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의 자연산책】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은 벚꽃이 만발한 날 벚꽃 터널을 거닐면서도 절감할 수 있다. 어떻게 살든 뇌기능이 건강하게 작동하는 한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뇌기능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지 않을 경우는 벚꽃을 보아도 아무런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비록 화끈하게 피었다 화끈하게 질지언정 잠시나마 벚꽃 놀이를 만끽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이 곧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상천국의 복된 삶이 아닐까.

인간이 꿈꾸는 사후의 천상천국이라고 해 보았자 화사하게 펼쳐지는 벚꽃 터널과 같은 환상적인 세계가 전개될 것이라는 현실적인 상상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천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셈이다. 어디를 가든 발길 닿는 대로 즐거울 수만 있다면 그곳이 천국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감각은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온갖 봄꽃이 도처에서 보란 듯이 피어도 벚나무만큼 흐드러지게 오밀조밀 탐스럽게 꽃이 피는 우람한 큰키나무가 없다. 상춘객들이 벚나무를 찾아 벚꽃놀이를 즐기는 이유 중의 하나도 거기에 있다. 변덕스런 기후와 날씨 탓에 올해는 예년에 비해 벚꽃의 개화기간이 짧은 점이 아쉽기는 해도 순간을 즐기려는 상춘객들이 도심의 벚꽃 터널을 유유자적 거니는 모습이 꽃처럼 아름답기만 하다.

김철 interview365@naver.com

김철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