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포항의 명물인생 게박사 꽁지머리 김화영
[인터뷰]대포항의 명물인생 게박사 꽁지머리 김화영
  • 김두호
  • 승인 2014.02.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혼 않고 게와 더불어 인생을 즐기며 살기

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김두호] 동해안에서 먹거리 관광지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속초 초입에 있는 대포항이다. 속초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포항은 해산물 튀김요리와 횟집, 수산물 시장이 사철 성시(盛市)를 이룬다.

대포항에서 ‘꽁지머리’를 찾으면 쉽게 그 별칭을 가진 인물을 만날 수 있다. 남자답게 잘 생기고 신체 건장한 ‘꽁지머리’의 실제 이름은 김화영(金和永 49)이다. ‘꽁지머리“는 젊을 때부터 긴 머리를 묶고 다녀서 얻은 이름이다. 꽁지머리 김화영 씨는 속초 해안 북쪽 최전방 해안에서 잡아오는 대게만 평생 취급해온 대포항의 토박이 게 상인이면서 게 요리 전문가다. 동해안의 대게가 ’영덕대게‘로 통칭되지만 속초에서는 대게를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어장지명을 살려 ’전방게‘로 일컫는데 꽁지머리는 대포항 주민이 인정하는 ’전방게의 대부‘ 또는 ’게 박사‘다.

김화영 씨는 육군 상사 출신이다. 15년간 포병 부사관으로 군생활을 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태어나서 쉰줄까지 대포항(속초시 대포동 956-4)을 떠나지 않고 살았다. 몇 가구가 살던 작은 어촌이 유명 관광지로 발전하고 2013년 재개발을 해 지금의 대포항은 현대식 수산물 먹거리 타운으로 싹 바뀌었다. 마을을 들어서면 길가에 즐비하던 포장마차 형태의 간이 요리집들이 사라지고 말끔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거리가 정비되고 식당 건물도 새로 축조되어 옛 어촌의 정취가 사라졌지만 현대화 된 어촌의 풍물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김화영 씨는 도소매로 게를 팔면서 직접 요리를 하는 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대포항의 전방게를 특산 명물로 만들고 그와 더불어 대포항의 인간 명물이 된 꽁지머리 게 박사 김화영 씨와 인터뷰를 해보니 그는 독신이지만 게와 더불어 인생을 신명나게 살고 있었다. 게 상인으로 성공 기반을 잡고 있지만 게로 돈을 버는 재미보다 사람들이 대포항 게살 맛에 빠져들게 전도하고 인정받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하며 즐기고 있다.

꽁지머리 김화영씨는 대포항에서 알아주는 게 박사다.

겨울은 게 요리, 게살 맛을 즐기는 시즌이다. 대게 하면 영덕대게가 많이 알려져 있다. 속초의 대게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예부터 동해안의 대게잡이 어선이 영덕으로 몰려가 대게시장을 형성하면서 동해안 대게는 모두 영덕대게로 통하고 있다. 지금은 지역마다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속초와 대포항에서는 대게를 오래전부터 전방게로 부른다. 국내산 대게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전방게는 이름그대로 최전방 청정어장에서 잡아온 것으로 크기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맛에서는 최상급이다.

대게의 맛 차이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국내산 자연 게살 맛은 대게 껍질 속의 속살을 뽑아 입안에 넣을 때 조금은 쫄깃하면서 부드럽게 미각을 자극하며 입안에 당기는 담백한 감칠맛에서 으뜸이다. 국내산 대게도 계절과 어장, 잡는 방법에 따라 게살의 질과 양에 차이가 난다. 수입산 대게 킹크랩이 푸짐하고 먹음직하지만 우리 대게의 맛깔을 따르지 못한다. 전방게는 다리살 맛도 좋지만 구수한 몸통의 내장 맛이 일품이다. 국내산 중에도 어장의 수온에 따라 질과 양에 차이가 나타나고 통발 어선이 잡은 것과 그물로 잡은 대게의 맛도 다르다.

국내산도 어장의 수온과 잡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다니 무슨 뜻인가?
대게는 철 따라 변하고 수온에 따라 속살의 양과 맛도 차이가 난다. 수온이 올라가는 여름철 동해안 대게는 먹을 게 없다. 또 통발로 잡은 대게는 그물로 잡는 대게보다 맛이 더 좋다. 아마도 통발 속의 미끼를 충분히 섭취하면서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덜 받고 잡히는 것도 맛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대게를 모두 통발로 잡지 그물로 잡을 필요가 있는가?
통발 어선은 허가를 받은 어선들이 별도로 있다. 속초에 13척 정도밖에 안되는데 어종의 보호를 위해 통발 어업을 제한하고 줄여가는 추세로 알고 있다.

게를 쪄서 손님에게 내놓는 김화영씨. 게는 뒤집지 말고 생긴 그대로 삶아내야 맛있다고 한다.

대포항에서 ‘꽁지머리’하면 게만 취급해 돈을 많이 번 사람으로 소문나 있다.
장사꾼이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 아닌가? 그런데 게장사해서 돈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나 돈벌이에만 매달려 게를 사고팔며 산다는 이야기라면 더 이상 나와 이야기를 계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자라는 이야기는 듣기 좋은 말인데.
나에게 전방게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아주 귀중한 자존심과 같다. 나는 대포항에서 태어나 군복무 기간을 빼고 이곳을 떠나 산 적이 없다. 나는 전방게를 대포항의 명물로 생각하며 열심히 선전하는데 혼신을 쏟으며 살았지 돈 벌려고 혈안이 된 적이 없다. 손님들이 전방게를 택배로 주문해 오면 먹어보고 후불로 돈을 보내라며 당당하게 전방게의 맛을 과시하며 살았다. 10년 넘도록 꽁지머리를 찾는 사람도 많다. 게 소매, 게 도매, 게 식당도 하고, 우리 집안에도 마당에 온통 수조를 만들어 놓고 그야말로 대게만 만지고 살았다. 그래서 물속에 움직이지 않고 있는 수백 마리 중에 몸이 시원찮거나 숨을 안 쉬는 녀석이 어떤 놈인지 금방 찾아낼 정도다.

고향 대포항을 떠나 산 때가 군복무 시절뿐이라는 이야기가 별나게 들린다.
그렇다. 이곳 가까운 설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 때 부사관으로 들어가 15년간 복무하고 3군단에서 포병 상사로 제대했다.

15년을?
나는 인생을 아주 즐겁게, 열심히, 긍정적으로 산다. 몇 년 정도 생각하고 직업삼아 부사관을 지망했는데 군대생활을 하며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계속 연장 지원을 하다가 15년까지 머물렀다.

군대생활을 다들 재미없고 힘들게 생각하는데 무엇이 그렇게 좋았는가?
나는 군대 내에서 치르는 모든 운동과 게임을 즐겼다. 군사훈련도 즐겼지만 각종 부대 대항 스포츠게임이나 야전훈련 등 경쟁행사에 참여해 승자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부대원들을 독려하고 앞장을 서다보면 저절로 신바람이 났다. 내가 소속된 부대는 언제나 기세가 등등했고 그 중심에 내가 뛰어다녔다. 정말 재미있게 복무하다가 서기 2000년부터는 고향으로 돌아가 살겠다는 최종 결심을 하고 그것을 실천했다.

결혼을 안하고 게와 함께 인생을 즐기며 사는 김화영씨 옆에는 일흔셋 연세의 어머니가 계신다.

2000년도에 대포항으로 돌아와 이를테면 게와 인생을 시작한 것인가?
군복을 벗은 것은 서른다섯 때인 1999년이었다. 나는 아직 독신이다. 있는 곳, 하는 일에 푹 빠져 살다보니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우리 아버지는 오징어잡이 어선의 선장으로 사시다가 1974년 속초 앞바다를 휩쓴 해일 재해 때 별세하셨다.

혼자 사는 것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일흔셋 되신 어머니가 계신다. 식당에서 주방 일을 도와주신다. 혼자 사는 것을 즐긴다는 것보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불편한 점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이제 맛있게 먹는 게 요리의 비결을 들려달라.
게살의 맛을 즐기려면 먼저 게를 삶을 때 찜통에 눕히거나 뒤집어 삶지 말고 살아있는 모양세로 반듯하게 올려놓고 삶아야 한다. 먹을 때는 가위로 마디 가까운 지점을 잘라 작은 마디로 큰 마디의 속살을 밀어서 빼먹는 방법이 먹는 묘미가 있고 몸통은 고인 짠 물을 모두 버리고 먹지 못하는 부위를 잘라내야 하는데 삶아서 나오는 물의 색깔이 맑을수록 신선도가 좋은 게로 보면 된다.

당신처럼 인생을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며 신나게 휘파람 불며 사는, 즐겁게 사는 지혜가 어떤 것인지 묻고 싶다.
몸과 마음을 쉬지 않고 움직이며 살면 걱정거리가 머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이 고여서 움직이지 않을 때 답답하고 병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즐겁다. 사람도 모두 착하게 보면 나쁜 사람이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 장사는 믿음을 주고받는 직업일이다. 좋은 상품을 기분 좋게 파는 것보다 장사꾼에게 더 즐거운 일이 어디 있는가?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interview365.com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김두호
김두호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