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송 프랑소와가 남긴 음악
상송 프랑소와가 남긴 음악
  • 소혁조
  • 승인 200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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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혁조의 인터미션


[인터뷰365 소혁조] 프랑소와는 자타가 공인하는 쇼팽 연주의 최고 스페셜리스트였다. 피아니스트 중에 쇼팽을 다루지 않는 이는 없기 때문에 적어도 쇼팽의 스페셜리스트라 불리기엔 어느 정도의 특별한 임팩트가 있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쇼팽의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사람을 꼽아보자면 그 옛날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을 제1의 스탠다드로 잡고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을 들 수 있는데 프랑소와가 연주하는 쇼팽은 이들과는 또 다른 의미를 두고 있다. 다소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파격적인 연주를 하는 걸로 유명한데 쇼팽 연주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Tempo rubato의 달인이 바로 프랑소와였다. 그런 의미에서 쇼팽의 음악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은 앞서 언급한 스페셜리스트의 음반과 더불어 프랑소와의 연주를 반드시 함께 듣는 것이 하나의 코스처럼 되어있다.



편협한 레퍼토리의 쇼팽 스페셜리스트, 상송 프랑소와



쇼팽의 음악을 퇴폐적이고 어두운 낭만이란 말로 표현한다면 프랑소와처럼 잘 어울리는 연주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평가일 순 없겠지만 전적으로 이 글을 쓰는 나의 기준임을 전제로 각 연주자들의 쇼팽의 연주를 평가한다면



루빈스타인 / 우아하고 차분하다. 그리고 젠틀하다.


아쉬케나지 / 자연스럽다. 대신 힘이 없다. 그냥 유려하다는 그 이상의 느낌을 받기는 힘들다. 대표적으로 연습곡 10:3에서 처절한 이별의 느낌을 표현한 리히터의 연주와 비교했을 때 너무 싱겁고 맹숭맹숭하다.

폴리니 / 탁탁 끊어지는 깔깔한 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밝고 경쾌하다. 아쉬케나지와는 다른 스타일


아르헤리치 / 우아하고 깔끔하다. 그리고 여성연주자답지 않게 힘이 넘친다. 하긴 아르헤리치는 피아노 앞에 앉으면 성별불분명이니까.


리히터 / 힘이 넘친다. 그리고 처절하다. 연습곡 10-3의 연주는 어떤 연주자의 것을 들어봐도 리히터 이상의 임팩트를 느끼기 힘들었다. 그만큼 이별의 노래라는 본래의 주제를 잘 살리고 있다.



이들과 비교했을 때 프랑소와의 연주는 상당히 어둡고 침침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와 비교했을 때 너무 자의적 해석을 통한 개성이 뚜렷한 점이 있으나 바로 이 부분이야말로 프랑소와가 쇼팽의 최고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바로 쇼팽 음악의 백미인 템포 루바토를 프랑소와만큼 잘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프랑소와는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레퍼토리만을 고집했다. 진정한 거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등을 거의 다루지 않았고 브람스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가 좋아했던 작곡가는 주로 쇼팽, 라벨, 드뷔시 등인데 가장 전형적인 프랑스 피아니스트의 레퍼토리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그를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인정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연주하는 라벨의 곡들 또한 최고의 완성도를 가진 명연으로 인정받는데 특히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이랄지 밤의 가스파르같은 극강의 테크닉을 요하는 난곡 중의 난곡을 가장 잘 연주하기로 정평이 나있었다.



프랑소와의 명반



프랑소와가 남긴 많은 음반 중 가장 훌륭한 음반 1순위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을 비롯한 쇼팽의 모든 피아노 곡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피아노의 심한 루바토 때문에 협연하는 지휘자 입장에서 가장 연주를 꺼려하는 곡인데 프랑소와의 개성 있는 연주는 이 곡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이 곡의 대표적인 명반이라면 쇼팽의 교과서인 루빈스타인의 음반을 들 수 있고 그 다음이 프랑소와의 음반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 두 음반의 들려주는 해석은 너무 판이하기 때문에 이 곡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은 꼭 두 음반을 함께 들어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명반은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Gaspard de la nuit)’이다. 3곡의 조곡(組曲)형식으로 된 이 곡은 피아니스트에게 극강의 테크닉을 요하는 난곡 중의 난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프랑소와의 음반은 이 곡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음반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역시 모리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협주곡 연주 또한 발군이다. 오른손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왼손만으로 연주하는 어려운 테크닉을 요하는 이 곡 역시 프랑소와가 즐겨 연주하는 레퍼토리였다.



프랑소와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성을 보이며 세기의 거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 충분한 재능이 있었으나 그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에겐 그 많은 부와 명예도 필요 없었고 그저 낭비벽과 자신만의 자아의 세계에 빠져 사는 유약한 심성의 천재가 있을 뿐이었다.



쇼팽을 연주하기 위해 태어난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상송 프랑소와. 그 역시 그 옛날의 쇼팽처럼 몽환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며 방황하다 쇼팽처럼 단명한 천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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