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다인】노부부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개봉 13일째 누적관객수 30만5187명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독립영화 최대 흥행작 ‘워낭소리’(2009)의 기록을 뛰어넘는 흥행 속도이다.
현재 개봉관에는 ‘인터스텔라’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걸려 있고, 논스톱 이정재 액션 ’빅매치‘도 상영 중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최근 ’빅 매치‘를 따돌리고 한국영화 중 1위, 통합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98세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 부부의 삶과 이별이야기이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이 노부부는 아이들처럼 해맑게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촬영 도중 먼저 세상을 뜬다. 할머니가 “석달만 더 살아요, 이대로 석달만 더 살면 내가 얼마나 반갑겠소”라고 눈물지어도 할아버지는 ‘그 강’을 건너고 만다.
이 영화의 주 관람층이 적어도 중장년일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최근 CGV 예매율을 살펴보니 20대가 59.2%, 30대가 22.3%, 40대가 12.1%이고 50대 이상은 통계조차 잡히지 않았다. 노부부의 아들 딸 나이면 적어도 50대는 넘을 것이고 그 나잇대 관객들이 부모를 생각하고 극장을 찾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오산이었다. 더불어 관객들의 남녀 성비는 여자가 70%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통계로만 본다면 이 영화는 ‘나이 든 세대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사랑 이야기’로 포지셔닝이 된 것이다. 그 또한 나쁘지 않아서 썸을 타거나 인스턴트 사랑에 점차 익숙해져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사랑 교과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도 든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같은 카테고리에 들 영화라면 ‘죽어도 좋아’(2002, 박진표 감독)를 들 수 있다. 각각 혼자 된 70대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림을 합치면서 섹스를 나누는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민망, 요즘말로는 약간의 멘붕 상태를 맛보게 했다. 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이 통하면 몸이 간다는 진실을 확인케 한 면도 있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나 ‘죽어도 좋아’가 사회에 대고 하는 이야기는, 표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년세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년세대가 지나간 과거의 세대, 용도폐기된 삶이 아니라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삶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노년세대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저주(?)가 ‘너도 늙어봐라’인데, 영화를 통해 미리 늙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일 것이다.
김다인/인터뷰365 편집국장,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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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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