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6세 혼혈모델 한현민…편견 넘어 톱모델로 '홈런'
[인터뷰]16세 혼혈모델 한현민…편견 넘어 톱모델로 '홈런'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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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사람들에게 힘 되고 싶어"
모델 한현민/사진=한복진흥센터
최근 한복의 날을 맞아 진행된 '경복궁 달빛 한복 패션쇼'가 끝난 후 한복을 차려입은 모델 한현민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한복진흥센터

[인터뷰365 김리선] 검은 피부의 앳된 얼굴. 그리고 190cm에 이르는 훤칠한 키. 한복을 멋스럽게 차려입은 모델이 런웨이 무대에 오르자 관객석에서는 "멋지다"란 탄성이 터져나왔다.
 
모델 한현민 군(16)은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국내 1호 흑인 혼혈 모델이다.

2016년 모델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피부색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을 깨고 불과 1년 6개월만에 톱모델로 성장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과 스쿠터로 이동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한 군은 패션업계 '러브콜 1순위'로 꼽힌다.

최근 영국 BBC방송에서 한 군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그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넌 특별하다. 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격려가 한현민을 지탱해준 힘이 됐던 것 처럼 한 군역시 "나처럼 다문화 가정 출신 친구들에게 희망과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한복의 날을 맞아 진행된 '경복궁 달빛 한복 패션쇼'가 끝난 직후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그를 경복궁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느릿느릿한 말투에 화려하지 않은 말솜씨였지만, "열정적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한 군에게서 10대 답지 않은 진중함이 묻어났다.  

-한복 패션쇼는 처음인가.

그동안 보기만 했었는데, 직접 입고 무대에 서보니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옷도 입어보니 편했다. '한복홍보대사'로도 위촉된 만큼 해외에 한복을 많이 알리고 싶다.

-한복은 처음 입었는지.

어릴때 자주 입었다. 어릴적 서울 마포에 계시던 할머니댁에 한복을 입고 가곤 했다. 키가 훌쩍 크면서 맞는 한복이 없어서 못입었지만.

한복 홍보대사로 위촉된 모델 한현민
한복 홍보대사로 위촉된 모델 한현민. 한복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적극 나설 예정이다.

-키는 어느정도인가.

현재 188cm~189cm정도 된다. 중학교 1학년 말 키가 184cm였다. 

-국내 1호 혼혈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데.

남들와 다르다는 점이 때론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남들과 달라 어디에서든 눈에 띄는 장점이 있지만, 그로 인한 편견이 아직도 있다. 여전히 모델로 쓰지 않으시는 디자이너분들도 많다.

(이번 인터뷰에는 한현민을 모델로 발탁해 그의 에이전트를 담당하고 있는 윤범 SF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그의 인터뷰 자리에 함께해 설명을 도왔다. 윤 대표는 영국언론사 BBC에서 혼혈모델로서 국제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한현민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내년 1월 방송한다고 전했다. 앞서 BBC는 지난 7월 한현민의 이야기를 보도한 바 있다. 윤 대표는 "2018 S/S 서울패션위크기간 때도 BBC에서 촬영을 해갔다"며 "현민이의 인스타그램 팔로워숫자가 4만8000명 수준인데, 이중 반 이상이 외국인으로 해외에서도 현민이를 많이 알아본다"고 말했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다음 시즌에는 바꾸고 싶다. 한 패션쇼에 얼굴을 가린채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올랐는데, 헤어스타일만 보고 다들 저인 줄 알더라.(웃음) 패션모델이니 변화를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많은 분들이 현재 헤어스타일을 좋아해주셔서 어떤 스타일로 바꾸면 좋을지 고민이 많다.  

-언제부터 모델에 대한 꿈을 키웠나.

옷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막연히 모델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중학교 때 평소 멋있다고 생각했던 3학년 형이 큰 모델 기획사에 들어간걸 본 후 형이 멋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더라. 그러면서 조금씩 꿈을 키우게 된 것 같다.

 

 모델 한현민

-피부색에 대한 편견으로 마음고생이 있었다면.

어릴 때는 많이 힘들었다. 피부색이 다르다보니 어디에서나 많은 시선을 받았다. 수학여행을 가서도 다른 학교와 동선이 겹치다보면 마주 치게 되는데 자꾸 쳐다보는 시선이 싫었다. 어느 날엔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는데 주변에서 "까만 사람이 자장면을 먹는다"고 수군거리더라. 친구들이 있어도 남들이 보는 시선이 달라지거나 놀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다. 이럴때마다 어머니께서 "넌 특별하다. 언젠가는 좋은일이 있을꺼야"라고 말씀해주셨다.

-모델을 하고 싶다 했을때 어머니의 반응은.

"하고 싶었던 거니 후회하지 말고 열심히 해봐"라고 응원해주셨다. 늘 나한테 "할 수 있어, 잘 될꺼야"라고 말씀하신다. 밝고 긍정적이신 분이다.

(윤현민은 무역업을 하던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윤현민 어머니는 그에게 늘 응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그의 어머니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1번 아들 그뤠잇(great)"이라고 적혀있다고 한다.)

-첫 데뷔 무대를 어머니가 보셨나.

못 오셨다. 일 때문에 바쁘시기도 했지만, 첫 무대이니만큼 떨려서 차마 못보셨을 거다. 이번 서울 패션위크 첫날 진행된 쇼에 스페셜 게스트로 참석하셔서 보셨는데, 너무 좋아하시고 기뻐하셨다.

-집에서는 어떤 아들인가.

5남매로 네 명의 동생들이 있다. 엄마한테 큰 힘이 되고 싶다. 장남이니만큼 열심히 살려고 한다.(웃음)

-모델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초등학교 때 운동선수가 되는게 꿈이었다. 야구도 했는데 형편이 넉넉치 않아 그만뒀다. 중학교로 올라갈수록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 또 내가 5남매 중 첫째라서 동생들도 생각해야 했다. 운동을 그만 둔 후 학교도 안가고 방황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3월 모델 제안이 온거다.

(한현민과 윤범 대표의 인연은 이 때 시작했다. 한현민이 평소 사진을 찍어 올린 인스타그램을 윤 대표가 우연히 접한 후 직접 연락을 했다. 당시 한현민은 운동을 그만둔 후 방황을 하던 힘든 시기였고, 패션·영상 관련 작업을 하던 윤 대표 역시 모델 에이전트를 설립한 후 새로운 모델을 물색하던 때였다. 이들은 "서로 타이밍과 운 때가 맞았다"고 말했다.)
 
-첫 런웨이 무대는 어떻게 오르게 됐나.

지난해 3월 한상혁 디자이너의 '2016 F/W 시즌 에이치에스에치(heich es heich) 쇼'의 오프닝 무대에 서게 됐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첫 쇼에 그것도 오프닝이었다. 경험이 전무한 신인 모델이 유명 디자이너의 쇼의 오프닝으로 선다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모델로서 순탄한 출발 아닌가.

(윤 대표) 사실 쉽지 않았다. 피부색에 대한 편견이 생각보다 심하더라. 대놓고 "백인이면 몰라도…"란 말도 들었다. 그러다 한상혁 디자이너에게 제안을 했더니, 한번 찾아오라 하시더라. 그때 현민이가 교복을 입고 갔다. 키가 훌쩍 컸던 때라 교복도 작고 볼품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옷을 한번 입혀보더니 놀라시더라. 가능성을 보신거다. 그날 쇼룸에 있는 모든 옷을 입혀보고 쇼 오프닝에 세우셨다. 그게 '홈런'을 치게 된거다. 그리고 1년반 만에 상황이 이렇게 바뀌게 됐다.

한상혁 디자이너의 2016 F/W 에이치에스에치(heich es heich) 패션쇼에 올랐던 한현민. 모델 데뷔 무대에서 오프닝을 장식했다./사진=서울패션위크
한상혁 디자이너의 2016 F/W 에이치에스에치(heich es heich) 패션쇼에 올랐던 한현민. 모델 데뷔 무대에서 오프닝을 장식했다./사진=서울패션위크

-런웨이 연습은 어떻게 한건가.

평소에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 런웨이 연습을 해왔다. 쇼에 오르기 전에 집중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았다.  

-첫 무대에 올랐을 때 소감은.

떨렸다. 실감이 안나더라. 보통 패션쇼는 10~15분 정도로 진행되는데, 모델 한명당 런웨이 시간은 20~30초 밖에 안된다. 그 순간들이 짧아서 아쉬웠다.

-성격이 대범한가.

느긋하고 긍정적인 편이다.

-현재까지 참여한 패션쇼는.

데뷔 후 약 19개월간 60개에 가까운 패션쇼 무대에 올랐다. 이번 시즌 패션 위크에서만 20개쇼에 참여했다.

(윤 대표는 "현민이가 이번 시즌 패션위크에 참가한 모델 중 가장 많은 쇼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패션위크에서 모델이 서는 무대는 1~2개쇼, 톱 모델의 경우 10개 내외정도의 쇼에 선다"라고 설명했다.)

-스케줄이 빠듯하겠다.

스케줄이 많을때는 스쿠터로 이동하기도 한다. 신호 대기중일때 택배 아저씨분들이 알아보고 사진도 찍으시더라.

-해외 활동은.

(윤 대표) 올 여름 뉴욕, LA, 밀라노, 파리 패션쇼를 다녀왔다. 데뷔하고 일반적으로 3~4년이 지나야 해외 현지에서 러브콜이 온다. 그런데 현민이는 데뷔한지 1년 6개월밖에 안됐는데, 먼저 디자이너분들이 만나보자고 해외에서 메시지를 보내오더라. 얼마전 홍콩 패션위크에도 셀럽으로 초대받아서 다녀왔다.

-2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동안 톱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업계에 텃세는 없었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것에 크게 신경 안 쓴다. 주변에 내 나이 또래들의 모델들도 많은데, 크게 느껴보지 못했다.

-학교 생활이 궁금하다.

현재 화곡동에 있는 한광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다. 밖에서는 모델 한현민이지만, 학교로 돌아가면 평범한 학생이다. 이태원에서 태어난 후 줄곧 살아온 이태원 토박이다. 동네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고등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도 고루고루 친하다. 

-어떤 모델로 기억되고 싶은가.

열정적인 사람.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목표가 있다면.

나처럼 다문화 가정 친구들에게 희망과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 나는 이루고자 했던 꿈을 사람들과 함께 이뤄 가고 있다. 나처럼, 누구나 소망하는 일이 있다면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이나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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