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인터뷰]한류문화 선각자 된 벽안의 반예문 신부
[그때 그인터뷰]한류문화 선각자 된 벽안의 반예문 신부
  • 김두호
  • 승인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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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뉴욕 활동 모습 인터넷에 떠올라

1979년 어린이날을 앞두고 만난 반예문 신부. 최근의 모습은 ‘반예문 신부’를 검색하면 인터넷에서 만날 수 있다.

[인터뷰365 김두호] 미국에서 1954년 배를 타고 인천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은 뒤 6.25후 피폐한 이 땅에서 봉사와 헌신의 젊은 생애를 바친 파란 눈의 미국인 선교사 반예문 신부(미국명 Raymond F Sullivan). 그 분과 인터뷰를 한 것은 1979년 5월 어린이날을 앞두고였다. 지금의 근황을 알기 위해 인터넷을 열어보니 소속 가톨릭재단인 메리놀회 뉴욕본부에 계시는 모습의 사진이 떠올라 반가웠다. 여전히 눈동자는 아기처럼 선량하고 순진해 보였다. 올해 연세가 미수(米壽)인 88세에 이른다.

일찍이 한국명 반예문으로 통했던 반 신부는 장애인 교육사업, 불우이웃돕기와 관련된 사회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 가요에 애착을 가지고 직접 한국어 노랫말에 작곡까지 한 음악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원로가수가 된 김상희 씨가 부른 노래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어린이들의 꿈과 소망을 담은 반 신부의 작품이다.


‘푸른 하늘 꿈꿉니다/ 파란바다 꿈꿉니다/ 맑은 샘물 마시며/ 푸른 꿈을 안고서/ 깨끗한 곳에서 살고 싶어요/ …종이연을 날립니다/ 종이배를 띄웁니다/ 푸른 마음 띄우며 /휘파람도 불면서/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싶어요…’를 내용으로 한 노래인데 그 무렵 가톨릭재단인 성바오르시청각교리교재연구소가 전국 초등학교 어린이 1500명을 대상으로 ‘어른에 대한 바람과 불만’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공통된 대표 응답이 ‘어른은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고 돈밖에 모르니까 어른이 되기 싫어요’로 나타나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던 때였다.

인터뷰 당시 반예문 신부는 가톨릭메스콤위원회의 운영간부로 활동 중이었다. 그는 한국어 대중가요도 작사작곡을 했지만 이용의 히트가요 <잊혀진 계절>을 영어로 옮겨 해외보급에도 앞장을 선 한류문화의 선각자 역할도 했다. 그때 인터뷰 내용을 재정리해서 옮겼다.

최근 MBC TV <이밤을 즐겁게>라는 프로에서 가수 김상희가 부른 <내가 살고 싶은 곳>이 반 신부님이 작사 작곡한 노래지요? 노랫말이 어린이를 위해 지은 동요 같습니다.
어른들에게 띄운 노래입니다. 세계아동의 해를 맞이해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부르게한 노래입니다. 우리 한국 어린이 2천명을 인터뷰한 결과 어린이들이 공해를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의 소망을 어른들에게 노래로 전해주려 한 것이지요.

그 동안 지은 노래가 얼마나 되는가요?
작사 작곡한 대중가요가 4곡, 히트한 대중가요를 영어로 번역해 발표한 노래가 10곡쯤 됩니다.

음악을 가까이 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자랄 때부터 취미가 음악입니다. 악기 연주를 좋아하고 팝송을 즐겨 불렀어요. 이곳에서는 최희준의 <하숙생>을 즐겨 부르며 가요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충청도 사투리를 좀 쓰시네요.
하하하. 충청도 성당에서 오래 있었거든요. 충주, 청주, 보은지역의 성당에서 오래 있었어요.

1978년 MBC가요제에서 가수 이광조가 애절하게 부른 <한국의 마돈나>라는 노래도 반 신부님 작품이지요? 그 노래에는 사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연히 영문잡지 <포스트>를 들추다가 6.25 때 한국에서 있었던 감동 실화를 읽게 되었어요. 감동을 받아 그것을 소재로 지은 노래지요.

어떤 실화인가요?
대지가 얼어붙은 동지섣달 피난길에 한 어머니가 길가에서 얼어 죽었습니다. 지나가던 선교사가 동사한 시신 쪽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 달려가보니 품안에 아기가 살아 있더라는거에요. 엄마가 아기를 가슴으로 꼭 감싸서 체온으로 보호하다가 숨을 거둔 것이지요. 아기는 엄마가 속옷으로 감싸 엄마는 그대로 옷도 걸치지 않고 동사를 한 겁니다. 선교사가 키운 그 아기가 12살이 되었을 때 선교사는 엄마의 희생적인 사랑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그 얘기를 들은 소년은 한 아름 꽃을 안고 어머니의 묘지를 찾아가 잔디를 끌어안고 한없이 울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대로 드라마입니다. 최희준이 부른 <아버님>이란 노래도 있지요?
사업가로 크게 성공해서 가정을 다복하게 이끌어주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를 생각하며 지은 노래입니다. 노래에 아버님, 아버님을 찾는 말이 하도 많아서 최희준 씨가 이 노랠 부를 때마다 감정이 흔들렸다고 해요. 김상희 씨가 왜 아버님만 찾고 어머님을 찾는 노래는 없느냐고 해서 <행복을 빕니다>(한상일 노래)를 지었지요.

사실은 우리 가요 중에 아버님 노래보다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더 많아요.
그 무렵 생존해 계시는 어머님을 뵙기 위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 노래를 지었어요.

한국으로 오시기 전 이야기를 좀 들려주시지요.
뉴욕에서 태어나 1947년 하버드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성직자가 되었어요. 좋은 나라, 좋은 도시, 좋은 가정에서 태어났고 좋은 부모,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이 모두 하나님 덕분이라고 생각했어요. 2차 대전 때 해군에 근무해 무사한 것도 하나님 덕분이지요. 신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대학을 나온 뒤 외방선교활동을 하는 신학교에 입학해 다시 5년간 공부하게 되었지요.

부모님 은혜도 생각했을 텐데 가족 곁을 떠나 먼 나라로 간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테지요.

유복한 가정의 3남매 중 외아들입니다. 아버지 레이먼드 설리번 1세는 1969년에 돌아가셨고 사랑 많고 눈물 많은 어머니 메리언 여사도 3년 전에 부군을 따라 가셨어요.

많은 나라 중 굳이 한국에 오시게 된 동기는요?
교단의 결정에 따른 것이지만 잘못 왔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항공편이 제대로 없던 때라 배를 타고 1955년 8월 인천항에 내렸는데 자동차라고는 군용 지프와 트럭 몇 대밖에 눈에 안 띄었어요.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어서 도시는 폐허가 된 곳이 많았고 사람 사는 주거지도 지금으로 말하면 판자촌과 달동네만 보였어요.

반예문이라는 한국 이름은 어떤 뜻이 담겨있나요?
반이란 성은 과거 훌륭한 동료 신부의 성을 따랐고 이름은 레이먼드라는 본명에서 힌트를 얻어 어느 주교님이 지어주셨어요.

앞으로 맞이하고 싶은 일이나 소망이 무엇인가요?

서기 2000년까지 살게 되면 내 나이가 74살쯤 되는데 지금 어린이들이 모두 어른이 됩니다. 씩씩하고 훌륭하게 자란 모습을 든든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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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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