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찾습니다] 79년 대학 수석합격한 집 없는 떠돌이학생, 이상룡씨
[당신을 찾습니다] 79년 대학 수석합격한 집 없는 떠돌이학생, 이상룡씨
  • 김두호
  • 승인 2008.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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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의 시대와 사람을 이어주는 기획, <당신을 찾습니다.> / 김두호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를 잊는 뉴스를 발굴, 소개하기 위하여 인터뷰365는 오늘부터 [당신을 찾습니다]는 새로운 기획을 시작합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특별한 사건이나 훈훈한 미담을 보여준 ‘인물’을 재 조명하고, 그 인물의 현재모습을 찾아 소개하는 것이 이 기획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이 기획은 독자 분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합니다. 저희가 소개하는 인물의 현재 상황을 아시는 독자분들은 인터뷰365와 편집실 블로그(http://blog.naver.com/interview365) 로 제보해주십시오. 그럼 인터뷰365는 즉시 그 분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올림)




[인터뷰365 김두호] 대학 입시시즌이 되면 떠오르는 학생이 있다. 1979년에 만난 사람이다. 그때만 해도 가난한 가정이 많았다. 서울의 미아리나 후암동 상계동 봉천동 홍제동 창신동 사당동 등 산비탈 동네에는 무허가 판자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 해 입시시즌의 화제를 찾다가 경쟁률이 비교적 치열한 서울교대 수석 합격생을 인터뷰 대상으로 선택했다.



출발점부터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수석 합격생의 주소지에 주인공이 살고 있지 않았다. 수소문으로 찾아낸 이상룡(李尙龍/ 당시 23살의 실명 인물)은 집이 없는 떠돌이 독학생이었다. 주소지는 친척댁이었고 그는 낮에 날품을 팔며 번 돈으로 사설 독서실을 전전하고 있었다.



'제가 정말 1등을 했습니까?'라고 반문하는 그에게 대학에서 이름과 주소를 확인했다고 전달하자 비로소 눈시울이 축축해졌다. '죽도록 고생만 하신 착한 우리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라며 어딘가에 살고 계실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으로 수석 첫소감을 대신했다.



그의 젊은 인생은 소설 같았다. 경북 안동의 산골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와 판자촌을 전전하던 가족들이 가난과 병고, 가정파탄까지 겹쳐 많은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헤어져 혼자 떠돌아다니며 독학을 했다. 서울에서 정처를 찾지 못해 산골로 내려가 절간에서 잡일을 해주고 지내기도 하고 경북 풍기부근의 휘방산 폐광동굴에서 혼자 램프 불을 켜고 살기도 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책 보따리를 풀어놓고 공부를 해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입시 준비를 했다. 서울에서는 닭 장사 포장마차도 했지만 연탄불을 붙여주는 불탄장수를 가장 오래 했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몸을 마구 내둘러 만성신장염으로 고생도 하고 있었다.



이상룡은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부모님은 가난하고 불행했지만 착한 성품을 물려주셨어요. 나쁜 짓은 꿈 속에서도 저질러 본 적이 없어요. 하루 한 끼를 먹어도 공짜로 얻어 먹는 게 싫어서 일하지 못하면 굶었어요.'



지금 대학 입시생들의 선배들 중에는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과 싸우며 입시 준비를 한 이상룡 같은 인물이 많았다. 수석 입학 정도의 성적을 내려면 적어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보통 이상의 수재형 젊은이로도 볼 수 있다. 29년전 서울교대에 수석 입한한 23살 이상룡의 나이가 어느덧 올해 52살이 된다. 그는 그 때 영문학자를 꿈꾸며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만일 졸업 후 선생님으로 발령을 받아 교직에 계신다면 지금은 서울 어느 초등학교 교감이나 교장 선생님이 되셨을 것 같다. 현재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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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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