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의 자연산책】나무는 계절마다 색상을 달리해 그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수백 년 묵은 느티나무라고 해서 다를 것도 없다. 한평생 살아가는 삶의 주기도 이와 닮아 태어나서 노년기가 될 때까지의 인생을 크게 네 등분하면 사계절과 매우 흡사하다.
나무야 노년기에 해당되는 겨울이 되어 나목이 된다 해도 고사목이 아닌 이상 이듬해 봄이 되면 새싹이 돋는 유년기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세상에 살아있는 나무 가운데 수령이 자그마치 수천 년이 되었다는 노거수들조차 봄이면 어김없이 연두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젊을 때는 늙는 것이 먼 훗날의 일이고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몫일 뿐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외면하기 쉽다. 그것은 일종의 젊은이들의 특권으로 늙는다는 자체가 안중에 없으니 거기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마저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면서 자식을 낳고 팽팽하던 얼굴이 전과 같지 않을 뿐더러 어느 날부터 새치가 하나둘씩 나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아차 싶은 생각이 든다. 소득이 안정적인 젊은 세대에서 노후에 대비한 투자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세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노화는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렇다면 노화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을 가질 게 아니라 자연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 저마다 미리 대비하는 게 현명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수명이 모진 풍상을 겪으면서 몇 천 년을 살아도 끄떡없는 나무와 같다면야 어이 좋지 않으랴. 그렇다고 비관하거나 절망 할 필요가 없다. 나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명이 짧다고는 하나 유전자를 통해 몇 만 년을 대물림하고 있으니 실로 얼마나 장수를 하는 셈인가. 노거수나 인간이나 엄동에도 이미 봄을 품고 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기는 마찬가지이다. 그게 세상 돌아가는 기본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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