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의 한수’ 정우성 “하고 있어도 하고 싶은 게 영화다”
[인터뷰] ‘신의 한수’ 정우성 “하고 있어도 하고 싶은 게 영화다”
  • 김보희
  • 승인 20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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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내기 바둑판의 복수를 그린 영화 '신의 한 수'에서 통쾌한 액션을 펼쳤다.

【인터뷰365 김보희】신이 인간의 얼굴을 빚었다면 그 신의 한 수는 정우성이 아니었을까.

그만큼 배우 정우성(41)은 잘 생겼다. 데뷔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남자들의 워너비, 여자들의 로망이다.
그는 영화 ‘비트’에서 우수에 찬 눈빛, 방황하는 10대의 모습으로 오토바이를 밟아 남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이후 ‘태양은 없다’ ‘똥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 ‘호우시절’ ‘감시자들’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데뷔 20년을 맞은 올해, 정우성은 유난히 연기 욕심을 냈다. 지난 2일 개봉한 ‘신의 한 수’를 시작으로 ‘마담 뺑덕’이 9월 개봉 예정이고 현재는 ‘나를 잊지 말아요’ 촬영 중이다. 지난해 ‘감시자들’로 4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정우성이 반가웠다면, 올해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한 정우성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영화 ‘신의 한 수’에서 정우성은 복수에 목숨 건 전직 프로바둑기사 태석 역을 맡아 바둑과 액션 두 가지를 소화해냈다. 이 작품은 바둑을 잘 알지 못하는 정우성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비트’ 이후 목말랐던 액션욕구를 채워준 작품이기도 했다.

‘신의 한 수’가 개봉 첫 날 ‘트랜스포머’를 이겼다.
기분이 좋은 소식이지만 조심스럽다. ‘신의 한수’는 청소년관람불가이고, ‘트랜스포머’는 청소년도 볼 수 있는 영화라 시장의 크기가 다르기에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바둑액션 ‘신의 한수’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선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내기 바둑이라는 소재가 신선했고, 바둑을 모르는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봤는데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바둑의 특성을 넘어서 볼 수 있는 오락액션 영화라는 것이 끌렸다. 시나리오 덮었을 때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내가 느낀 이런 감정들을 영화로 잘 전달하고 싶었다.

잘 모르는 바둑의 이야기인데 힘들지 않았나.
촬영 전 프로바둑기사 분을 만나 연습을 했다. 그런데 그 분이 짧은 시간 동안 바둑을 배울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바둑보다는 착수(바둑을 둘 때 바둑판 위에 돌을 놓는 것)에 매진했다. 항상 주머니에 바둑알을 넣고 다니며 손으로 연습했다. 집에서 누워 있을 때도 심지어 술 마실 때도.(웃음)

캐릭터 별로 착수법이 다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기 바둑 이야기를 그리다 보니 과장된 부분도 있다. 올바른 착수법은 아니다. 하지만 내기 바둑판이라는 공간과 캐릭터의 성격을 바둑으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착수법을 하나의 영화적 장치로 사용했다. 난 세 번째 손가락으로 착수를 했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주인공이 바둑을 모른다는 점은 아이러니하지 않나. 그런 점에서 올해 다작을 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았을까, 배울 시간이 부족했으니.

배우는 캐릭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작을 하더라도 인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큰 구애를 받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서는 바둑이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둑이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이유가 표현하기도 어렵고 관객들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바둑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기보다 바둑 고수들의 긴장감 넘치는 기싸움과 승패만 단순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태석 역시 프로바둑기사라는 설정이라서 바둑알을 놓는 착수가 중요한 포인트였다. 설령, 바둑을 배우고 3년이 지나서 이 영화를 찍었어도 똑같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액션은 어땠나.
여태껏 액션 중에서 제일 편안했다. 액션씬이 롱테이크로 갔는데, 예전보다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체력적인 한계는 크게 없었다. 그래도 부상은 당했다. 냉동창고 촬영에서 1대1 시선처리를 위해 카메라를 보며 가격해야 했다. 당시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크레인 쇠를 카메라 앞에 설치했고, 나는 최대한 카메라 쪽에 손을 뻗다 보니 쇠를 향해 가격을 했다. 매우 아팠다. 지금도 팔꿈치 쪽에 뭔가가 돌아다니고 있다.(웃음) 노력한 만큼 액션이 잘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신의 한 수’의 액션 포인트가 있다면, 바둑이 손끝에서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고 액션도 손가락에서 시작된다.

언론시사회에서 조범구 감독이 극 중 안성기 캐스팅을 정우성이 했다고 하던데.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조금 도왔을 뿐이다. 초반 캐스팅을 하는 과정에서 주님은 안성기 선배님이 좋을 것 같아서 제작사에 건의했다. 그랬더니 막연하게 “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더라. 그래서 “정식적으로 제안을 드리자”라고 말해 시나리오를 소속사에 드렸다. 이후 사적인 자리에서 한마디를 보탰을 뿐이다. 배우를 움직이기는 건 캐릭터다. 안성기 선배님이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셔서 응해주신 것이다. 안성기 선배님과 촬영하는 동안 즐거웠다. 선배님이 바둑을 잘 하셔서 휴식시간 바둑을 두셨는데 난 옆에서 구경하며 ‘집을 저렇게 짓는구나’라고 감탄했다.

얼음 액션 장면은 정말 추워 보인다. 리얼인가.
실제 냉동고에서는 촬영할 여건이 안 되어 허름한 창고를 냉동고로 꾸몄다. 하지만 촬영 당시 겨울이고 옷을 벗고 있어서 냉동고와 다름없는 추위를 느꼈다.

연기에 이어 연출에 도전 중인 정우성은 영화가 직업이자 팬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감시자들’이 500만 명을 돌파했다. 배우가 전작이 잘되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올해 ‘신의 한 수’를 시작으로 색깔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관객들을 찾는다.
내게는 전작의 굴레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전작이 현재 작품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늘 새로운 캐릭터를 찾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가 새롭다라고 느끼는 것은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캐릭터 변형을 극대화 시켜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또 배우는 (이미지에) 머물러 있으면 고인 물이 썩듯 썩는다.

담배를 다시 피우는 것 같다.
요즘 ‘나를 잊지 말아요’를 촬영 중인데 7년 만에 다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극중 심학규의 캐릭터를 표현하려다보니 담배를 많이 피우는 골초가 캐릭터에 맞았기 때문이다.

7년 전 금연을 힘들게 했을 텐데. 아깝다.
그렇게 힘들게 끊지 않았다. 7년 전 어느 날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하는데 입에서 담배에 대한 찝찝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치과에서 나오는데 내 몸에서 담배 남새가 나더라, 그게 정말 싫었다. 치과를 나오는 순간부터 담배를 끊었다. 7년 금연이 아깝지는 않다.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상관없다.

그렇다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정우성에게 실제 삶은 어떤가.
세상이 궁금하다. 예전에는 몰랐다. 촬영을 하고 다음 작품 텀이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내가 세상에 속해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지인들이 전화를 하면 ‘촬영 중이다’라고 하는 등 서로 바쁘다보니 제대로 밥 한 끼를 못하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세상과 섞일 시간이 단절됐다. 그래서 사실 세상은 나에게 궁금한 존재다.

이제 20년차인데 배우로서 변화가 생겼나.
자신감이 생겼다. 또 내가 여전히 촬영장에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데뷔 때는 촬영장이 놀이동산 같았다. 모든 게 신기하고 즐거웠다. 지금도 촬영장이 행복하고, 누군가를 표현하고 알아가는 작업이 즐겁다.

정우성에게 ‘신의 한수’ 같은 작품이 있나.
‘비트’다. 비트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았고, 그 분들이 내게 신의 한수를 주셨다.

앞으로 정우성에게 ‘신의 한 수’가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늘 매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다작을 하는 것 같다. 휴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 올 여름 휴가는 어디로 가나.
현재 영화 촬영 중이고, 9월 ‘마담 뺑덕’ 개봉을 앞두고 있어 여름휴가는 없을 것 같다. 아니면 촬영이 끝나면 제주도라고 다녀오고 싶다. ‘감시자들’ 때부터 이어달리기를 하다 보니... 휴가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필요한 것 같다.

누구와 함께 가나. 절친 이정재?
누군가와는 가겠지.(웃음) 이정재와 둘만 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휴가를 가게 되면 멤버를 생각해 보겠다.

최근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은 단편 ‘킬러 앞에 노인’은 ‘감시자들’이나 ‘신의 한 수’에 출연하면서 남성적인 캐릭터에 영향을 받은 것인가.
단편적인 소재를 찾다보니까 이 이야기가 적합일 뿐,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그리고 킬러가 나오지만 킬러 이야기는 아니다. 킬러는 관찰자 입장일 뿐이다. 사실 이 작품은 사우나에서 생각한 것이다. 운동을 마치고 사우나에 있는데 거기에 일하시는 노인분이 수건을 보고 계셨다. 그 모습이 처연해 보였다. 그래서 저 사람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고 그 상대가 킬러라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기억해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단편 제안이 왔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게 됐다.

연출을 직접 하니 연기에 도움이 되나.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는데.
연기를 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 하지만 연기자로서 일을 할 때는 연출에 절대 방해하지 않는다. 현장의 지휘자는 감독이고 감독의 요구를 최대한 표현하는 것이 배우의 본분이다.

‘감시자들’ 당시 장편 시나리오 작업 중이라고 했는데. 어느 정도 진행이 됐나.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여전히 작업은 하고 있는데 뚝딱 나오지는 않는다. 현재진행형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앞으로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연출을 해볼 생각은 늘 있다.

20년차인 만큼 팬들도 다양해지고 변화했을 것 같은데. 팬들에 대한 마음은 어떤가.
데뷔 때는 팬들이 나를 신선하게 보듯이 나 역시 낯설었다. 대하는 방법을 몰랐다. 시간이 지나고 팬의 마음이 어떤 것이고, 팬들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팬들의 나이대가 다양해졌다. 깜짝 놀란 것이 초딩팬들이 있더라. 어느 날 영화 홍보차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는데 초등학생들이 ‘오빠, 영화 흥행 시켜 줄게요’라고 해서 순간 움찔하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다. 또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맞대어 무슨 표시를 하길래 욕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요즘 새로운 하트 제스처더라. 신기하면서도 즐거웠다.

반대로 팬의 입장이 된 적이 있나.
늘 영화의 팬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항상 극장에서 꿈을 꾼다. 동료들의 작품을 보면서 감탄할 때도 있고 ‘저런 장면을 더 멋지게 만들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영화는 나에게 하고 있으면서도 하고 싶은, 설레는 팬이다.

김보희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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