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동원 “‘군도’에서는 고민없이 사람 죽였다”
[인터뷰] 강동원 “‘군도’에서는 고민없이 사람 죽였다”
  • 김보희
  • 승인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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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은 4년만에 복귀작으로 '군도'의 악역 조윤 역을 선택했다.

【인터뷰365 김보희】시사회에서 의도치 않게 하정우의 굴욕샷을 만들어낸 작은 얼굴의 소유자 강동원(33). 유난히 작은 얼굴에 181cm 큰 키, 만화 속에서 나온 듯한 9등신이 넘는 비율의 소유자다. 하지만 순정만화 속 주인공 같은 외모 속에는 어딘가 슬퍼 보이는 우수에 찬 눈빛이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의 눈빛이 가장 먼저 빛을 발한 것은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우산을 들고 환하게 웃는 장면이었다. 누나를 사랑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아파하던 마음이 담긴 그 눈빛은 원작인 인터넷 소설을 뛰어넘으며 강동원을 일약 꽃미남 스타로 만들었다. 이후 강동원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그 놈 목소리’ ‘M’ ‘전우치’ ‘의형제’ ‘초능력자’ 등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군 제대 후 4년 만에 ‘군도’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서자의 설움을 딛고 양반인 아버지에 사랑을 얻기 위해 백성들에게 수탈을 일삼는, 검의 달인 조윤 역을 맡았다. 강동원이 해서일까, 아름다운 악역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날 생각에 밤잠까지 설치고 있다는 강동원과 만나 ‘군도’ 이야기를 나눴다. 비현실적인 외모와는 달리 여전히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살이 많이 탔다.
일하면서 탄 것은 아니고.(웃음) 놀다보니 많이 탔다. 바르셀로나에서 너무 놀았다.

‘군도’가 베일을 벗었다. 소감은 어떤가.
4년 만의 복귀라 설레기도 하고,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 잠도 안 오고. 난 ‘군도’ 신나게 봤다. 못 봤던 씬이 있거나 했던 것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쭉 보면서 체크를 했다.

다른 배역들은 거칠게 나오는데, 강동원만 화려하게 나온다. 만족하나.
내가 멀끔하게 나온다 해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군도 무리에 들어가 있었어도 상관없다. 복귀작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워낙에 훈련이나 준비기간도 길었다. 훈련만 4~5개월 했다. 그래서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특히 액션에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조윤이 조선 최고의 무관이고, 군도 무리들을 한명씩 상대하며 힘으로 제압하는 캐릭터라서 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복귀작으로 ‘군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제일 빨리 제안이 들어왔다. 내가 먼저 (감독님을) 만나자고 한 작품이기도 했다. 감독님을 만나고 나니 더욱 믿음이 생겼다. 이야기 하면서 ‘이런 게 있는데 시나리오 작업을 빨리 해서 주겠다. 어떤가’라고 해서 ‘좋다’고 승낙했다. 당시 단편을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머리에 ‘군도’밖에 없으셔서 결국 단편을 포기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해서 주셨다. 금방 주시더라. 받고 이런저런 디테일 이야기하며 촬영에 들어가게 됐다.

윤종빈 감독의 어떤 점이 좋았나.
자기 세계 확실하고. 우유부단하지 않고 주관이 뚜렷했다. 확실히 본인 색깔이 뚜렷했다.

조윤 캐릭터가 윤종빈 감독을 닮았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감독님이랑 조윤 이야기를 하면서 본인 이야기도 하고 싶어하지 않았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약간 삐뚤어지고 그런. 지금은 감독님도 많이 사회화 됐다고 그러더라.(웃음) 영화사 한재석 대표님이 예전에는 심각했다고 그러면서 내게도 ‘너도 사회화가 덜됐다. 사회화 돼야 한다’고 하셨다.

조윤이 능동적인 악역이라고 했는데. 극중 악역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몇 명을 더 죽였어야 하나 의문도 드는데. 특히 여성분들이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대본의 큰 틀에서 보면 연민이 느껴지니까. 연민이 느껴진다고 해서 나쁜 행동이 다 용납이 된다고 하면, 범죄자 중에 사연이 있는 사람이 많이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도 용서해야 한다? 그런 건 아니지 않나. 사연이 있든 없든 조윤은 악역이라고 생각한다. 사연이 있다고 해서 남을 괴롭혀도 되는 것은 아니니까.
또한 ‘군도’는 백성들을 위해 죽이고 먹을 것을 나눠주는 등 뚜렷한 이유가 있어서 행동을 하지만, 조윤은 자기에 이익을 위해서 죽였기에 악역이다.

조윤 캐릭터에서 삐뚤어짐을 중점적으로 표현했다고 하던데.
화면을 딱 봤을 때 뿜어져 나오는 느낌에서 삐뚤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캐릭터마다 준비할 때가 다른데. ‘이 캐릭터는 이럴 것이다’라는 것을 걸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조윤 같은 경우 모니터를 보면서 ‘이 인물은 태어날 때부터 서자라는 사연이 있기에 세상을 삐뚤게 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또 나쁜 짓을 하는 장면에서는 즐기는 모습으로 표현했으며,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서 ‘너 나한테 덤벼? 휙’하고 고민 없이 사람을 쉽게 죽였다. 내 전작들을 살펴보면 사람을 죽이는 것에 고뇌하며 ‘왜 죽여야 하지’ 죄책감을 느끼는 역할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민 없이 죽였다.

‘군도’ 시나리오를 먼저 보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가 잘 나왔다고 평하더라.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잘 쓰셨는데, 그림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없었다. 예를 들면 ‘상투가 잘린다. 무섭다’ 그 정도? 배경도 ‘산채들의 기지가 있다’ 이 정도밖에 없었다. 아, 산속의 군도 마을이 CG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있는 채석장 안에다가 지었더라. 나도 가 보고 깜짝 놀랐다. 산이 진짜 가운데 깎여 있었고 안 쓰는 채석장에 실제 세트를 만들었다. 그래서 더 리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극중 머리가 휘날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강동원의 전작 ‘늑대의 유혹’에서 우산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구미호 같기도 했다.
감독님이 ‘백발마녀’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인터뷰에서 말하던데. 내게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다. 웃었으면 좋겠다고 디렉션을 하셨다. 개인적으로 그 장면을 그게 중점을 두고 촬영을 하지 않았는데 반응이 컸다. 감독님 등 제작진과 함께 현장에서 그 장면의 모니터를 붙여보며 ‘멋있다’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별다르게 힘을 준 장면은 아니다. 오히려 그 장면을 가장 기대했던 사람은 분장팀장님이셨다. 가발은 넣으면 구겨지니까 마네킹에 가발을 걸고 ‘아우~ 예쁘다’라고 하시며 혼자서 빗질을 하는 모습을 봤다.
내가 가장 기억나고 고생했던 장면은 바로 그 앞에 나오는 20~30명과 싸우는 장면이다. 극 중 가장 중요한 액션 시퀀스였고, 감독님이 롱테이크를 원하셨다. 그 장면을 위해 액션 훈련을 한 것이다. 11일 동안 공들여 찍었다.

강동원은 10년전도 그랬고, 여전히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두홍 액션감독이 ‘칼을 가장 잘 쓰는 배우’로 강동원을 꼽았다.
내가 제일 칼을 잘 쓰는 건 아닌 것 같다. 정통으로 검도를 배운 것도 아니고. 훈련을 오래해서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 팔 힘을 키우기 위해서 웨이트도 하고, 칼을 완벽하게 제어해보려고 목검도 집에서 하루에 몇 백번씩 집에서 휘둘러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제어가 되면 무게를 늘려서 훈련을 했다. 그러고 훈련이 됐을 때 양손으로 계속 검 연습을 했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검의 달인이 되면 스스로가 조윤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촬영이 들어가서 액션이 쌓이고 쌓이니 중반에는 가만있어도 조윤이 되어 있었다.

대역은 없었나.
대역이 있긴 했지만, 감독님이 웬만하면 다 해달라고 하셨다. 선이 틀려서 티가 난다고. 내 대역을 해주신 분이 잘 하시는데, 나와는 움직임이 달랐다. 그 분은 굉장히 힘이 있었고, 난 좀 더 유연하고 부드러웠다. 그 장면을 보고 예전에 현대무용 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게 아냐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번 합은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옷이 한몫 했다. 속도를 높이다 보니 끊어서 해도 펄럭이는 옷은 함께 멈추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무용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옷이 아니었으면 좀 더 절도 있게 보였을 것인데. 아쉽다.

윤종빈 감독이 조윤을 강동원을 염두해 두고 썼다고 했다. 본인이 생각한 것과 캐릭터 접점이 이뤄지던가.
일단 시나리오가 좋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확실하게 보였다. 이 영화를 하면서 해야 할 일과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느꼈다.

개인적으로 ‘군도’는 도전이었다. 분량도 적고, 약간은 서브 역할이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가 아니기에 주위에서 만류가 많았다. 주변에서는 ‘왜 모험을 하냐’ ‘네가 그 속에 들어가 소모되고 오지 않겠냐’라는 우려도 있었다. ‘4년 만에 복귀작인데 분량도 작고 악역을 하려고 하냐’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래서 ‘그럼 뭐해야 하나. 복귀작이라고 엄청 착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원톱 투톱이 뭐가 중요하냐 작품이 중요하지’라고 되물었던 적도 있었다. 주변에서 너무 많이 만류를 하니까, 내가 모험을 하는 것인가에 생각이 들어 고민이 있기도 했다.

‘군도’ 촬영이 끝나는 날이면, 맛집 투어를 했다고 하던데.
낙이 없으니까. 촬영이 끝나고 산속에서 고스톱을 칠 수도 없고.(웃음)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내 스스로도 인터넷 검색을 잘 한다는 자부심이 있던 터라 맛집을 찾았다. 그런데 이번에 나와 똑같은 사람을 한 명 더 봤다. 윤종빈 감독. 감독님 역시 검색왕이라고 자부하더라. 그래서 서로 ‘아닌데 내가 더 잘 할 텐데’라며 나름 신경전을 벌였다.
맛집 중에 기억나는 것은, 내가 메일을 워낙 좋아해서 맛있는 막국수 집을 찾았고, 은어가 가장 쇼킹했다. 또 여수에서 먹은 여수식 돼지국밥. 장어탕이 기억난다.

하정우와 촬영도 하고 맛집도 투어 하면서 끈끈해졌을 것 같다.
워낙 실력파이고 성격 좋기로 유명하니까. 개인적인 관계로서 좋은 형이지만 내가 같이 작업을 한지가 1년 정도밖에 안돼서 아직까지 ‘최고 절친 형’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지금도 계속 연락을 하고 있고, 가끔 만나서 술 한잔씩 하는 형이다. 형도 나를 좋아해주시니까.

극중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조윤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실제 강동원은 아버지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경상도 집안이라 서로 무뚝뚝하다. 경상도 남자들이 함께 여행을 가거나 알뜰살뜰히 챙기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우리 집안도 안 그렇고 주변에서도 보지 못했다. 서울에서도 제 또래가 아버지와 아들이 여행가는 일이 쉽지 않은데, 그쪽 동네는 더 없다. 사실 내가 가자고 해도 아버지께서 원하지 않을 것이다. 가족 여행 가자고 하면 ‘갔다 온나’ 하신다.

최근 꽃미남 배우들이 제대 후 속속 복귀하고 있다. 다들 살이 빠지거나 외모에 변화가 있는데. 본인은 가장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남다른 관리 비결이 있나.
원래 이렇게 생겨서. 음. 비결은 없지만 담배를 끊었다. 담배를 끊은 지 3년 반이 넘었다. 굳이 따지면 금연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10년 전인가.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도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은 것은 변함없다. 하지만 배우 중에 ‘내가 세계 최고야’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그 말은 그만큼 잘하고 싶다는 내 나름대로의 포부였다. 구체적으로 물어보신다면, 모든 분야에 있어서 상업적으로나 연기적으로나 연기자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있어서 잘 하고 싶다. 할리우드에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할리우드에 대항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였고 지금도 여전하다. 그런데 꿈이 실현되어가는 것이 신기하다. 지금 아시아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우리나라 좋은 작품들이 할리우드에 상영되고 있으니.

‘군도’에서 뭉치면 백성, 흩어지면 도적이라는 카피 문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 대사가 아니라서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다. 내 대사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생을 걸어 본 자가 있거든 나서거라. 그 자의 칼은 받겠다’이다. 이 영화의 주제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뭉치면 백성 흩어지면 도적이지만, 내재된 이야기는 운명을 바꾸고자 했던 자와 세상을 바꿔보려고 했던 무리들의 대결이다. 결국에 암울한 시대에 대다수를 대변하는 사람들의 대결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뭉치면~’ 카피에 대해 카타르시스는 있었다. 선배님들 워낙 목소리 크시고. 하지만 내 대사가 더 좋았다.

예전보다 인터뷰를 하는데 있어서 편안해지고 더 재밌어졌다.
나이도 조금 들었고, 현장에서 형들이랑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 나아진 것도 있는 것 같고. 또 인터뷰가 예전에는 딱딱한 분위기였다면,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져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편안해진 것 같다.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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