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풀8’ 할리우드의 악동 타란티노, 와인처럼 숙성되다
‘헤이트풀8’ 할리우드의 악동 타란티노, 와인처럼 숙성되다
  • 유이청
  • 승인 201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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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8' 잡화점 장면에서 출연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타란티노 감독(왼쪽)

【인터뷰365 유이청】세상이 온통 하얗게 덮인, 예수의 십자가가 눈을 맞으며 멍하니 서있는 설원에 마차 한 대가 달려온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큰 몫을 하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새 영화 ‘헤이트풀8’의 인상적인 오프닝이다. 특히 영화 ‘벤허’에서 사용했던 울트라 파나비너 70으로 찍은 콜로라도의 설원은 여태까지 본 영화의 겨울 풍경 중 단연 압도적이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무중력 상태 같은 설원 풍경은 한 남자가 마차를 세우면서 현실로 돌아온다. 마차를 세운 남자는 현상금 걸린 죄수들의 시체 몇 구를 쌓아놓고 있는 현상금 사냥꾼 마커스 워렌(사무엘 잭슨), 마차 안에 타고 있는 인물은 교수형 집행을 위해 범인을 산 채로 호송하는 존 루스(커트 러셀), 그리고 수갑이 채워진 여죄수 데이지 도머그(제니퍼 제이슨 리)다.


이들의 목적지는 레드락 타운이다. 서로에 대한 팽팽한 신경전과 수다를 통해 각자의 신원과 레드락 타운에 가는 목적이 드러나는 가운데 또 한 명의 남자가 탑승하게 된다. 레드락 타운에 신임 보안관으로 부임하러 간다는 크리스 매닉스(월튼 고긴스)다.


영화 제목처럼 ‘증오하는 8명’ 중 4명은(마부는 제외) 이미 등장했고, 나머지 4명+알파는 이들이 눈을 피해 머물게 되는 작은 잡화점에 마주치게 된다. 4명은 리틀맨 오스왈도(팀 로스), 연합군 장교(샌포드 스미더스), 이방인 밥(데미안 비쉬어), 카우보이(조 게이지)다.


광활한 설원에서 작은 집의 한 공간으로 배경이 바뀐 후 이 8명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다중구성과 집요함을 이미 경험한 관객들이라면 과연 어느 장면에서 이 팽팽함이 깨지게 될까 긴장하면서 보게 된다.


마침내 커피를 마신 두 사람(존과 마부)이 피를 폭포처럼 내뿜으며 타란티노의 향연은 시작된다. 마커스의 주도 아래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이미 잡화점 안에 모여 있던 4명 각각의 신분이 밝혀지고 예상치 못했던 ‘알파’ 한 명도 나타난다. 남은 일은?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일, 그리고 누가 살아남는가이다.


사무엘 잭슨, 팀 로스 등 타란티노 영화의 단골 출연자들이 중심이 된 가운데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1989) 등의 영화에서 강하고 고통받는 캐릭터를 주로 맡아온 제니퍼 제이슨 리의 등장이 반갑다. 마차 안에서 커트 러셀에게 얻어맞고 잡화점 안에서는 얼굴에 스튜 세례를 받고 피의 파편도 튀고 마지막도 가장 고생스럽다. 고생을 해서가 아니라, 주로 비평가들이 주는 연기상을 많이 받아온 그가 골든글로브나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제니퍼 제이슨 리다.


영화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 설원과 잡화점으로 나뉘어진 공간 구분과 미장센, 음악 등이 러닝타임 197분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 나간다. 다만 후반부 잡화점 부분에서 사무엘 잭슨과 샌포드 스미더스의 악연 외에 나머지 관계들은 ‘한 묶음’으로 되어 있어 단조롭다. 사무엘 잭슨이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소설 속 푸아로 탐정처럼 해결사 역할을 하지만 이전의 긴장감에 비해 밀도가 낮고 엔딩도 그리 인상적이지 않다. 물론 그런 것들을 보강하기 위한 충격적인 장치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영화 전반부를 사로잡는 설원 장면과 후반부의 해결사 사무엘 잭슨,


타란티노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는 데뷔작부터 계속돼온 타란티노 영화의 특징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의 악동이라 불리던 데뷔 시절 타란티노가 마치 오래 묵힌 와인처럼 숙성된 것 같다.


영화는 우선 타란티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을 많이 생각나게 한다. LA의 한 창고에 보석강도를 위해 모인 6명, 전혀 서로를 모르는 이 6명이 강도에 성공한 다음에 서로를 의심하는 내용의 영화다. 거기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펄프 픽션’(복잡하고 차진 플롯), 최근작으로는 ‘킬빌’(챕터와 시간으로 나눈 복수극), ‘장고;분노의 추격자’(흑인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등 타란티노의 과거와 현재가 버무려져 있다.


영화는 7일 개봉되며 청소년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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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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