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의 자연산책】청개구리들이 떼로 모였다. 그것도 몇 마리가 아니다. 사진으로 포착된 것만 해도 20여 마리이다. 얼핏 보면 무슨 사단이 나도 난 것 같다. 사람으로 치면 집단 침묵시위를 질서정연하게 벌이는 모습이다. 달리 생각하면 집단 은둔 중이라고 해야 하나. 생태학과 양서류에 일가견이 있다는 전문가들에게 물어 보아도 왜 청개구리들이 이런 집단행동을 보이는지 명쾌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 같은 집단 서식을 한 번도 목격한 적이 없고 그러다보니 지식적으로 설명이 빈곤하게 마련인데 대충 종합하면 원인이 있다. 원인이 없는 일이나 사건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발견 장소는 상주시 중동면 신암리에 있는 농수로 맨홀이다. 인근에 낙단보가 생기고 난 뒤 강유역이 준설과 성토 등으로 이른바 리모델링해서 생태환경이 바뀌고 있기도 하다.
원인은 일단 천적을 의심해 볼 수 있지만 뱀 같은 천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지금은 청개구리들의 산란기이다. 연못이나 고인 물에 산란을 하는 청개구리들의 습성을 감안해 볼 수도 있다. 생존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어 너도나도 맨홀 안으로 들어 왔다가 빠져 나가지도 못한 채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으로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청개구리들의 발가락 끝에는 빨판이 있어 흡착력이 강하기도 하나 다시 탈출 수 있는 공간은 있어 보인다.
이래저래 세상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개인이든 단체든 집단행동은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보통 단독생활을 하는 청개구리가 집단서식을 하며 질서정연하게 맨홀 벽에 붙어 있는 아주 희귀한 케이스를 보면서도 생존에 대해 느끼는 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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