고 말았다. 테네시 윌리엄스가 담아낸 불안하고 덧없는 인생과 하위와 가식의 심리를 우리 정서로 풀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가를 새삼 느꼈다. 배우 또한 혼자 하는 것이 아님을 실감 했다. 열린 무대의 시도는 신선했으나 응집력이 약한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공연이 끝난 후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공연에 출연한 배우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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