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립영화 ‘스틸 플라워’를 꽃피운 박석영과 정하담
[인터뷰] 독립영화 ‘스틸 플라워’를 꽃피운 박석영과 정하담
  • 유이청
  • 승인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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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사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석영 감독과 배우 정하담.

【인터뷰365 유이청】독립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는 늘 ‘기대감’이 동행한다. 기존의 상업영화에서는 볼 수 없을, 새로운 연출과 새로운 배우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 지난 22일 언론시사를 가진 영화 ‘스틸 플라워’를 보러 가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스틸 플라워’는 배낭 하나 메고 캐리어 하나 끌고 도시의 거리를 헤매는 하담(정하담)을 따라가는 영화다. 첫 장면에 흐트러진 물건들을 캐리어에 주워 담고 머물 곳을 찾아 헤매고 먹을 것을 위해 일거리를 찾는 어린 여자, 하담이다.
영화는 하담이 끌고 가는 캐리어가 내는 소리만큼이나 덜컹거리고 우툴두툴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뇌리에 콱 박히는 것이 있다. 영화 내내 거의 말이 없는 하담의 단말마 같은 대사 “돈 줘!” 그리고 “일하고 싶어요”다. BGM은 하담이 추는 탭댄스다.
이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는 감독의 말이 도움이 되겠다 싶어 시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오간 박석영 감독 말을 옮긴다. 감독과 배우 정하담은 다른 기자간담회에는 흔히 보이던 입간판이나 테이블도 없이 의자 두 개만 달랑 놓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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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탭댄스가 등장하는 이유, 그리고 특히 쇠(스틸 steel)의 의미는 무엇인가
박석영 외국에서 공부할 때 영화 ‘싱잉 인 더 레인’에 관련된 분이 강의를 하러 오셨다. 70세가 넘는 분이었는데, 강의를 마치고 강단에서 탭댄스를 췄다.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만약 하담이 춤을 춘다면 그것은 탭댄스라고 생각했다. 영화 제목에도 들어가 있고 영화 중 하담이 부둣가 철판 위에서 탭댄스를 추는 장면도 있다. 쇠는 녹이 슬 수도 부러질 수도 있지만 강인한 것이다. 탭댄스 구두 밑창에도 쇠가 붙어 있다. 쇠와 부딪혀 내는 소리들은 하담이 몸으로 세상과 부딪혀 내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스틸 플라워’가 됐다.

극중 하담과 정하담이 닮은 부분은
정하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잘 해내고 싶었다. 나와 닮았다고 느낀 적은 없고 닮고 싶은 캐릭터라고 느꼈다. 강하고 정직한 그 여자가 내리는 모든 결정들이 좋았다.

영화에서 하담은 자신이 일했던 장어구이집에서 돈을 받지 못하자 장어 한 마리를 훔쳐 바다에 살려준다. 그 장면을 연기할 때 어떤 마음이었나
정하담 눈물이 났다. 시나리오에는 운다는 지문이 없었지만 눈물이 나왔다. 하담은 세상에 버려지고 사람들에 의해 해를 입는 인물인데, 정당한 응징이기는 했지만 하담이 물고기를 훔쳐 놓아줄 때 왠지 똑같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속상하고 눈물이 나왔다.

극중 하담이 거의 말이 없는 이유는
박석영 대부분 혼자 있기 때문이다. 말을 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탭댄스와 말하는 것이다.

극중 하담은 일한 만큼 돈을 받으려 애쓴다. 하담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정하담 먹고 사는 것, 살고자 하는 의지다. 최소한의 생계를 꾸리고 싶어하는 것이다.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쉽지 않은 역이었는데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정하담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다 이해돼서 잘 찍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찍으면서 어려웠다. 말도 없고 사람과 관계도 맺지 않고... 혼자 있는 공기가 어렵고 힘들었다. 촬영하는 동안 다른 생각이 거의 안날 정도로 집중했다.

이 영화는 전작 ‘들꽃’과 연결돼 보인다, 뿌리없는 캐릭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뭔가
박석영 ‘들꽃’이 이 영화에 영감을 줬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의 영화다. 뿌리없는 사람들 얘기를 주로 하는 것은 내가 뿌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 또 나조차도 나의 지나온 삶이 평가되거나 위로의 프레임에 들어가기를 원치 않는다. 하담도 버려졌으니까 고아니까 하는 어떤 위로의 프레임에 들어가기를 원치 않았다. 그래야 뿌리없게 느껴지는 많은 사람들의 그릇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들꽃’은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반해 이 영화는 오직 한 배우만 등장한다. 정하담 한 명에 집중하는 다큐 같다
박석영 ‘들꽃’을 찍을 때는 전쟁영화라고 생각하며 찍었다. 카메라는 전쟁터에 있는 종군기자였고. 이 영화는 캐리어를 끌고 가는 여자애가 눈에 띄어 쫓아가고 그러다보니 마음에 쓰여 계속 찍는데도 이 아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는 거다. 두 명의 카메라 감독이 촬영을 했는데, 이야기를 꾸미지 않았다. 처음에는 여자애 뒷모습을 찍었는데 마지막은 앞모습으로 마무리했다. 카메라가 성숙해 클로즈업을 찍을 자격을 가졌다고 생각하며 촬영했다.

‘들꽃’에 이어 이 작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세 번째 작품 ‘재꽃’도 함께 하는데, 감독에게 정하담이라는 배우는 어떤 의미인가
박석영 (한참 뜸을 들이더니) 하담이 처음 ‘들꽃’ 오디션을 보러 왔을 때, 극중 캐릭터가 어떻게 버려졌는지에 대해 얘기해 보라 했더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돌려보내기 전, 거구의 스탭을 데리고 나와 하담에게 이 사람에게 못되게 굴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하담은 때리지도 욕을 하지도 못했다. 나중에 용기를 내서 때리더니,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오디션을 몇 차례를 보며 스스로 ‘연기’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연기란 인간의 영혼의 정직함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정하담이라는 배우를 통해 그것을 배우게 됐다. ‘들꽃’에서 하담이 해냈던 역할은 꽃이 아니라 흙 같은 역할이었다. 그 흙 안에 나머지 배우를 잘 심어준 것이라 느꼈다. 그 영화의 모든 리얼리티를 정하담 배우에게 빚진 셈이다. 그리고 그 흙과 같은 사람과 일하고 싶었고, 함께 이 영화를 하게 됐다. 정하담이라는 배우는 어리지만, 내게는 인간에 대해 많은 배움을 갖게 해줬다. 감사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하담 저도 감사하다. 감독님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집 없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른 영화들과 어떻게 다른가
박석영 다른 영화들을 잘 몰라서 말하기 어렵지만, 이 영화는 노숙인을 찍은 것이 아니라며 뿌리 없이 세상을 헤쳐 나가는 어떤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동화처럼 찍어보고 싶었다. 내가 그랬듯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자기화시켰으면 좋겠다. 작업을 하고 편집을 하면서 (나와 영화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아름다운 혼란 속에서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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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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