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영화 <청춘의 십자로> 일반에 공개한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영화 <청춘의 십자로> 일반에 공개한다
  • 김우성
  • 승인 200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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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우성]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영화 <청춘의 십자로>가 관객들과 만난다. 4일 오후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최초로 공개된 <청춘의 십자로>는 지난 2005년 중국 전영자료관을 통해 발굴되었던 <미몽>(1936, 양주남)보다 2년이 앞선 작품이다. 농촌 출신 젊은이들이 서울에 올라와 도시문명과 소비문화 속에서 겪게 되는 모험과 사랑을 그린 이 영화에는 <아리랑>(1926)의 여주인공 신일선과 나운규의 뒤를 잇는 당대 최고의 액션스타 이원용 등이 출연한다.

<청춘의 십자로>는 오는 5월 9일 열리는 한국영상자료원 개관 기념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다. 한국영상자료원 장광헌 보존기술센터장은 “<미몽>을 관객들에게 선보인 후 더 오래된 작품을 발굴해서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었는데 2년여 만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실무자로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이 총 연출을 맡는 이번 상영회에서는 무성영화 시대의 상영방식을 고스란히 재현할 예정이다.




이번 발굴이 무엇보다 관계자들을 흥분케 했던 이유는 색상 등을 비롯하여 고유의 특성이 있는 ‘질산염’ 재질의 필름이었던 데다가 상영을 위한 복사본 필름이 아닌, 네거티브(밝은 부분은 어둡게, 어두운 부분은 밝게 나타나는 형태) 원본 필름이었기 때문이다. 50년대 초반까지 사용된 질산염 필름은 화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며 한 번 발화가 되면 꺼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보관이 어렵다. 이후 트리아세테이트 필름이 주류를 이루게 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질산염 필름이 원본 형태로 발굴 되었다는 것은 귀중한 역사적, 문화적, 학술적 가치를 갖는다.



<청춘의 십자로>는 또한 한국 최초의 발성영화였던 <춘향전>(1935, 현존하지 않음) 이전의 무성영화 시대 작품이라는데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무성영화로는 <검사와 여선생>(1948, 윤대룡) 만이 유일하게 존재하였다. 하지만 <검사와 여선생>의 경우 이미 발성영화가 보편화된 시기에 경제적 사정에 의해 제작된 무성영화이기에 그보다 훨씬 앞선 <청춘의 십자로>의 발굴을 통해 무성영화 말기 우리 영화의 형태와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4일 기자들에게 공개된 15분 분량의 편집본 에서는 다양한 형식적 표현이 돋보인다. 영화평론가 김종원 씨는 이에 대해 “무성영화에서 당연시하던 자막을 일부러 넣지 않고 영상만으로 전편을 연결시킨 양주남 감독의 미학적 공로는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영화 중간 현대 영화에서도 빈번히 사용되는 트랙킹(카메라가 전후좌우로 이동하며 촬영)이라든지 페이드인아웃(화면을 어두워지고 밝아지게 하며 장면 전환) 등의 기법이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있으며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 상태를 다양한 구도에 담아내고 있다.




일제 치하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청춘의 십자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장 르누아르’의 <위대한 환상>(1937) 이라든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1936) 등이 만들어지던 때와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만들어진 극영화는 과연 어떤 것일지, 영화애호가들의 궁금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앞으로도 오래된 필름을 지속적으로 발굴, 복원함과 동시에 문화재로 등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미몽>(1936, 양주남)은 지난해 9월 당시 문화재청에 의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화로 문화재에 정식 등록된 바 있다.



김우성 기자 ddoring2@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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