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명의 마음을 명중시킨 ‘최종병기 활’의 신궁 박해일
400만명의 마음을 명중시킨 ‘최종병기 활’의 신궁 박해일
  • 김선
  • 승인 201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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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선】‘최종병기 활’의 관객이 지난 8월 29일 현재 400만명을 넘어섰다. 활을 앞세운 최초의 한국영화라는 소재의 신기함을 넘어서서, 할리우드 액션영화 뺨치는 속도감으로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영화 내내 뛰어다니며 청나라의 추격자들을 향해 화살을 날리던 남이 역을 맡은 배우는 박해일이다. 오래전부터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갈 인재로 평가되어오던 연기자 박해일,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지 않으면 출연하지 않는다"는 그가 마침내 심혈을 기울여 활시위를 당겼고 관객들 가슴을 명중시킨 것이다.

나름대로의 색깔을 가진 연기자에서 400만명을 흥분시킨 연기자로 새삼 조명을 받고 있는 ‘성공한 남자’ 박해일을 만났다.

사극물에는 첫 출연이다.

언젠간 출연할 것이라고 생각은 해왔지만, 막상 부딪히니 낯설었다. 마치 처음 만난 길을 걷는 듯한 초행길 같은 느낌이랄까. ‘아, 이런 길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전력질주를 하고 말을 타고 활도 원 없이 쏴봤다. 만주어도 해봤다. 낯선 경험들이 많았다.

출연 계기가 궁금하다.

호기심이 갔다. 잘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기도 했고. 사극이라는 장르도 그렇지만, 남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해나가기 위해 해야 될 것들이 많았다. 다행히 나를 잘 아는 감독님과 함께 하는 작품이어서 심적인 부담은 덜어놓을 수 있었다. ‘딱 보면 척’이어서 유리한 점도 있었다.

김한민 감독과는 ‘극락도 살인사건’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어느날 감독님이 내 손에 활 하나를 쥐어주셨다. 1년 6개월간을 활터에 다니셨단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활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봤다는 그의 관심은 온통 활이었다. 역사를 꿰뚫고 있었다. 활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는데 나 역시 활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국궁은 우리나라 전통의 하나였고, 당시 아낙네들도 활을 다룰 수 있을 만큼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잊혀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우리나라의 멋진 전통이 영화로 소개된다는 것이 감격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그 동안 각광받지 못했던 활이란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박해일은 자신의 생애 첫 사극물을 위해 3개월 간 국궁과 승마를 익혔다.

액션에도 도전했는데.

대사보다 몸의 움직임이 많은 캐릭터다. 그냥 활을 쏘는 것도 아니고 신궁이란 사실이 부담스러웠다. 촬영 하루 전까지 정말 바쁘게 보냈다. 국궁을 3개월간 배웠다. 국궁은 과녁까지의 거리가 145m나 되는데, 활대와 활시위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련을 통해 본인만의 자세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팔힘이 좋고 기술이 좋다고 해서 잘을 잘 쏘는 것이 아니다. 체력, 바람, 컨디션, 호흡방식까지 활시위를 좌우하는 변수들이 많다. 게다가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승마 훈련도 병행했다. 코치분이 연습 첫날 얼음판이 깔려있는 연습용 트랙에서 뛰라고 하시더라. 제주도 여행갔을 때 재미로 타봤던 것 외에는 말을 만진 적도 없던 내게 말이다. 말에 올라 탄 것도 떨린데 뛰라니 미치겠더라. 하하하. 워낙 연습 시간이 촉박했던 데다 단시간에 자신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하더라. 덕분에 나중에는 말을 타면서 활까지 쏠 수 있었다.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부상은 없었나.

낙마사고가 있긴 했지만 다행히 무사했다. 극 속 취중으로 격투하는 신에서는 손이 찢어져 여섯 바늘을 꿰맨 적도 있었다. 활 시위를 당길 때 활줄이 팔에 스쳐 피멍이 들곤 했는데 잘못된 자세 때문이었다. 자세 교정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영화 속 활 쏘는 장면은 내가 다 소화했다.

극 속 만주어도 구사하는데.

우리나라에 몇명 안된다는 만주 언어 연구자분들을 만나 조언을 받고 언어의 뉘앙스를 느껴봤다. 이 영화의 절반 이상은 만주어 자막으로 보셔야 될 만큼 만주어의 비중이 크다. 다행히 모든 대사가 만주어였던 류승룡 선배님에 비하면 비중이 적었다.

'최종병기 활' 촬영 후 바로 새 작품에 들어갔다는데.

난 휴식을 일하면서 한다. 하하. 길지 않은 시간이 주어져도 작업을 하니까. 영화 '짐승의 끝'도 '이끼'촬영 후 한달 정도 에필로그를 위해 세트 변환하는 1달 동안 찍었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어도 한 작품에 빠져있다가 다른 작품에 또 집중하게 되면 이전과는 또 다른 톤의 기분이 느껴진다. 연기에 활력도 된다. 물론 모든 작품에 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은 필수다.

분량이 없을 때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응원하는 등 촬영장 분위기가 남달랐다.

워크 홀릭 아닌가.

그건 아니다. 물론 여행을 즐기긴 하지만, 모든 것을 놓고 훌쩍 떠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난 연기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연기를 통해 사람 사는 얘기를 보여주는 것이 참 매력있다. 매 작품 할 때마다 거의 새로운 분들과 만나게 된다. 100여명의 스태프들이 참여하고 같은 촬영장에서 함께 일을 하지만 영화가 끝나면 헤어진다. 이렇게 만남과 헤어짐이 매 작품마다 반복된다. 결국 사람 사는 세상을 담는 것이 영화고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얻어지는 작품이니 매번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영화 속 모습이 너무나도 다양해 종잡을 수가 없다. 때론 건들건들하게, 때론 순정파로, 이번 영화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선보이는데. 실제 모습은 어떤가.

글쎄…점점 나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는 것 같다. 작품을 끝내면 긴장감을 풀고 다시 나로 돌아와야 하는데 멍하게 있다가 또 다른 작업에 들어가면 또 다른 캐릭터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내 모습이 어떤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하게 연기를 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과연 나다운 것이 뭘까 잘 모르겠다.

어렸을 적 꿈은 뭐였나.

커서 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초등학교 때 장래의 꿈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보통 아이들은 대통령이나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 않나. 그렇게 대충 말할 수도 있었는데 난 아무런 말도 못했다. “저... 음...”만 하다가 “다음 차례”란 선생님의 말에 조용히 자리에 가서 앉았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내가 연기자가 됐으니 주변에서는 의외다 싶다는 반응이었지.

연기자를 천직으로 생각하나.

처음 연극을 통해 연기를 접한 후 나와 맡겠다 싶었다. 사람을 좋아하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았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더라고. 하하하. 연기에만 전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도 빈틈이 많고 부족함도 느낀다. 매 작품마다 검증받고 인정받아야 하는 직업이 배우다. 학자가 노벨상을 받았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지 않나. 배우 역시 한 작품에서 칭찬을 받다가도 또 어떤 작품에서는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목표는.

매 작품을 첫사랑에 빠진 듯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관객들께 존재감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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