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세이] '세수'를 하기 위한 그들만의 무한도전 ‘위대한 소원’
[시네세이] '세수'를 하기 위한 그들만의 무한도전 ‘위대한 소원’
  • 김다인
  • 승인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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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에서 남대중 감독(가운데)과 김동영, 안재홍.

【인터뷰365 김다인】그 아이는 루게릭병에 걸려 3년 동안 병실에 누워 있다.


그 아이에게는 공부는 전교 꼴찌 1, 2등이지만 의리는 1등인 단짝친구 두 명이 있다.


그 아이는 ㅅㅅ가 하고 싶어 밤마다 잠을 설친다. 두 명의 친구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막힌 길에도 머리를 들이댄다.

영화 ‘위대한 소원’의 이야기 줄기다. ㅅㅅ 빼놓고는 다 알 수 있는 얘기, 아니 극중 엄마는 ‘세수’로 알아들은 ㅅㅅ마저도 금방 유추할 수 있는 영화 내용이다.


영화는 우선 웃긴다 그리고 아주 가끔 찡하다. 그 묘한 접점들이 B급 정서 가득한 이 영화를 기억에 남게 한다.


영화의 앞부분은 다소 장황하게 보일 정도로 예비동작이 길다. 거기에는 아들의 마지막을 기억하기 위한 아버지의 마라톤 도전, 생의 끝자락에는 바다가 보고 싶다더라 들은 풍월을 행동으로 옮기는 바다행 등이 있다.


얘기는 살아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안 고환(류덕환)이 그의 두 친구 남준(김동영)과 갑덕(안재홍)에게 진짜 소원을 말하면서부터 흥미진진해진다. 의리만점인 두 친구는 고환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심지어 갑덕은 자신의 누나에게까지 “누나 OO야?”라고 묻는 패륜(?)까지 감행한다. 돌아오는 것은 매와 벌. 결국 어른인 고환의 아버지와 담임선생님까지 가세함으로써 고환의 소원은 마침내 이뤄지게 된다.


이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한 극중 대사는 “불편하고 불편하다. 내 친구는 ㅅㅅ를 하고 난 내 친구 아버지와 기다린다”이다.


중간중간 키치적인 장면들의 삽입, 다소 과하다고 느낄 정도의 CG 등이 들어가 있지만, 영화는 나름대로 갈길을 충실하게 달려가 오랜만에 사주경계를 풀고 웃게 한다. 30세의 안재홍, 29세의 안덕환, 28세의 김동영이 연기하는 고등학생도 낯설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 남대중 감독은 언론시사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학창시절 친구끼리 만약 내일 죽는다면 무얼 하겠느냐는 얘기를 한 적 있는데, 그 중 한 친구가 ‘세수’를 하겠다고 했다”며 “한참 잊고 있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동창회에 나갔더니 그 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 얘기에 다른 사연들을 더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영화의 출발점을 얘기해줬다.


남대중 감독은 “살면서 웃을 일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빡빡한 현실에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는 동안만이라도 실컷 웃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면서도 “‘위대한 소원’은 마음껏 웃을 수 있지만 우습지 않은 영화”라고 토를 달기도 했다.


영화 마지막, 크레딧 타이틀이 다 떠오르고 “살펴서 가십시오”라는 자막이 안재홍 목소리와 함께 들릴 때까지 극장 좌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이 있다면, 그들은 아마 남대중 감독의 말에 동의하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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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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