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료봉사 단체 열린의사회 고병석 이사장
[인터뷰] 의료봉사 단체 열린의사회 고병석 이사장
  • 김두호
  • 승인 2014.04.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여 개국 102회 12만 명 진료 봉사활동

【인터뷰365 김두호】 인도주의를 실현하는 순수 국제의료봉사단체인 (사)열린의사회는 대한민국에서 창설된 대표적인 국제규모의 NGO(비정부조직)다. 양한의(洋漢醫)를 포함한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보건 의료계 종사자와 자원봉사자까지 3100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열린의사회의 리더인 고병석 이사장(58)은 의학전문저널리스트 출신이다.

열린의사회는 1997년 푸른 계절인 5월에 당시 고병석 의학기자(한국일보사 일간스포츠 편집국 소속)가 의사 5인과 해외 의료봉사를 떠나자며 의기투합해 몽골의 오지에서 6박7일 의료봉사 활동을 다녀오면서 싹이 텄다. 그로부터 2014년 현재까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국가를 찾아가 102차례 해외 진료봉사를 해왔고 국내에서도 산간벽지와 도서지역 순회 무료진료 횟수가 400회를 넘어섰다.

지진재해지역인 아이티, 내전의 피바람이 부는 리비아 트리폴리, 필리핀의 태풍 하이옌 피해지역, 레바논의 시리아 내전 난민지역 등 힘들고 위험이 따르는 국제 구호 대상 지역마다 열린의사회 회원들의 발길이 옮겨가고 있다. 동포애에서 인류애로, 국제 봉사의 큰 그루터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열린의사회의 수장 고병석 이사장을 만났다.

열린의사회의 이사장이 언론인 출신이 아니고 의사인줄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실제 그런 오해를 많이 받겠다.
물론이다. 그런데 회원들은 이사장이 비의료인 출신인 것이 이상적인 선택이라는 얘기를 한다. 우리 단체를 이끌어가는 구성원은 의사, 한의사를 비롯해 치과의사, 약사, 물리치료사와 치과 위생사 등 다양한 전문 직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각 분야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업의 남녀 자원봉사자 수도 3,100명 회원 중 절반이 넘는다.

회원 가운데 의사의 수는 어느 정도인가.
의사가 1,100명, 치과의사 130여명, 한의사가 90명, 약사 99명이 참여하고 있다. 또 간호사가 230명, 그리고 물리치료사와 치과 위생사 회원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고 이사장이 열린의사회의 산파역으로 알고 있다. 신문기자가 의사들과 활동을 함께 한 과정이 흥미를 이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84년 한국일보 공채 42기로 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2002년 월드컵 때 발행된 굿데이신문 편집부국장도 하고 데일리줌신문사 발행인도 하며 젊은 시절을 신문사에서 보냈다. 그런데 열린의사회는 일간스포츠지에서 의학기자를 할 때인 1997년 많은 의사들과 인연이 되면서 아주 우연히 창립하게 됐다.
몇몇 친분이 있는 의사와 사회봉사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그때 사회주의 국가로 막 개방을 시작한 몽골이 참 어렵게 산다는 얘기를 듣고 봉사활동을 하고 오자는 이야기 나왔다. 일찍부터 몽골반점을 통해서도 우리와 먼 나라 같지도 않게 느껴지고 또 한 시대 세계를 말발굽 아래로 재편하고 제패했던 국가라는 데 다들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몇 사람이 쉽게 뜻이 통했다.

그 몇 사람은 구체적으로 누구누구인가.
이윤수( 비뇨기과), 고영익(산부인과), 정희원(일반외과), 박영순(안과) 선생과 고인이 된 이영철 닥터 등 다섯 분이다. 5명의 의사와 자원봉사자로 나를 포함한 7명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있는 항올병원을 찾아가 그 나라에서도 소외된 지역의 오지를 추천 받아 진료봉사를 하게 됐다. 그 무렵 몽골은 도시의 병원들도 시설이 낙후되고 의료장비나 의료진이 부족해 첫 해외 봉사지역을 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두 번째 봉사를 떠나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참여했고 조금씩 봉사단체로서의 면모도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몽골도 자주 다녀왔지만 6.25때 도움을 준 참전국들, 에티오피아나 필리핀 같은 나라도 빈번하게 다녀온 해외 봉사지역이다.

그동안 봉사한 국가는 어떤 나라들인가.
지진피해를 입은 아이티를 비롯해 남아프리카,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 필리핀, 중국, 미얀마, 러시아, 스리랑카, 인도, 리비아, 콜롬비아, 레바논 등 20개국이 넘는다. 기록으로 보면 102회 해외 활동에 약 11만 3천여 명을 진료한 실적을 남겼다.

해외봉사만 주로 하는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쉬지 않고 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농어촌 벽지 소외지역과 섬마을을 찾아 주로 독거노인들을 돌보고 진료 봉사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창립 후 지금까지 400회에 3만여 명을 진료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국내외 의료봉사 활동 중에 일어난 뒷얘기도 많을 것이다.
창립 초기 몽골 진료를 가면 그곳 땅덩이가 워낙 방대해 말을 타고 3일 걸리는 곳에서도 모여들었다. 지금도 가난으로 치료를 못 받아 실명 위기에 있는 7살짜리 몽골 벽지 소년을 서울로 데려와 한쪽 눈은 수술로 살리고 한쪽은 의안을 제작해서 치료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리비아,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은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지만 기꺼이 자원해서 참여하는 회원들이 많다.
참, 필리핀에 갔을 때 6.25 참전 당시 강원도 인제전투에 참가해 폐허와 굶주림의 나라를 지켜 본 참전용사를 만났다. 그는 우리 회원들의 진료봉사에 눈물이 핑 돌았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한국의 발전상을 극찬했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가슴이 뿌듯해질 일이었다. 생각해보라. 필리핀이 우리보다 잘살았던 나라다. 한 때 국내에서 제일 큰 실내체육관인 장충체육관을 지어서 기부해준 나라다. 그래서 느낀 것은 어디가든 잘 난 척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을 자극하지 않고 봉사하는 정신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 팔자도 알 수 없지만 국가의 운명도 미래를 알 수 없다.

어떤 절차로 참여하고 해외 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어떻게 조달하는가.
회원들의 회비는 월 1만원씩 하다가 최근에 2만원으로 올렸다. 모든 봉사활동은 첫째 자비 부담을 원칙으로 하지만 진료장비 약품이나 집단 이동 등 운영에 필요한 재정은 기관이나 기업의 참여로 그럭저럭 이루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의사들에게 시간은 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쁘게 사는 전문직업인들이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희생시킨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열린의사회 사무국은 봉사프로그램을 마련해 회원들에게 공지를 하게 되는데 그 것을 본 분들이 자원형태로 신청을 해오게 된다. 그런데 봉사도 일종의 중독증 같은 게 따른다.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 특히 힘들고 어렵게 자신을 희생해가며 좋은 일을 하고 난 뒤의 보람이란 잠깐 스쳐가는 즐거움과는 성격이 다르다. 짜릿하고 오래도록 행복한 쾌감을 안겨주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일 년에 한두 번 쉬는 휴가를 이용해 봉사단에 참여하는 분도 많다.
추석연휴를 봉사로 바치는 분도 있다. 봉사도 봉사를 해 본 사람들이 그 즐거움을 알고 있고 또 좋은 일에 재산을 기부하는 일도 기부를 해 본 사람이 계속해서 재산을 내놓는 것과 일맥이 통하는 것이다.

민간외교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열린의사회의 활동이 본보기처럼 보인다.
우리 단체는 외교부의 등록단체이다.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베푸는 나라의 국민이 되었다면 단체들도 민간 외교의 일익을 해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국내에는 월드비젼, 유니세프 등 국제 봉사기구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토종 NGO로 자부심도 많겠다.
토종 브랜드라는 점에서 책임을 더 느낀다.

2012년 몽골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외에서 훈장이나 감사패, 공로패 등을 쉬지 않고 받았지만 그건 이사장 개인에게 준 것이 아니다. 열린의사회 회원들이 받은 것이다.

열린의사회를 이끌어가면서 느낀 소회, 국제적인 단체로 주목을 받고 있는 미래 청사진을 정리해 달라.
내가 하고 있는 일이란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하나로 정리해 실천에 옮기는 일들이다.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회원들의 뜻을 객관적으로 잘 융합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일하고 있다.
열린의사회는 이익단체가 아니고 정치성이나 이념성과도 거리가 멀다. 순수 국내 또 국제 봉사단체로 봉사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청사진이다.

김두호 기자 interview365@naver.com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김두호
김두호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