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의 자연산책】모든 존재는 너무 흔하게 되면 빛이 나지 않는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쉬우면 물의 소중함을 절감하지만 풍족할 때는 물의 가치를 잊고 지내기 쉽다. 꽃잔디가 귀하던 시절에 어렵게 모종을 구해 시골 화단에 정성스럽게 심은 적이 있다. 그러나 요즘은 어디를 가나 꽃잔디를 흔하게 보게 되면서 관상하는 재미도 시큰둥해진다. 사회적으로 고만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쩌다 직언을 서슴지 않으면 금방 주목을 받았지만 요즘은 너도나도 사리분별에 맞지 않은 돌직구를 마구 날리니 세상이 어지러워도 한참 어지럽다.
산행을 하다보면 이름 모를 꽃들도 많다. 그 중에는 너무 오랜만에 보게 되어 아예 이름조차 잊은 꽃들도 있다. 궁금하면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검색하면 대게 궁금증이 해결되니 너무나 편리한 세상이다. 십중팔구 흔하게 볼 수 없는 만나서 반가운 꽃들이 그렇다. 산속에서나 볼 수 있던 꽃들이 요즘은 가로변으로 내려와 관상수로 빛을 발휘하는 것들도 있다. 그런 꽃들도 앞으로 철따라 도처에서 자주 만나게 되면 예전 같지가 않을 것 같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야산 또는 길가에서 조우한 꽃나무들은 한해살이나 여러해살이 화초와 격이 달라 보인다. 큼직한 수형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꽃들이 아직은 귀한 때문일까. 수확기가 되면서 배추 양파 마늘 등의 채소 가격이 오르지 않아 농민들이 울상이다. 한계 소비에 과잉 생산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어느 상품이든 시장에 범람하면 소비심리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흔하지 않아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 꽃나무들이 눈부시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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