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 찾은 레이디가가 프로듀서 페르난도 가리베이
[인터뷰]한국 찾은 레이디가가 프로듀서 페르난도 가리베이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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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아티스트들과 향후 지속적인 협업 기대"
"엑소, 방탄소년단 등 케이팝 아티스트, 역량 뛰어나"
음악프로듀서 페르난도 가리베이
샤키라, 레이디 가가 등 팝스타들과 작업한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 페르난도 가리베이/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인터뷰365 김리선]한국말로 "안녕하세요"란 첫인사를 시작한 페르난도 가리베이는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간담회 내내 흥분하고 들뜬 모습이었다.

페르난도 가리베이는 U2, 브리트니 스피어스, 휘트니 휴스턴, 샤키라, 레이디 가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팝스타들과 작업한 미국의 정상급 음악 프로듀서겸 작곡가다.

국내 가수 크러쉬와 첫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진행한 그는 "케이팝(K-pop) 아티스트들과 향후에도 콜라보레이션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며 "굉장히 흥분되고 기쁘다"고 말했다.

또 남미에서 돌풍을 몰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언급하며 케이팝의 위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가리베이는 새로운 음악 시장을 '월드 뮤직 2.0'시대라고 명명했다. 그는 "협업을 통해 문화의 교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케이팝의 문화를 배우고, 한국 관계자들도 많이 만나고 싶다"며 케이팝과 지속적으로 인연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비즈니스 뮤직 마켓인 '서울국제뮤직페어'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가리베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가수와 첫 협업을 진행했는데.

그동안 브리트니 스피어스, 레이디 가가 등 많은 디바와 슈퍼스타들과 함께 작업을 해왔는데, 한국 아티스트와의 작업은 처음이었다. 케이팝 아티스트들과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다는건 프로듀서로서도 영광이다.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난 세계음악시장을 '월드 뮤직 2.0'시대로 보고 있다. '월드 뮤직 2.0'이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고, 콜라보레이션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다. 이번 '서울국제뮤직페어'를 통해 한국 가수인 크러쉬와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크러쉬와 함께 작업한 소감은.

크러쉬는 재미있고 훌륭한 아티스트다. 일반적으로 저와 함께 협업을 하는 음악가들이나 아티스트들은 제 프로덕션이 쓰는 화려하고 고가의 사운드를 좋아한다. 그런데 크러쉬는 정반대였다. 내가 보내준 데모곡들 중에 가장 단순하고 천연적인(organic)음악을 택하더라. 내 전통적인 방식의 음악을 좋아해줘서 더 흥분됐고 기뻤다.

-협업은 어땠나.

크러쉬와의 협업은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다. 기존 작업과 가장 큰 차이점은 새로운 협업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함께 협업을 하면 스튜디오에서 함께 작곡을 하거나 작업을 하는데, 이번에는 스튜디오에서 함께 작업하지 않고 원격으로 진행했다.

이런 방식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장점을 결합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했다.

저는 곡을 주고, 크러쉬는 가사를 썼다. 제목은 '레이 유어 헤드 온 미'(Lay your head on me)로, 한국어로 말하자면 '나에게 기대' 정도의 의미다. 서로의 지지에 대한 내용이다. 누군가가 당신을 생각해주고, 당신을 케어해준다는 의미다. 요즘 필요한 내용이기도 하고. 좋은 음악이고 따라부르기도 쉬운 곡이다.

-음악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다면.

음악을 할 때의 철학이나, 제 인생의 철학은 동일하다. 음악을 하는데 있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많은 사람들을 함께 불러 모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들자는 것.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도 이런 마음이었다. 누군가가 혼자 있다고 느껴지지 않도록, 또 생각해주고 마음을 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다른 아티스트들과 일할때도 이 같은 나만의 철학을 반영하려 한다. 현재 고통을 받거나 관심을 필요로 한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음악 작업을 한다.

-음악작업을 할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는가.

음악을 만들때 나는 감정적 접근법과 양적인 접근법 모두를 사용한다. 멜로디를 먼저 작업한다던지, 가사를 먼저 쓴다던지 각자 나름의 방식이 있는데, 내 경우는 긍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굉장히 긍정적인 마인드로 작업한다. 이런 긍정성이 계속적으로 증대되면 양적인 성장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아티스트들 간의 협업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세계는 작아지고 많은 시장이 개방되고 있다. 협업을 통해 문화의 교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가 케이팝을 봤을 때 분명 특별한 점이 있다. 미국의 영향을 받은 건 분명하지만, 미국이 갖지 못한 독특함이 있다. 이런 점이 케이팝이 듣기 좋고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가 아닌가 싶다.

팝적인 요소에 레게, 일렉트로닉, 클래식 등 모든 장르를 조금씩 느낄수 있어 특별하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지속적인 협업 작업을 통해 더 많은 장르들을 음악에 편입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금 내 목소리가 잔뜩 흥분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지 않나(웃음). 이번 협업을 함께 하게 되서 다시 한번 큰 영광이라 말하고 싶다.


-협업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 아티스트가 있는지.

현재로서는 없다. 크러쉬와의 작업은 커뮤니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럴때는 관계를 성장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보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크러쉬는 특별한 아티스트다. 다른 아티스트와 작업을 했을 때처럼 누군가와 협업을 하면 일단 그 관계를 먼저 구축하는게 중요하다. 서로를 알고 친해지면서 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우선이다. 한국 아티스트들과 먼저 친해지고 서로가 맞는지, 호흡이 맞는지 알아간 후 콜라보레이션의 기회를 찾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충분히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왜나면 난 케이팝을 너무 좋아하니까(웃음).

-올해 팝시장에서 라틴음악이 두드러졌는데.

앞서 얘기했듯 나는 세계음악시장을 '월드 뮤직 2.0' 이라고 본다. 새로운 팝시장의 협업이 진행되고 있고, 라틴팝 '데스파시토(Daspacito)'가 좋은 예이다.

가수 루이스 폰시와 팝스타 저스틴비버라는 인기가수가 같이 협업을 진행 하면서 양쪽 시장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두 큰 브랜드, '큰 블록버스터'급들이 함께 합쳐졌을때의 파급 효과는 거의 기하급수적이였다고 본다.

('데스파시토'는 남미 푸에르토리코 출신 가수 루이스 폰시와 래퍼 대디 양키가 부르고 저스틴비버가 피처링해 히트를 쳤다. 스페인어로 된 오리지널 버전이 라틴국가에서 성공을 거둔데 이어, 4월 발매한 저스틴 비버가 참여한 리믹스 버전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빌보드를 석권한 바 있다. 빌보드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여름노래로 꼽히기도 했다.)

한국의 방탄소년단(BTS)도 멕시코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 팬층도 멕시코를 선두로 남미에서 더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미 쪽 사람들은 새로운 것, 문물이나 새로운 음악에 대해 열려있고, 또 좋아한다. 그렇기에 많은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양국의 거물들이 효율적인 협업으로 합쳐졌을 때의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다. 더 많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고 더 많은 팬층을 형성하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더 큰 맥락에서 보면 문화의 교류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하다.

-케이팝 알앤비(R&B)에 대한 느낌은.

엑소나 방탄소년단이나 그 외의 케이팝 알앤비 가수들의 공연이나 음악을 들어보면 슈퍼스타같은 스타일이 있고, 퍼포먼스의 역량도 뛰어나다.

한국 알앤비는 정교하고 세련됐다. 한국 알앤비 가수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봤더니 서양 음악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케이팝이 서양의 알앤비와 결합되는 '하이브리드'란 포맷을 통해 케이팝이 서양의 알앤비에 영향을 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한국 알앤비의 위력은 굉장히 강하다. 한국 알앤비의 미래의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게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점점 케이팝과 관련된 일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 더 많이 케이팝의 문화를 배우고, 한국 관계자들도 많이 알아가려고 한다.

-지난 2012년 레이디가가의 '본 디스 웨이 볼'의 첫 월드투어 장소가 서울이었다. 당시 프로듀서를 맡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앨범 프로듀서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서울을 방문하지는 못했다. 다만 당시 레이디가가로부터 서울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때 한국을 못와서 슬펐는데, 그래도 여러 기회들이 쌓여서 이런 훌륭한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가리베이는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 앨범 프로듀서로 여러 차례 그래미상 후보로 올랐으며 미국내 히트곡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히트송 프로덕션에 참여한 바 있다.)

-목표가 있다면.

교육이다. 음악 산업에서 교육은 중요하다. 팝음악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나 학교수가 적다. 교육은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  좋은 곡을 쓸 수 있는 작곡가나 프로듀서, 아티스트들을 양성하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한 커리큐럼도 개발했다. 문화를 한데 모으는 측면 뿐 아니라, 음악 산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새로운 재능을 발견해내고 성장시켜나가도록 해주는게 교육이다. 

내가 하버드나 MIT, 스웨덴의 음악학교에서 가르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고. 내가 가르치는 이들 학교에 멘티그룹이 있는데, 작곡하는 테크닉을 이들에게 가르치면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들 그룹이 케이팝과 함께 협업을 해서 나도 케이팝 아티스트들에게 배우고, 상호적으로 케이팝도 제 테크닉을 배우면서 같이 커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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