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님아 그강을 건너지마오’ 진모영감독 “저 부부 진짜일까, 처음엔 검증이 필요했다”
[인터뷰] ‘님아 그강을 건너지마오’ 진모영감독 “저 부부 진짜일까, 처음엔 검증이 필요했다”
  • 김보희
  • 승인 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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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님아 그강을 건너지마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진모영 감독.

【인터뷰365 김보희】다양성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개봉 22일째인 18일 현재 15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강원도 횡성 한 마을에 사는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의 이야기다. 76년을 늘 연인처럼 생을 함께 해온 노부부를 통해 사랑과 이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휴먼 다큐멘터리다.
예상 밖 흥행이 계속되고 영화의 주인공 노부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진모영(44) 감독은 급기야 할머니 부부에 대한 관심을 자제해달라는 호소문을 각 언론사에 보내기 이르렀다.
호소문을 보낸 이틀 후인 18일 서울 압구정 CGV아트하우스에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영화의 연출과 촬영을 담당한 진모영 감독과 한경수 PD가 참석했다.

진 감독은 1997년부터 KBS ‘뉴스투데이’ ‘생방송 오늘’ ‘특집다큐 56%의 눈물, 비정규직의 노동자’ 등의 프로그램 제작PD로 활동했으며, 2013년 다큐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 프로듀서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기자회견장에 할머니도 함께 나오실 줄 알았다. 하지만 감독이 호소문을 냈고, 그 호소문에 따르면 할머니는 언론과 접촉을 피하고 있다.
진모영=영화 촬영을 마치고 개봉이 가까워지면서 출연자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호소문을 써서 보내드렸는데, ‘충격이 와서 할머니께서 피신을 했다’는 문구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과거 TV에 출연한 후, 또 영화 촬영할 때도 간혹 모르는 사람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댁을 찾아왔다. 그 분들이 반갑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그런 부분을 우려해 가족과 의논 하에 미리 예방차원에서 자제를 부탁드린 것이다. 할머니께서는 건강하게 지내고 계시며 영화가 잘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한경수=영화를 찍을 때는 두 분 모두 살아계셨다. 하지만 촬영 중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지금은 할머니 홀로 계시다 보니 여러 가지 심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또 현재 상중이다보니(지난 12일이 1주기이다), 그런 말씀을 드리게 됐다.

방송 출연 이후 노부부는 언론의 접촉을 자제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찍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가족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한경수=2년 반 전에 할아버지 할머니께 진 감독이 연락을 드렸다. 이후 집에 찾아가 큰따님과 만났다. 일종의 면접이었다. 장시간에 면접을 거친 끝에 가족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진모영=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용감하셨다. 카메라 두려워하지 않으셨고, 촬영 영상을 보며 즐거워 하셨다. 이 분들을 설득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당신들의 사생활이 어떻게 비춰지는 것을 계산하는 그런 분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걱정을 했다. 두 분 건강이 안 좋으신 것에 대한 염려였다.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이 될 기록이기에 촬영을 허락해주셨다.

이 영화가 의외로 20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흥행에 대해 예상은 했나.
진모영=흥행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저 역시 40~50대 연령층이 많이 볼 거라 생각했는데 20대들이 많이 봐서 놀랐다. 요즘 흔히 말하는 밀당, 썸타기 등에 익숙한 20대들도 순수한 사랑에 대한 동경과 소망이 있는데 이 영화가 그 갈증을 해소해 주는 것 같다.

진모영 감독과 76년을 연인처럼 살아온 부부 고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의 모습. 사진=영화사하늘

영화 중에 두 분이 한복을 입고 나오는 장면이나 장난치는 장면이 연출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진모영=그런 질문 많이 받았다. 2011년 SBS스페셜 ‘짝’에 이어 KBS ‘인간극장’을 보면서 이 분들을 주시하게 됐다. 처음 봤을 때 나도 ‘정말 저럴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검증을 했다. 카메라를 안 가져가기도 하고 불쑥 찾아가기도 하고... 이후 15개월 촬영하는 동안 두 분 모습은 시종일관 같았다.

집에서 한복을 입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이들을 키우며 좋은 옷을 못입었는데 자식들이 다 크니 할머니께서 한복을 입고 싶다고 하셨단다. 한해 두해 자식들이 선물하면서 한복이 늘어났고, 그 때마다 할머니께서 색깔을 커플로 맞추셨다.
또 이 부부에게 장난은 평생 해온 것이었다. 할아버지에 대한 할머니의 유일한 불만이 너무 장난친다는 것일 정도로. 한 번은 밤에 베를 짜고 있는데 뱀을 가지고 와 혼절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어렸을 때 꼬마아가씨를 신부로 맞아 귀여워서 장난을 많이 한 습관들이 여전히 남았던 것 같다.

피사체와 거리가 매우 가깝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변화를 보인다.
진모영=초반 촬영과 후반 촬영이 다르다. 시간의 순서로 편집을 한 것인데, 초반에는 가까이서 찍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까이 찍지 않아도 보여주는 것을 충분히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뒤로 물렸다.
촬영 중에 출연자가 죽는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사람이 아프고 세상을 떠난다는 것. 그 과정을 지켜보고 담아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힘들었다. 결론적으로 그 장면으로 인해 드라마가 폭발적인 영향이 있고 어필하는 요소로 작용했지만, 촬영을 하면서는 가장 힘들었다.

노부부의 실제 나이 차가 혼동된다.
진모영=앞부분에 5년만 더 살면 100세라고 하셔서 95세인 줄 알았는데, 이후 할머니가 다시 98세라 하셨다. 우리도 실제로 나이가 몇 살인지는 정말 모른다. 그래서 주민등록증을 기준으로 할아버지가 98세 할머니가 89세라고 밝혔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프로듀서를 맡은 한경수PD와 진모영 감독.

수익부분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영화가 잘 됐고 결론적으로 상업영화가 됐다. 제작비는 약 1억2천만원, 어제(17일까지) 총수익이 116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 수익금이 앞으로 어떻게 쓰이고 할머니 등 가족들에게 어떻게 전달될 것인지 궁금하다.

진모영=제 마음속에는 할머니에 대한 생각뿐이다. 영화는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만든다. 보통 상업영화들은 관계자들과 같이 하지만, 휴먼다큐멘터리는 실제 생활하는 분들의 이야기이기에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수익적인 부분에 대해 힘들어했던 전례도 있고.
저희가 수익을 숨기는 측면보다는 돈이 많아진다는 것 때문에 할머니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할머니의 남은 생이 이 영화 때문에 행복하지 않으면 괴로울 것 같다.
한경수=시작할 때는 제작비가 없었다. 진 감독이 쌈짓돈으로 카메라를 들고 찍어서 트레일러를 만들고 그것을 들고 제작비를 마련하려 뛰어다녔다.
투자사와 배급사 쪽과는 일반적안 관례대로 계약을 했다. 극영화 같으면 출연배우들 출연료가 정해지고 공개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딱 부러지게 출연자에게 얼마만큼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마지막 순간을 우리에게 열어주신 할머니의 마음을 위해서라도 수익적인 부분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진 감독이 상업영화에는 무관심하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진모영=나는 누구인가, 정체성을 생각하면 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 다큐를 TV에서 틀면 독립 PD, 영화관에서 틀면 영화감독이다. 처음부터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고,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이 시대를 사는 한국사람들의 이야기다. 한국인들에 대해 성찰을 잘하면 인류 보편적인 이야기가 나오겠다는 생각이다. 그 흥미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다큐멘터리로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다.

많은 독립영화들이 힘들게 개봉하고 있다. 그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진모영=독립영화는 다양한 생각들을 담아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상업적으로만 판단돼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 극장, 배급, 투자자 분들이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보고 제고해 주셨으면 한다.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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