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낙원 두바이의 두 얼굴
지상 낙원 두바이의 두 얼굴
  • 김우성
  • 승인 200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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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비참한 이면을 파헤치다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사막 위의 토후국(부족의 수장에게 지배되는 국가)에서 최고급 호텔과 온갖 호화로운 휴양시설을 갖춘 낙원으로 천지개벽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세계 유일의 7성 호텔 <부르주 알 아랍>에서부터 야자수 모양의 인공 섬 <팜 아일랜드>, 모래 위의 스키장 <스키 두바이>등 ‘전 세계 타워크레인의 20%가 두바이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변모해 가는 두바이의 발전상은 이미 세계 각국의 답사 코스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함 뒤에 동남아시아에서 온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숨어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하루 평균 두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두바이에선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에서 온 백만 여 명의 인부들이 섭씨 40~50도의 살인적인 뙤약볕에서 하루 열 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은 기본이고, 집단수용소 같은 비좁고 불결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고국에 돌아갈 자유마저 박탈당한다.



고향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머나먼 이국땅에 온 노동자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당초 약속과 전혀 다른 현실이었다. 그들은 고용주에게 여권을 압수당하고 새로운 고용계약에 서명할 것을 강요받는다. 여권을 뺏긴 근로자들은 고용계약에 묶여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회사를 옮기거나 귀국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파업도 금지하고 있고, 노조 결성은 불법이며, 어떤 집단행동도 불가능하다. 이유는 투자자들에게 홍보하는 두바이의 환상적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두바이에선 매일 아시아 출신 근로자가 두 명씩 죽고, 나흘에 한 명꼴로 자살을 한다. 병원에는 매일 열댓 명의 근로자들이 일사병으로 입원하며, 비슷한 수의 중상자가 실려 온다. 두바이 당국은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근로자들의 임금은 최저 수준에도 못 미치며 그것마저 체불이 빈번하다. 네팔 출신의 한 노동자는 가족에게 줄 돈은커녕 브로커에게 진 빚도 갚지 못했다는 괴로움에 돌아갈 날을 이틀 남기고 자살을 하였다.



건설 현장에 일사병 환자가 속출하면서 두바이 당국은 낮 12시부터 4시 반 사이 휴식을 의무화했지만 상당수 업체는 공사를 지연시키기보다 벌금을 내는 쪽을 택한다.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는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공사가 진행된다. 노동자들은 ‘수용소’라 불리는 숙소에서 방 하나를 열일곱 명이 쓴다. 전기도 안 들어오고, 식사는 새벽 4시에나 준다. 인부들의 항의에 돌아오는 대답은 “당장 돌아가라”는 말 뿐이다.


제작진이 두바이를 떠난 후 보름 동안만 해도 세 명의 근로자가 숙소에서 자살했으며, 20여명의 근로자가 작업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동안 아시아의 새로운 근로자 200여명이 엘도라도를 찾아 함정과도 같은 땅 두바이에 도착한다. 두바이의 이면을 고발한 EBS <시사다큐멘터리>는 7일(오늘) 오후 10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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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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